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joge Dec 05. 2018

이미지에 판타지를 더하다.

요즘 뜨는 인싸템 Zepeto 사용기

  얼마전에 우연히 알게된 앱 Zepeto에 완전 빠져버렸다.

알고보니 출시된지는 9개월 정도 되었고, 이미 미국, 중국, 한국 무료 앱 인기 차트 1위를 찍은 핫한 아이템이었다.


  Zepeto는 얼굴 사진을 넣으면 3D 캐릭터를 만들어주고, 내 캐릭터와 공간을 꾸밀 수 있는 앱이다. 여러가지 아기자기한 기능들이 있지만 이 앱의 킬러 피쳐는 단연 ‘포토부스’ 기능이다.


  ‘포토부스’는 내 캐릭터를 가지고, 미리 준비된 포즈 중에서 하나를 고른 뒤, 배경에 원하는 사진을 넣어 이미지로 저장하는 기능이다. 3D 캐릭터, 포즈, 여기에 어울리는 배경이 합쳐져서 하나의 유니크한 이미지가 탄생한다. 소셜 기능이 있어서 다른 캐릭터들과 콜라보 이미지도 만들 수 있다. 한국, 미국, 중국 1020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앱답게 친구들끼리 같이 Zepeto를 쓰는 경우도 많이 보이고, 아예 자기 프로필에 ‘콜라보 하고 싶으면 DM을 보내라’ 라고 적어놓은 경우도 많다.


  ‘포토부스’ 기능은 기존의 인스타 문법을 완벽히 이해하고 십분 활용하는 천재적인 기획이다. 기존의 인스타가 ‘예쁜’, ‘자랑하고 싶은’ 이미지를 유통시켰다면, Zepeto는 여기에 ‘가상의 캐릭터’를 가지고 올라타 ‘재미’와 ‘판타지’를 더했다. (삼성의 3D 캐릭터는 ‘사용 시나리오의 부재’를 차치하고라도 일단 ‘예쁨’에서 탈락했다.) ‘가상의 캐릭터’가 올라타는 순간 이미지의 맥락은 폭발적으로 확장된다. 배경 이미지는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이 될 수도 있고, 내 사진이 아니어도, 사진이 아니고 그림이어도 상관 없다. 어느 쪽이든 최종 이미지는 현실을 초월한 판타지가 된다. 단지 ‘현실을 모방한 가상’이거나, 가상에 가상을 더한 ‘수퍼 가상’인 정도의 베리에이션이 있을 뿐이다.


현실을 모방한 가상(출처 : mimi.zepeto)과 가상에 가상을 더한 수퍼 가상(출처 : faith_zepeto)

  판타지의 세계는 우리의 현실을 매우 닮았지만, 그 현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초월하기 때문에 매력이 있다. 해리포터급이 아니라, 귀여운 3D 캐릭터 정도가 만들어내는 미약한(?) 판타지에도 취약한 나같은 타입에게 Zepeto는 중독적이다. 이미지를 찍어낼 때마다 현실 초월의 느낌, 판타지적인 설정이 주는 묘한 쾌감이 있다. 또 (연예인이 아닌 이상) 모르는 사람의 셀카는 보고 싶지 않은데, 그 사람 옆에 싱크로율이 높은 3D 캐릭터가 같이 있으면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모르는 사람의 현실에는 노관심이지만, 모르는 사람의 판타지에는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높은 싱크로율이 주는 재미도 있지만, 현실을 초월한, 판타지적인 이미지가 주는 호감도 있는 것 같다. (좌출처 : _.alohomora._, 우출처 : ankita_art16)

  Zepeto 헤비 유저들은 대부분 Zepeto용 인스타 계정을 따로 가지고 있다. 내 인스타 계정을 가지고 하던 걸 Zepeto 계정을 가지고 똑같이 할 수 있다. 일상적으로 사진을 올리고, 사진에 친구들을 태그하고, 사진에 어울리는 해시태그를 달고, 스토리를 공유하고, 다른 Zepeto 유저들과 친구를 맺는다. Zepeto의 유저 베이스가 커지면, 인플루언서 Zepeto 계정, 광고 Zepeto 계정이 생겨날 것을 충분히 예측해볼 수 있다. 이런 캐릭터 장르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캐릭터나 공간의 퀄리티(현실과의 싱크로율, 예쁨, 디테일 등)가 높아진다면 충분히 메이저 시장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주목할만한 점은 자기 표현과 현실 초월에 능숙한 GenZ가 이미 이런 서비스에 열광하고 있다는 것이다.


30분동안 인스타에 #zepeto 게시물이 천개가 넘게 올라왔고 내 배터리는 19%가 충전되었다.


  Zepeto는 철저하게 인스타를 통해 콘텐츠를 유통하고, 스스로는 콘텐츠 생산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Zepeto의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는데 앱이 무겁고 느리다는 것이다. 앞으로 개선되리라 믿는다. 유료 아이템 판매로만 돈을 벌 것인지, 다른 서비스 확장 모델은 없는지도 궁금하다. 5G, AR, VR 시대가 되면 이런 류의 서비스가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Zepeto가 성공 사례를 만들었으니 비슷한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겠지?


  끝으로 내가 Zepeto 포토부스로 이미지를 찍어내는 여섯가지 법칙을 소개하겠다. 나는 아주 리얼한 사진을 배경으로 쓰는 걸 좋아한다. 현실과 가상이 하나의 이미지로 만나면 예상치 못한 스토리, 묘한 조화가 탄생한다.


취향따라 꾸미는 ZEPETO 포토부스 이미지 제작팁
1. 로망 실현 - 좋아하는 스타옆에 가상의 나를

좋아하는 BTS 사진을 배경으로 채택. 포즈와 위치 선정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이미지가 완성되면, 기분이 좋아진다.

2. 추억 소환 - 방문했던 여행지에 가상의 나를

지난 달 놀러간 일본 가마쿠라 거리 풍경, 9년 전 놀러갔던 미국 Pensacola 빌라 실내 사진을 배경으로 채택. 역시나 풍경에 어울리는 포즈와 위치 선정이 중요하다. 오래 전 여행지라면 필름 카메라 느낌의 필터를 써도 좋다. 이미지가 완성되면, 추억이 소환된다.

3. 일상의 변주 - 매일 다니는 곳에 가상의 나를

집 앞 횡단보도, 회사 건물이 보이는 아파트 단지 사진을 배경으로 채택. 가상의 나를 가로수만큼 크게 만들거나 건물 꼭대기에 앉히는 등의 설정으로 일상 탈출 효과를 준다. 이미지가 완성되면,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4. 취향의 공유 -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옆에 가상의 나를

좋아하는 영화, 책, 카페, 바, 메뉴, 브랜드 등이 슬며시 드러나는 사진을 배경으로 채택. 내 취향을 드러낼 수 있다. 이미지가 완성되면, 뿌듯하다.

5. 상상의 실현 - 말도 안되는 상황에 가상의 나를

Unsplash라는 저작권 문제없는 무료 사진 공유앱에서 아무거나 맘에 드는 사진을 배경으로 채택. 이미지 소스가 풍부하기 때문에 007처럼 달리는 차 위에 서있거나 거대한 동물 앞에 미니미가 되는 등의 다양한 상황 연출이 가능하다. 이미지가 완성되면, 재밌다.

6-1. 시리즈 - 연속적인 상황과 캐릭터 연출
6-2. 시리즈- 역전적인 상황과 캐릭터 연출

마지막은 시리즈 만들기. 둘 이상의 캐릭터가 있으면 ‘관계’가 생기기 때문에 일종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 BTS 남준 캐릭터를 누가 만들었길래 냉큼 친구 추가하고 콜라보 사진을 만들었다. 포즈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배경 이미지나 캐릭터들의 위치를 바꿔가며 스토리를 만든다. 이미지가 완성되면, 또 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어진다.


7. 인스타느낌 - 예쁜 배경 이미지에 가상의 나를

이 글을 쓰고나서 유튜브에 ‘제페토’ 검색했다가 최근 며칠 사이 제페토~ 하는 법, 제페토 친추하자는 동영상이 엄청나게 많이 올라온 걸 보고 깜짝 놀람. 근데 얼핏 봐서는 아직 그럴싸한 how-to나 콘텐츠는 없고 초보 수준같다. 그나마 괜찮아보이는 how-to 영상을 하나 보고 위 이미지 제작 성공! 합성 덕후인 나에게 이 곳은 신세계다...


SNOW Corporation의 ZEPETO https://itunes.apple.com/kr/app/zepeto/id1350301428?mt=8

작가의 이전글 바닷가마을 여행 다이어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