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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호 Sep 16. 2020

카카오TV는 텔레비전 채널이 되고 싶은 걸까?

메신저 플랫폼은 변신중

고민이 많습니다.

봐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어떤 걸 봐야 할지 고민입니다. 시청자로서, 여기저기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 속에 어떤 걸 조금 더 즐거울지 행복한 고민입니다. 누가 속 시원하게 이럴 땐 이걸 봐!라고 알려줬으면 하지만, 그런 섭스크립션 서비스 또한 선택해야 하는 상황. 선택의 무한 반복입니다.



새단장을 한 카카오TV


과거 우리의 선택지는 짜장면과 짬뽕, 볶음밥과 잡채밥 중 하나를 고르는 수준이었습니다. TV, 라디오, 인쇄, 신문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여전히 영향력은 막강하지만 요즘의 우리는 굳이 찾아보지 않는 영역이 되었네요. 유튜브,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등 볼 게 많습니다. 여기에 고민을 더하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9월, 카카오TV가 새단장을 했기 때문이죠. 이젠 볼 게 많다는 표현보다, 보이는 게 참 많다고 해야겠습니다. 이른바 강제 입력.



15년 6월 선보였던 카카오TV는 제휴 방송사의 공식 방송을 다시 보는 사이트였어요. 카카오톡 안에서 '더보기' 탭에서 보거나 웹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 해 11월 라이브 방송과 카카오톡 오픈 채팅을 연동해 카카오TV 라이브 오픈 채팅 기능을 선보였고, 이후 다음TV팟과 통합되는 이러쿵저러쿵 한 일들을 거쳐 20년 9월 새로운 얼굴을 선보였습니다. 바로 오리지널 콘텐츠로 무장을 하고 말이죠.


OTT(Over The Top) 영역으로의 확장입니다. 전 국민의 스마트폰에 깔려있다고 말해도 될 정도의 카카오톡의 강력한 보급률 위에 오리지널 콘텐츠를 얹었습니다. 바로 카카오M이 자체 제작하는 드라마, 예능을 말이죠. 잊고 있었는데, 카카오는 콘텐츠 공급자이면서 생산자였습니다. 모바일 디바이스 시대에 맞춘 숏폼의 고퀄리티 콘텐츠로 무장한 카카오TV는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의 자리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죠(국내 OTT 서비스와 직접 경쟁 관계는 아니라고 하지만).

유튜브의 자리까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개념의 플랫폼이라고 해두죠. 



어떤 콘텐츠길래?



이 날을 기다려왔다, 라는 느낌을 줄 정도의 물량 공세입니다. 실은 이 또한 카카오 계열사라는 단단한 자본력이 있기에 가능하겠죠. 카카오M이 보유한 기획력과 섭외력으로 론칭 전부터 기대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물론 오픈과 더불어 지표들은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여줬고요.


예능과 웹드라마

일단 나열부터 하자면. 이효리의 <페이스 아이디>, 이경규의 <찐경규>, 김희철-심형탁-최유정의 <내 꿈은 라이언>, 김이나의 <톡이나 할까?>, 김구라의 <뉴팡! 뉴스 딜리버리 서비스>, 유희열의 <밤을 걷는 밤>, 비와이-이용진의 <Yo! 너두>, 노홍철-딘딘-김가영의 <개미는 오늘도 뚠뚠>, 박재범-PH1-골든의 <H1GHR on MIDNIGHT>, TXT의 <덕후투어>... 나열하다 보니 라인업과 기획이 상당합니다. 세계관이 마치 어벤저스급입니다. 마치 CJ ENM의 TVn 채널 편성표를 보는 것 같은 기시감이 듭니다(카카오M의 대표가 전 CJ E&M 김성수 대표라죠). 저 가운데 프로그램이 카카오TV를 하드 캐리 할지 모르겠지만 저 가운데서 폭발력 있는 콘텐츠가 안 태어날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웹드라마 또한 마찬가지죠. 말기암 선고를 받은 청년의 투병 이야기를 담은 <아만자>, 영화 <놈놈놈>의 김지운 감독이 연출을 맡고 수지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내 물건이 너의 집에 남아있다면 헤어진 게 아니다>, 워너원의 멤버 박지훈의 <연애혁명>까지. 대충 라인업만 훑어도 엄청난 서사입니다. 하나같이 고퀄리티의 콘텐츠들이고요. 이러니 기존 OTT 플랫폼들이 경계할 수밖에 없겠죠.



어떻게 보는 거야?


이렇게 빵빵한 콘텐츠면 무언가 별도 앱(APP)이 있을 것 같지만 아닙니다. 매일 같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의 채널 중 하나에 쓱 담겨있습니다. 카카오톡 하단의 더보기 탭에 들어가 상단의 스와이프 영역을 오른쪽으로 쓱 넘기면 '코로나19-뉴스-FUN-영화-스포츠-뮤직-쇼핑-연예-공연'을 지나 '카카오TV'가 보입니다. 어, 생각보다 멀리 있어요. 의도가 궁금합니다. 기존 사용자의 편의를 헤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서비스를 생활에 녹이려는 방법인 것 같기도 합니다. 마치 옆구리 쿡 찔러서 자연스럽게 행동하게 하는 넛지처럼요. 이는 물론 '탭 편집'을 통해 순서를 바꿀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 내에서 채널 추가를 하면 친구 리스트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실은 이게 앱에서 제일 직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겠죠. 콘텐츠에 흥미를 느낀 독자라면 자연스럽게 채널 추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채널 추가라는 UI(User Interface)를 한 번이라도 더 체험하게 하는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직관적입니다. 보고 싶은 콘텐츠를 누르고 보면 끝.


세로형 콘텐츠가 눈에 띕니다. 세로 콘텐츠는 모바일 디바이스에 딱 맞춘 콘셉트겠습니다. 이효리의 <페이스 아이디>에서는 화면 녹화 기능을 통해 스마트폰 사용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실제 스마트폰에서 보는 화면의 비율에 맞춘 콘텐츠는 독자로 하여금 콘텐츠를 친숙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거겠죠. 굳이 가로로 돌리지 않아도 화면을 꽉 채우니 번거롭지도 않겠고요.



친구와 대화하면서 볼 수 있다고?


드라마나 예능을 보면서 수다 떠는 거 만큼 재밌는 게 없죠. 그 느낌을 카카오톡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앱 내에서 화면을 끌어당기면 작은 화면으로 전환되면서 카카오톡의 기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요. 멀티 태스킹이 가능한 거죠. 이 기능은 메신저 기반의 카카오톡이 활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포인트로 보입니다. 이 포인트가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지는 더욱 기대되는 바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카카오TV는 올해 6개 드라마, 19개 예능 등 총 25개 타이틀로 350여편의 에피소드를 오리지널 콘텐츠로 선보일거라고 합니다.


이에 주최가 되는 카카오M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연예기획사(매니지먼트) 7개사, 영화사 2개사, 드라마제작사 3개사, 음악레이블 4곳, 공연제작사 1개 등을 잇달아 인수-설립했을 뿐만 아니라, ‘진짜 사나이’ 김민종 PD,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문상돈 PD,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박진경 PD 등 스타 PD들을 대거 영입하기도 했으니까요. 이제부터는 달릴 일만 남았습니다. 계열사인 카카오페이지 확보한 7,000여 편이 넘는 웹툰과 웹소설의 IP 또는 활용 가능하니까요. 혹시 아나요? 미생과 이태원클라스의 사례처럼 메가 히트 콘텐츠의 탄생이 카카오TV가 될 날이 올지도요. 정말 텔레비전 채널이 부럽지 않게

될 날이 조만간 올 것 같습니다.




독자이자 소비자로서 새로운 콘텐츠가 늘어난다는 건 기쁜 일입니다. 반대로 그만큼 플랫폼과 콘텐츠 기획자의 고민의 시간은 길어진다는 거겠죠. 카카오의 고민의 흔적이 보여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시대의 거대한 흐름을 목도하는 시기에 살고 있다는 건 나름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그 산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흥미롭습니다.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플랫폼 기업, 콘텐츠 기업들의 움직임을 꾸준히 담아보려고 합니다. 어떤 포인트던지 편한 피드백 환영입니다. 시대가 바뀌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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