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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법 Jul 29. 2016

몽골 이마트 오픈하던 날

2016. 7. 28

어제 몽골 이마트 1호점이 정식 오픈했다. 마침 근처에 볼 일이 있던 차에 촌스럽지만 오픈한다니 구경 한 번 가보기로 했다. 그래도 이마트니까 라는 기대와 함께, 그래도 몽골인데 하는 설마 하는 마음과 함께 들렸다. 이마트는 중국에 직접 진출했다 말아먹은 사례가 있다. 그래서 이번엔 로열티만 받는 라이센스 방식으로 몽골에 진출했고, 이미 스카이백화점(이라고 쓰고 슈퍼마켓이라고 읽는다)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알타이 그룹에서 직접 운영한다니, 뭔가 이마트스러우면서도 몽골스러운...그런 느낌이랄까. 분명한 건, 단일 마트로는 몽골 최대 규모이고, 이른바 백화점이라 불리는 장소 중에서 새로 지은 이마트보다 큰 건 하나 정도 있을까 하는 수준이니 그래도 다른 곳보다 낫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하청업체 피 빨어 먹는 그들의 솜씨가 몽골에도 여전히 녹아있겠지 하는 마음. 


그리고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아 이건 아니잖아!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거짓말 안 하고, 몽골에 이렇게 사람 많이 모여있는 건 처음 봤다. 같이 간 직원은 몽골 최대 축제인 나담 때보다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사람 구경하러 왔소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이런저런 물건들을 본 결과, 확실히 다른 마트들보다 물건도 많고 가격도 괜찮은 편이었다. 실제로 정식 오픈 전 이틀 동안, 약 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바로 옆에 있던 스카이쇼핑몰은 닫았지만, 그 전 평균 일 매출은 8천만 원이었다고 하니, 일단 오픈발은 아주 괜찮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 마트 판박이' 이마트 몽골점 개점…프리오픈 '대박')


당분간, 한 2주에서 한 달 간은 이마트에서 쇼핑하는 건 생각도 말아야겠다. 

물건 고르는 것도 문제지만 계산은 어쩌니...



잠시 점심을 먹고 오니, 입장객이 너무 많아 입장 통제 상황까지 됐다. 이케아 광명점 오픈일도 이랬나?

사실 몽골 이마트 오픈은 예정보다 1년 여 늦춰졌다. 몽골은 그러하다.


몽골은 규모에 비해 체인마트가 꽤 많다. 너밍, 미니마켓, 어르길, 산사르, 에브리데이, 굿프라이스마켓, 막스마트, 홈플라자 등 대략 7-8개 정도. 아마 광산이나 건설로 돈을 좀 벌고 나서 제조업보다 훨씬 손쉬운 유통업에 뛰어들면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한 곳에서 필요한 물건을 전부 살 수가 없다. 꼭 2개 마트를 들려야 필요한 쇼핑리스트를 지울 수 있는 수준. 게다가 가격도 천차만별. 특히 홈플라자는 한국 물건 많은 걸로 유명한데 가격은 꽤 비싸다. 바로 옆에 있는 어르길에서 사는 것보다 30% 정도 더 비싼 수준. 특히 여름에 항공직송하는 한국산 수박은 한 통에 5-6만 원 정도 하고, 딸기는 500그램에 2만 원 정도 한다. 


물론 작은 한국 슈퍼들도 꽤 있다. 그리고 어느 슈퍼에서든 한국 물건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종류와 가격. 물건이 많지 않을뿐더러 가격도 꽤나 비싸다. 아마 '우리는 인구가 적어. 박리다매는 불가능해'라는 인식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마트는 그러한 인식을 무너뜨리고 박리다매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첫 사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장 큰 체인 중에 하나인 너밍은 시내 한 복판에 이른바 '백화점'을 소유하고 있다. 마치 잉글랜드은행은 The Bank이고, 잉글랜드 축협은 The FA인 것처럼, 그냥 '백화점'이다. 공산주의 시절 하나밖에 없었던 국영백화점이라 모두들 그냥 그렇게 부르면 거기인 줄 안다. 하지만 처음 들어섰을 때의 느낌은 딱 이러했다. '이마트보다 못하잖아'. 전체적인 물건도, 디스플레이의 수준도 그러했다. 지금 조금씩 나아지곤 있지만 여전히 우리가 아는 백화점의 느낌은 없다. 차라리 건너편 울란바타르 백화점이 훨씬 더 백화점스럽다. 물론 물건은 별 게 없어서 문제지만...


1년 전, 마트 관계자들을 만난 일이 잦았는데, 이마트 오픈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눈치였다. 특히 한국 제품을 많이 파는 마트일수록 그러했다. 아마 이 정도 제품에 이 정도 가격이면 몽골 체인마트들의 걱정은 우려했던 것보다 심각할 듯하다. 개인적으로 얽힌 일들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한국 물건 가장 많이 파는, 회장/사장/마트사장 전부 한국말 잘 하는 홈플라자는 아마 고민에 빠져있을 거다. 


과연 이마트가 몽골 마트 시장 구조를 바꿀 수 있을지, 그냥 반짝이고 끝날지 재미있게 생겼다.





보너스로 어제저녁 7-8시경 집중 호우가 내렸다. 비가 오지 않아 도로 주변에 배수구가 없는 시내 한 복판은 금방 강으로 변한다. 그래서 몽골 페친들의 페북은 비 오는 사진, 동영상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것들이 하필 어제 오픈한 이마트 주변이다. 이래 저래 좋은 바이럴감이 된 이마트다.

프리우스를 찾아라!


이건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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