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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테나 Mar 30. 2023

나를 버리고 나를 찾아야 해

세상이 너무도 크게 느껴졌다

2014년 4월. 

누구도 잊지 못할 참담한 일이 벌어진 시기였다.

무고한 아이들이 무섭고 추운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고, 나라 전체가 애도의 물결에 잠겼다. 


클라이언트 : PD님... 전화드린 이유 아시죠, 지금 상황이 이래서... 당장 다음주인데 행사 취소해야겠습니다... 하면 욕먹고 안하면 손해인 상황이지만... 누가 오시겠어요. 오시는분도 욕먹을텐데.

 : 그렇죠. 아티스트 분들도 이해해주실거에요. 세상에 좋은 일만 있을수도 없구요. 괜찮습니다. 걱정 마시고 계약과 정산은 별도로 얘기하시죠. 나머지는 제가 정리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당시 나는 문화대행사에서 PD로 근무중이었다. 그렇게 진행되던 모든 공연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 모두가 한 뜻이고, 앞 뒤 설명할 필요도 없기에 아쉬워할 틈도 없이 하나하나 정리하는데 생각보다 명료하고 빠르게 정리가 되었다. 정리가 되고 나니 생업이 문제였다. 회사는 모든 프로젝트가 홀딩 또는 취소되어 당분간 2분기 수익은 없다시피 흘러갈것이라는 위기에 빠졌다. 3분기, 4분기, 올해가 지나면 괜찮아질까? 우리가 잘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문화를 통해 삶의 기쁨과 살아가는 힘을 알려주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애도'란 아무것도 안하고 묵념하는 행위만이 사회적으로 용인되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곳곳에서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작고 큰 추모 기획이 나오고 있었다. 여러 아티스트들과 일부 조직에서 공공 예산으로 꾸린, 매출이 없어진 마당에 사기업에서는 모든것을 협찬으로 해결하거나 돈 들여서 하려니 도저히 무리였기에, 그 무대의 기회는 정해진 소수의 것이었다. 무기력했다. 아니 무력하다는 것이 맞겠다. 가만히 있으면 이제 어떻게 되는지 말 잘 들은 아이들을 보고 많은 어른들이 미안하고 슬픈 일이었기에, 그 어른들은 마음속 책임과 죄책감, 그럼에도 현실에선 그 아이들처럼 가만히 있어야해서 무력감을 느꼈다. 내가 할 수 있는것이 없구나, 이렇게 가라앉는구나.


 나에게도 변화가 필요했다. 진심, 진정성, 마음, 공감 이런 것들의 의미가 퇴색해 버리기 전에 큰 사건이 필요했다. 그래서 갑자기 무엇인가에 홀린듯,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알아봤다. 그리 여유있게 살아보지 못해서 27살이 될 때 까지 여권도 없었다. 춥지 않은, 우울하지 않은, 도시와 자연이 밸런스를 잘 갖춘 곳을 찾다보니 호주가 최종 선택지에 남았다. 그렇게 바로 비자신청을 하고, 신체검사를 하고, 비자 발급이 되었을 때 이사님께 사직서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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