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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것만큼이나 끝내는 건 어려운 일

지난날을 보내주어요

by 밈혜윤

어떻게 지내시나요

변방의 브런치를 찾아드는 여러분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변방의 브런치 작가는 잘 지냅니다. 2024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많은 생각이 듭니다. 2024년에 들어서며 했던 여러 결심이 생각나는군요. 과연 나는 그걸 잘 지켜왔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공부, 다이어트, 인간관계, 독서... 여러 결심들을 하셨을 테죠. 잘 이루어 내셨나요?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고 봅니다.


변방의 브런치 작가는 묻고 싶습니다. '잘 이루어낸 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고요. 어쩌면 당신은 매일, 일주일에 두세 번, 이런 구체적인 기준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에 미달한 때가 많아서 잘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죠. 그렇게 빡빡하게 스스로 몰아붙일 필요가 있을까요? 아니오.


변방의 브런치 작가는 다시 묻겠습니다. 목표를 세웠었나요? 한 번이라도 목표를 이루어 보려고 애썼나요? 책을 펼치고,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고, 헬스장을 한 번이라도 갔던가요? 심지어는 두 번 이상 했다고요? 정말 잘하셨군요. 이루려고 노력을 했네요. 제가 보기엔 당신의 2024년은 훌륭한 한 해였습니다. 노력했잖아요. 그 한 번, 두 번의 노력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면 우리의 인생은 얼마나 덧없는 것만 남게 되는지.


어떤 분은 저 같은 사고를 정신 승리라고 무시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노력을 폄하하고, 자신을 하대하는 것은 어떠한 승리도 아닙니다. 스스로의 노력에 박수를 쳐요. 그리고 우리의 노력을 정갈하게 개켜 넣어서 2024년을 보내줍시다.


시작만큼 끝내기란 어려운 일

예전엔 제게 시작만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시작만 하면 어떻게든 굴러간다는 근거 없는 믿음 때문이었을까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맹신했던, 그래서 일을 곧잘 벌리던 저는 중도에 흐지부지 망치는 일이 많았습니다. 호기롭게 시작했다가 처음만큼의 마음으로 지속해 나갈 수 없던 스스로의 멱살을 잡아 메치면서 스스로를 모욕 주기 바빴습니다.


어느 날 생각에 잠깁니다. 왜 이런 식으로 일이 흘러가는 걸까? 그때 깨달았어요. 끝낼 줄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끝내는 일은 시작만큼, 아니 시작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걸. 그리고 나는 은근슬쩍 발을 빼며 회피는 했지만 제대로 마음먹고 종료를 해본 적은 없다는 걸. 뭔가를 끝낼 때 어쩔 수 없이 숟가락을 얹는 작은 공허감을 견딜 수 없었던 탓입니다.


2024년엔 정말 많은 일을 했습니다. 수험 생활, 골프, 피아노, 헬스, 외국어. 하나 같이 후회는 없었습니다. 하고 싶을 때 할 만큼 했고 즐거웠습니다. 연말에 가까워지고 있는 아직 따뜻했던 11월, 하나하나 검토하며 정리를 했습니다. 앞으로 할 것, 멈추어 둘 것, 영영 하지 않을 것. 시간을 들여 보낼 것은 보내고 남길 것은 남기는 정리를 했더니 공허감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정중한 작별은 사람에게만 필요한 건 아닌가 봅니다.


2024년이 하루하고 반 조금 안 되게 남았네요. 여러분도 여러분이 했던 여러 일과 정중한 인사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작별, 재회, 내일을 기약하는 인사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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