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이후 스스로를 정비(整備) 하는 에세이 (2)
'자살하면 그만이야'
2022년 연초에 커뮤니티 및 SNS에 너무나도 많이 올라와서 다들 아는 광대일 것이다.
짤은 보면 알겠지만, 디씨인사이드 미국 주식 갤러리에서 유래된 것 같다. 폭락장에 할 말이 없어지자, 자살하면 그만이라는 유쾌하지만, 우울한, 블랙코미디적인 Meme(=짤)이 확산되었다.
이후에도 2022년의 Meme은 '알빠노 (=내가 알 바이냐, 내가 알아서 뭐하냐)', '누칼협 (=누가 칼로 협박했냐)등의 유행어들이 나왔다. 나도 30대 중반인지라, 인터넷 속도가 살짝 느려지고는 있지만, 이러한 Meme들을 보면서 사회가 부정적인 기류가 전역에 깔려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자살하면 그만이다, 내가 알바냐, 누가 칼로 협박했냐 등, 서로 이야기를 하려는 태도가 아닌, 일방향적으로 부정적인 유행어들이 사회를 강타한다는 것 자체가 결코 유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러한 와중에 2022년 말이 되면서, 우리는 아래와 같은 사진을 보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사실 이 말은 LOL(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게임단 DRX의 전설적인 프로게이머 Deft가 LOL의 월드컵인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에서 첫 패배 이후 "오늘 지긴 했지만... 저희끼리만 안 무너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말을 기자가 'DRX 데프트 "로그전 패배 괜찮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번역한 것이 유래가 되었다. (사실 이 말은 만든 것에 쿠키뉴스의 문대찬 기자가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할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이 말을 월드컵 16강의 기적에서 보게 되었다. 언론에서 10% 내외의 확률이라고 경우의 수를 이야기했던 상황 속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태극전사들이 태극기에 이 말을 쓴 것이다. 이후 '중꺾마'로 줄여서 Meme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이 말은 어느덧 많은 사람들이 아는 구호가 되었다.
너무나 기분이 좋고, 긍정적인 유행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는 모두가 한 마음으로 뭉치고, 애국심을 불태우게 하는 방법으로 매우 뛰어나다. 그러나 내 생각에 스포츠가 가장 큰 감동을 줄 때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심어줄 수 있을 때인 듯하다.
2022년의 한 해는 '응. 자살하면 그만이야'에서 시작하여,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끝나간다. 사회적으로도, 개인사에서도 많은 일들이 많았던 한 해였지만, 그만큼 스스로 한 겹 더 단단해지는 한 해가 되었던 것 같다.
오늘 2022 월드컵 대표팀이 해단식을 하였다. 어느 때보다 고마운 추억을 안겨준 대표팀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