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을 봤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를 가야 한다. 나는 검정고시를 합격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검을 봤다. 사지 멀정하지만, 고교중퇴생이라는 딱지가 붙어서 4급이 나왔다. 그래서 공익판정을 받았다.
27사단, 강원도 화천 이기자 부대에서 4주동안에 훈련소 교육을 받고, 가락시장에 배정되어서 2년 동안 교통 정리를 해야했다. 남들은 공익이라고 하면 편하게 생활한다고 하는데 나는 운도 지지리 없다.
혼자 갈 수 있는데, 아들 혼자 훈련소 보내는 것이 걱정이 되었는지 아버지가 훈련소까지 같이 가주셨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화천으로 갔다. 훈련소 바로 앞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내 바로 앞 테이블에 앉은 커플은 남자친구와의 잠시의 이별이 아쉬웠는지. 밥을 떠먹여준다. 그 모습을 보면서 밥을 먹는데,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밥을 먹었다.
훈련소 연병장에 집합을 했다. 우왕좌왕 하다가. 나는 가장 가장자리에 줄을 섰다. 8소대. 두줄씩 줄을 섰는데, 간단한 입소 신고를 하고, 소대별로 맡은 임무가 있었다. 식수를 담당하는 소대, 청소를 담당하는 소대, 우리 8소대는 배식을 담당하는 소대였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4주 내내 짬통을 담당하게 될 줄은.
내무반에 들어가서 가져온 옷을 정리하고, 군복, 군화, 속옷등을 배급 받았다. 그리고 식당에 가서 식사를 했다. 167번 훈련병. 나와 다른 두명의 훈련병은 같이 짬통을 담당해야 했다. 식사를 마친 훈련병들의 식판을 모아서. 설겆이 하는 곳으로 옮기고, 음식물 쓰레기통을 깨끗하게 물로 청소하는 일을 했다.
여름 날씨라 파리도 많았고, 벌도 많았다. 집에서도 음식물 한번 제대로 정리 못했던 내가 남들이 먹다 남긴 음식물 쓰레기를 청소하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내가 싫다고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번. 식사 식간은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지. 아침 식사 정리를 마치고, 내무실로 들어가서 잠시의 휴식을 취하면 다시 점심 시간이었다. 그 덕분에 우리 소대는 훈련시간에 훈련을 많이 빠졌다.
행군을 한 번 했다. 원래는 더 많은 거리를 걸어야 했지만, 인근부대에서 행군 중 한 군인이 탈진으로 사망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계획보다 짧은 거리를 걸었다. 그래도 6시간 정도를 걸었다. 행군을 마치고 돌아와서 먹은 라면과 월드콘은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4주동안 나는 짬통 정리와 설겆이만 하고 훈련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