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솔안나 Jul 05. 2024

왜, 킥보드가 찻길로 가는 거야?

걱정하는 거 맞지?

코요요~(콧물이 나왔어요~) 해서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사거리 신호등 앞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각선으로 맞은편 도로를 보니 킥보드 탄 사람이 차도로 달리고 있다.

"뭐야 저 사람은... 킥보드를 타고 찻길로 다녀도 되나?" 혼자 중얼거리는데 신호가 바뀌어 유아차를 밀었다.

"할무니 이거 킥보드 요기 있어요!" 길가도 아니고 사람 다니는 길 한가운데에 떡하니 세워져 있는 전동 킥보드를 보고 하는 말이다. "그러게... 왜 여기다 세워 놓을까?"

조금 더 걷다 보니 길 한가운데에 전동자전거도 세워져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이런 물건들 때문에 짜증 스러 울때가 종종 있다. 급할 때 돈을 내고 사용하는 것은 편리한 일인데 사용 후에는 굳이 저렇게 한가운데에 놓아야 하는 건가 싶다. 유아차를 밀고 가다 보면 걸리적거릴 때가 많다. 가장자리나 적당히 모서리에 가지런히 세워두면 안 되는 걸까. 세워져 있는 것은 그래도 낫다. 길가에 눕혀놓는 건 뭐야?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면 사용 후에 다른 보행자들도 배려할 알아야 하는 거 아닐까? 하루에도 몇 번씩 보행자도로의 풍경이다.


저녁이 되어 가족이 다 모였다. 우리 아가는 이 시간을 매우 좋아한다. 식사 후, 엄마랑 아빠랑 격하게 뛰고 놀다가 목욕을 하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산책을 나간다. 조금 일찍 재울 수 있는 방법일까 싶어서 수면 준비를 다 해서 데리고 나간다. 공원을 한 바퀴 돌 때도 있지만 이웃 동네 아파트길로 해서 큰 도로를 거쳐 개구리울음소리가 들리는 변두리 산책길로 들어설때도 있다. 거리로 나서면 아가는 어른들의 말소리에 지지 않고 종알종알 말을 섞는다. 뿐만 아니라 큰 도로를 지날 땐 자동차를 보고 외친다. "저거 아빠차다 카이발~, 저기 엄마차 갔다 이~" 거리를 걸으면서 우리 가족의 웃음소리는 끊이질 않는다. 제발 집에 도착하기 전에 잠이 들면 좋으련만... 오히려 말똥말똥하고 유아차에서 내려 걷겠다고 난리다.

"어~어! 왜 킥보드가 찻길로 가는 거야? 왜..왜.. 킥보드가 찻길로 가는 거지?"

아기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맞은편 도로를 보니... 킥보드가 찻길로 가고 있었다. 사라질 때까지 외친다.

" 왜! 킥보드가 찻길로 가요? 아빠~? 킥보드가 찻길로 갔쪄요~"

엄마 아빠는 킥보드가 찻길로 간 사실엔 놀라지 않은 눈치다. 그저 우리 아가가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하며 놀랍기만 하다.


나는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침에 혼잣말로 "뭐야 저 사람은... 킥보드를 타고 찻길로 다녀도 되나?" 하면서 뒤에 욕이라도 한마디 덧붙였으면? 그대로 기억했다가 따라 하지 않았을까.

아이 앞에선 혼잣말이라도 매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 다시 한번 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산타 할아버지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