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항상 바쁜 나날을 보낸다. 아침에 일어나 학교 혹은 직장에 가서 주어진 일과를 해야하고, 일과가 끝난 후에도 밀린 업무와 남겨진 과제를 끝내야 한다. 그 이후 잠깐의 휴식시간이 찾아 오더라도 친구 혹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무언가 - 주로 스마트폰, 티비, 컴퓨터 등등 - 를 하며 하루를 끝마친다. (물론 자신만의 취미생활을 보내며 의미있는 시간을 갖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즉,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나만의 시간이 우리에겐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게을리 살고있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우리를 가꾸고 계발해야 하기에, "나는 누구일까"와 같은 고민은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른다.
작년 나의 대학교 1학년 생활도 이와 비슷했다. 학업, 교내 활동, 독서 토론 모임등 이것저것 많이 참여하고 열심히 했지만, 정작 돌아보면 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나 1년 동안 뭐했지?' 분명히 여러가지를 경험하고 배웠지만 내게 남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열심히 살았는데, 1년을 버린 느낌이었다.
그 후, 여행을 떠났다
그렇게 여러 고민을 하던 중 충동적으로 나 홀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혼자 기차를 타고 혼자 밥을 먹으며 전에 해보지 못했던,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여행은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라는 것을.
평소 우리는 집단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내 것을 양보하며 '남'을 위해 살아가는 경우가 꽤 있다. 남이 나를 미워할까 두려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까지 신경쓰는 모습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모습이기도 했다. 특히 한 집단의 획일화된 기준 혹은 루트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어이없는 눈총을 받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때문에 '나'의 마음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그리 큰 비중을 차지 하지 못했다. 결국 남을 위한 삶이 계속 이어졌던 것이다.
이러한 우리에게 여행은 여러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손 쉬운 방법이자 순간이 되어준다.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고 어디서 잘지, 모든 선택과 결정이 오로지 나에게 위임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이 겪게 되는 여행 속 선택의 순간. 이러한 순간에 우리는 자연스레 '나'에게 집중하게 된다. 그리 중요시 하지 않았던 나의 생각과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나도 여행을 하면서 몰랐던 나의 모습들을 알게되고, 점점 변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그 짧은 시간에 실감할 수 있었다. "빨리빨리!"가 몸에 밴 성격이라 여유가 없고 주위를 둘러보지 않던 내가 천천히 길을 걷고 순간순간을 즐기게 되었다. 그리고 확신이 들지 않는 일엔 도전을 하지 않던 내가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생각과 함께 우선 저지르고 보게 되었다. 좋아하는 풍경을 2~30분씩 쳐다보는 모습, 길치인 내가 인터넷 지도를 보지 않고 한 발자국을 내미는 모습이 이러한 변화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여행을 하며 나를 알아감과 동시에, 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계속되는 여행
세상은 우리가 바쁘게 살아가도록 만든다. 만약 우리 사회에 통용되어있는 '바쁨'대로 우리가 살아가지 않으면, 우리는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낙인 찍히곤 한다. 그렇게 우리가 겪게 되는 빡빡한 일상과 뒤를 돌아볼 시간도 없는 삶. 여행은 그런 우리가 잠시 쉴 수 있는 작은 휴식 공간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러한 구속에서 벗어나 나만의 인생을 찾을 기회를 주는 시간인 것 같다. 잘 아는것 같으면서도 막상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는 '나'. 여행은 그러한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자, 일상에 지친 '나'에게 주는 하나의 선물이다. 그렇기에, 난 계속 여행을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