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천천히 가야 새로운게 보인다
이동할 때는 습관 처럼 택시를 탔다. 빠르게 이동하는게 오히려 돈 보다 귀한 시간을 버는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비를 맞으며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도착시간이 한참 남은 버스를 기다리면서 아버지 생각이 났다.
내 기억으로 아버지는 택시를 타신 적이 한 번도 없다. 버스 2-3정거장 거리 정도는 늘상 걸어 다니시고, 항상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신다.
십여년전 아버지가 철거 일을 마치고 돌아오시는 길에 연장을 들고 땀을 흘리면서 들어오시는 모습을 봤다.
그 무거운걸 들고 집까지 걸어오셨다고 한다. 그때는 아버지가 미련스럽게 보였다. 왜 택시타고 오면 되는걸 무겁게 그걸 가지고 걸어오느냐고 답답한 마음에 화를 냈었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아버지 마음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된다. 하나 밖에 없는 자녀를 위해서 돈을 아끼셨다는 것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새벽 5:30 분이면 출근하러 나가시는 아버지의 무게를 이제야 조금은 헤아릴 수 있다
오늘은 택시 대신 버스를 탔다. 이동하면서 창 밖을 보고, 버스 안 사람 구경을 했다. 택시 탈 때는 휙 지나가버렸던 풍경이 정거장 정거장을 멈출 때마다 새롭게 보인다.
항상 빠른 것만 좇으며 살아왔다. 천천히 가야 옆에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음을 다시 느끼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