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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승 Nov 10. 2019

서른 전 목표 : 독서 300권을 이루다.



서른 전 삼백 독.



이십 대의 절반 이상을

가로지른 기다란 목표였다.



수만 가지 딴짓과 게으름을 계산해

넉넉히 7년 정도 잡았는데,

이마저 꽤나 아슬아슬하게 달성했다.



읽은 권수를 따지면서 읽는 것도

참 어리석은 독서법 중 하나라고 하지만,



남들이 정한 어리석음의 기준으로

오늘의 기쁨을 감추기엔,

내가 지금 여기서 너무 뿌듯하다.










지난 7년을 돌아보자면,

그간 몇 가지 사고방식이 생겼는데,


생각해보면 내가 책 읽는 루틴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던 것 같기도.



정답이란 없겠지만,

내 몇 가지 독서 방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많은 책을 만나면서

더 정답에 가까운 방식을 찾기 위해

잠시 회고하는 포스팅이 될 것 같다.






끝까지 읽기




처음으로 독서를 결심했을 때

정한 규칙이 있었다.



읽어보기로 정한 책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끝까지 읽기.



얼마나 끝까지 읽었냐면,

박근혜 자서전도 기어코 완독했다.

기특해- 기특해-



독서 습관이 잡힌 지금도,

 책 읽는 행위 자체가

꽤나 고역일 때가 있다.



딱 눈꺼풀만큼 무거운 페이지를

하나하나 넘겨버리는 건

정말 사서 고생하는 걸지도 모른다.



책과의 고군분투 끝에 마침내

마지막 페이지까지 덮어버리면

묘한 승리감이 생기곤 했다.



이는 내가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은 성공이었고,



그렇게 작은 성공이 누적될 때마다

조금 더 커다란 다른 성공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버려 두기




지금까지 읽었던 모든 책들이

일일이 기억나는 건 아니다.



내용은커녕, 읽기는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책도 있다만,

오히려 그게 더 자연스럽다.



꼭 좋았고 특별했던 것만

남겨둘 필요는 없는 거니까.



내가 정한 싫음과 불편함.

때로는 관심조차 없어,

기억나지 않는 것까지

나의 일부라 생각하기로 했다.



당장 나조차, 오로지 좋음 만으로

이루어진 사람일 리 없으니 말이다.



덕분에 사는데 편리할 정도만큼은

무던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어쩌면 ‘그런 갑다’하는 마음이

진정한 이너 피스의 시작일 지도...






서로 읽어주기




가끔은 책이 나를 읽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책에 어떤 이야기가 있으면,

그게 자꾸만 내 이야기 같아서

나의 지나간 시간과, 앞으로의 미래에

흠뻑 빠져버리는 거다.



그때 꼭 그랬어야 했었나?

그래서 내가 그런 선택을 했구나...

내 계획이 현명한건 아니었네.


하는 식으로.



내가 그동안 했던 행동은 물론,

주워 담아 보겠다는 여러 가지 결심들이

발생했던 기제를 파악할 수 있는

상당히 실질적인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냥 딴 생각하는 걸

참 예쁘게 적어버린 듯.



책은 물리적인 책장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닌 것 같다.



그걸 읽은 사람들이 갖는 한끗씩 다른

그들만의 스토리로

마음속 어딘가에 꽂혀 있는 게 아닐까.






적어두기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이 있으면

수기로 적어 모아둔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말,

문체가 아름다운 말,

인상 깊은 상업 광고 카피 등



아무튼 꽤 다양하게

아카이빙하고 있다.



가끔 시간이 뜰 때 쭉 읽어보면

그 구절을 받아 적을 당시의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떠오른다.



메모하는 습관과는

조금 다른 감성인 것 같다.



적어둔 무언가를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꺼내 읽는 것 자체의 희열이다.






앞으로는




과식보다 미식이 중요하다지만,

독서 루틴을 잡아가는 사람에겐

맛의 기억 측면에서 과식도 나쁘진 않다.

잡식이면 더할 나위 없고.



독서 초반에 다독이 필요한 건,

특정 책을 읽어야 이해되는

작가들 특유의 지적 유희 또는

논점에 관한 근거 때문인 것 같다.



아직도 한참 모자랍니다만,

이제 슬슬 과식에서

미식으로 방향을 전환해볼까 한다.



시대의 영향이 있겠지만,

우리 현대인들은 이미

단테나 아우구스티누스보다

더 많은 책을 읽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책을 소비하냐보다,

사유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고.



다음에는 무슨 책을 읽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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