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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지 Feb 15. 2019

[우따따를 기다리는 사람들]인터뷰_2

성별을 떠나 '내가'원하는 것을 선택하기를

안녕하세요 성평등 그림책 큐레이션 서비스 우따따를 만들고 있는 딱따구리입니다. 지난번 [우따따를 기다리는 사람들]에서는 남자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인터뷰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오늘은 어린이집 선생님과 인터뷰를 진행해보았어요. 왜 아이들에게 성평등 교육이 필요할까요?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저는 아동학과 전공으로 한국 어린이집에서 다년간 근무 후 캐나다로 건너와 캐나다 어린이집에서 근무 중인 선생님입니다. 국내외로 아동 관련 봉사를 하며 아동 복지와 권리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최근에는 세계 여러 곳에서 일어나는 성차별 이슈를 보면서 성평등 교육에 주목하게 되었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육자로서 어떻게 하면 어린 나이부터 성평등 교육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 다방면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Q. 성차별, 성고정관념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A. 영아기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아이들에게 자아가 생기고, 자기가 원하는 걸 선택할 때가 되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성고정관념적인 선택을 한다는 거예요. 여아들은 드레스나  분홍색, 긴 머리를 선택하고 남아들은 자동차, 파란색, 로봇 등을 선택하죠. 이런 상황을 자주 보게 되면서 유전적으로 여자는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남자는 강하고 역동적인 것을 좋아하게 태어나진 않았을 텐데 왜 아이들은 성별에 따라 선호하는 게 달라지게 됐을까?라는 궁금증을 품게 되었습니다.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도 아닌데, 왜 아이들은 성별에 따라 선호하는 게 달라지게 됐을까?



성별에 따라 자연스럽게 무리가 갈라지고, 선호하는 놀이가 확연히 달라지는 것과 일상생활에서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어쩌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어린 나이부터 성고정관념이 생기는지도 모르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다양한 상황들과 마주하게 되면서 아이들이 성고정관념을 학습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어디에서 성고정관념을 학습하게 되는 것인지 깊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Q. 어린이집 교사의 입장에서 아이들이 성고정관념을 가지지 않는 것, 왜 중요할까요?

A.어릴 때부터 성별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노출되는 영상매체, 장난감 그리고 성인들이 하는 말은 아이들 머리와 마음속에 차곡차곡 저장됩니다. 이런 영아기를 지나 유아기가 되었을 때는 "나는 남자니까!"/"나는 여자니까!"라는 성고정관념이 형성되어 아이들 행동에서 나타나게 됩니다. 성고정관념이 형성되고 나면 아이들 역시 무의식적으로 성별에 따라 놀이를 선택하게 됩니다. 그 말은,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경험의 폭이 점점 줄어든다는 말이지요. (사회화 과정이 시작되는 만 3세 중후반이 되면 아이들은 자신의 취향이 확고해지고 자연스럽게 성별에 따라 무리가 갈라집니다) 한 번 형성된 성고정관념은 쉽게 바뀌지 않고, 성장하면서 성역할에 대한 좁은 시야를 갖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성고정관념을 갖지 않아야 성장하면서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성별을 떠나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성고정관념을 학습하지 않아야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성별을 떠나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선택할 수 있습니다.




Q. 교육기관과 가정 내 성평등 교육이 함께 진행되어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아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장소는 교육기관과 가정입니다. 또한 아이들이 가장 많이 마주치는 성인은 자신의 부모와 교육기관 선생님입니다. 실제로 많은 교육기관에서 사소한 기본생활습관 하나를 가르칠 때도 가정과 연계하여 진행합니다. 자신과 애착이 형성된 성인들이 일관된 모습을 보여야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려고 합니다. 아이들을 교육할 때 일관성이 없다면 아이들이 혼란을 느끼고 어느 순간에는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거북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Q. 그런 점에서 우따따 서비스가 어떤 도움이 될까요?

A. 성차별/성고정관념이 배제된 그림책을 찾는 게 사실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걸, 아이들과 함께 해본 분들은 이미 다 알고 계실 겁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전에 책을 하나하나 다 검토해보는 건 시간도 정성도 아주 많이 필요한 일이죠. 하지만 딱따구리 서비스를 통해 책을 소개받는다면 교사 입장에서는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성평등이 담겨있는 책을 의도적으로 자주 제공하여, 아이들이 성역할에 고정관념을 갖지 않도록 도와주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책 속 등장인물들을 함께 살펴보고 선생님, 또래들과 이야기 나눠보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성고정관념을 떨쳐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Q. 우따따 서비스를 권장하고 싶은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우리는 그림책을 고를 때 어떤 교육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는지, 아이가 얼마나 영어를 배울 수 있는지, 숫자를 익힐 수 있는지는 고려하면서 그림책 속 내용과 그림에 가득한 성고정관념은 크게 인지하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자 주제에 왜 저래
- 이 말을 한 아이는 당시 5세였습니다.


한국에서 유아반 선생님을 할 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았던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뭔가를 선택할 때 주저하거나 특정 친구 한두 명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했지만 대답을 하지 않으며 상황을 회피하려고 해서 부모님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저는 아이의 부모님을 통해 같은 반 한두 명의 남자아이들이 그 여자아이가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하고, 자신의 의견을 자신 있게 어필할 때 뒤에서 “여자 주제에 왜 저래”, “저건 여자가 하는 것도 아니잖아”  혹은 “쟨 너무 짜증 나는 여자야”라는 등의 이야기를 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자아이들의 문제 행동은 점점 통제 되지 않는 수준으로 커졌고 결국 해당 남아들의 부모님과도 개별 면담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면담을 해보면 부모님들은 하나같이 “너무 충격적이에요. 저는 단 한 번도 제 아들을 이렇게 가르친 적이 없어요.” 혹은 “여자는 늘 약한 존재라 지켜주고, 아껴주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줘요.”라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이제 와 돌이켜보면 학부모님들도 성평등교육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방법으로 교육을 시도하지만, 수시로 노출되는 잘못된 유아동 컨텐츠와 본인들이 지니고 있는 잘못된 성평등 지식은 고려하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이런 상황을 종종 겪다 보니 아이들에게 어떻게 성평등교육을 해주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해보았지만 마땅한 자료도 준비되어 있지 않고, 직접 발품을 팔아보아도 제가 원하는 기준에 크게  부합하는 그림책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현장에 있는 교사조차 원하는 컨텐츠 찾기가 쉽지 않은데,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부모들은 더욱더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죠. 그런 부분에서 선별된 컨텐츠, 특히 그림책을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다면 시간 절약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으며 이미 성인이 된 우리 역시 잘못된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평등 교육을 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됩니다.


우따따에서 곧 베타 서비스를 오픈합니다.

다음주 화요일 정확한 일정을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딱따구리는 아이들이 주저 없이 자신의 미래를 충분히 상상하며 성장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
딱따구리가 단단한 나무를 뚫듯, 아이 곁에서 차별과 고정관념을 뚫는 서비스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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