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J와 나는 주문하기 위해 카페 카운터에 섰다. 나는 늘 마시던 아이스라테를 시키고 J에게도 아메리카노를 고를 거냐고 물었다. J는 잠시만, 이라고 말한 뒤 신중하게 메뉴판을 눈으로 훑었다. “며칠 전에 한의원에 갔는데 내가 카페인이 잘 받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커피를 좀 줄여서 끊어볼까 생각중이야.” J는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나는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인 뒤 J가 좋아하는 파운드 케이크를 추가로 주문했다. 그러자 J는 본인이 빵을 좋아하긴 하지만 요즘 다이어트를 하고 있어서 자제 중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취소하려 했지만 J가 황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그냥 디카페인 아메리카노하고 파운드 케이크 먹자.” 그녀는 큰 결심이라도 했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이층 창가에 자리를 잡자 J는 울상을 지으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사귀던 남자를 부모가 반대한다는 이야기였다. 이유는 길었지만 요지는 다섯 살 연하이고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남자 역시 아직 어려서 결혼에 뜻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최근에는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맞선까지 봤다고 했다. 나는 J의 마음을 물었다. J는 처음에는 부모의 반대가 이해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맞선 자리에서 만난 남자는 예의 있고 안정감을 주었다고 했다. 그 안정감이란 결국 비슷한 학벌과 안정적인 직장에서 비롯된 것이었는데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J는 전 남자친구와는 달리 대화가 잘 통하고 취미도 맞는다고 덧붙이며 근심 어린 얼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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