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위 에세이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아래와 같다.
... 누군가로부터 까닭없이(라고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 비난을 받았을 때, 또는 당연히 받아들일 거라고 기대하고 있던 누군가로부터 받아들여지지 못했을 때, 나는 언제나 여느 때보다 조금 더 긴 거리를 달리기로 작정하고 있다. 여느 때보다 더 긴 거리를 달림으로써, 결과적으로 그만큼 자신을 육체적으로 소모시킨다. 그리고 나 자신이 능력에 한계가 있는 약한 인간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인식한다. 가장 밑바닥 부분에서 몸을 통해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여느 때보다 긴 거리를 달린 만큼, 결과적으로는 나 자신의 육체를 아주 근소하게나마 강화한 결과를 낳는다. 화가 나면 그만큼 자기 자신에 대해 분풀이를 하면 된다. 분한 일을 당하면 그만큼 자기 자신을 단련하면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달리기를 통해 마음의 고통을 육체의 고통으로 바꾼다. 그리고 이 육체의 고통은 사람을 단련시킨다. 마음의 고통이 사람을 좀먹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달리기는 제법 괜찮은 함수인 셈이다.
오늘 이사한 뒤 가장 긴 거리를 뛰었다. 몸을 제대로 풀지 않았는지 오른쪽 무릎이 꽤 아팠다. 그래도 뛰려고 마음먹은 거리만큼 다 뛰었다. 몸이 건강해진 것을 바로 감지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마음이 밝아진 것은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무릎의 통증도 싫지 않았다. 적어도 이 무릎이 아픈 동안만큼은 다른 불길한 생각이 들지 않았다.
좀 더 자주 뛰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