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킥보드가 찻길로 가는 거야?
걱정하는 거 맞지?
코요요~(콧물이 나왔어요~) 해서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사거리 신호등 앞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각선으로 맞은편 도로를 보니 킥보드 탄 사람이 차도로 달리고 있다.
"뭐야 저 사람은... 킥보드를 타고 찻길로 다녀도 되나?" 혼자 중얼거리는데 신호가 바뀌어 유아차를 밀었다.
"할무니 이거 킥보드 요기 있어요!" 길가도 아니고 사람 다니는 길 한가운데에 떡하니 세워져 있는 전동 킥보드를 보고 하는 말이다. "그러게... 왜 여기다 세워 놓을까?"
조금 더 걷다 보니 길 한가운데에 전동자전거도 세워져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이런 물건들 때문에 짜증 스러 울때가 종종 있다. 급할 때 돈을 내고 사용하는 것은 편리한 일인데 사용 후에는 굳이 저렇게 길 한가운데에 놓아야 하는 건가 싶다. 유아차를 밀고 가다 보면 걸리적거릴 때가 많다. 길 가장자리나 적당히 모서리에 가지런히 세워두면 안 되는 걸까. 세워져 있는 것은 그래도 낫다. 길가에 눕혀놓는 건 또 뭐야?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면 사용 후에 다른 보행자들도 배려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닐까? 하루에도 몇 번씩 보는 보행자도로의 풍경이다.
저녁이 되어 가족이 다 모였다. 우리 아가는 이 시간을 매우 좋아한다. 식사 후, 엄마랑 아빠랑 격하게 뛰고 놀다가 목욕을 하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산책을 나간다. 조금 일찍 재울 수 있는 방법일까 싶어서 수면 준비를 다 해서 데리고 나간다. 공원을 한 바퀴 돌 때도 있지만 이웃 동네 아파트길로 해서 큰 도로를 거쳐 개구리울음소리가 들리는 변두리 산책길로 들어설때도 있다. 거리로 나서면 아가는 어른들의 말소리에 지지 않고 종알종알 말을 섞는다. 뿐만 아니라 큰 도로를 지날 땐 자동차를 보고 외친다. "저거 아빠차다 카이발~, 저기 엄마차 갔다 라이~" 거리를 걸으면서 우리 가족의 웃음소리는 끊이질 않는다. 제발 집에 도착하기 전에 잠이 들면 좋으련만... 오히려 말똥말똥하고 유아차에서 내려 걷겠다고 난리다.
"어~어! 왜 킥보드가 찻길로 가는 거야? 왜..왜.. 킥보드가 찻길로 가는 거지?"
아기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맞은편 도로를 보니... 킥보드가 찻길로 가고 있었다. 사라질 때까지 외친다.
" 왜! 킥보드가 찻길로 가요? 아빠~? 킥보드가 찻길로 갔쪄요~"
엄마 아빠는 킥보드가 찻길로 간 사실엔 놀라지 않은 눈치다. 그저 우리 아가가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하며 놀랍기만 하다.
나는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침에 혼잣말로 "뭐야 저 사람은... 킥보드를 타고 찻길로 다녀도 되나?" 하면서 뒤에 욕이라도 한마디 덧붙였으면? 그대로 기억했다가 따라 하지 않았을까.
아이 앞에선 혼잣말이라도 매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 다시 한번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