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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쪽맑은물 Mar 29. 2024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이호백 글,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어느 화창한 봄날, 병아리 한 마리가 태어났어. 아주 튼튼해 보이는 수평아리였지. 이 수평아리는 보기만큼이나 씩씩했어. 달리기도, 높이뛰기도 잘했단다.  곧 동네에서 제일 힘센 병아리가 되었어. 하루가 다르게 이 병아리는 늠름한 수탉으로 자라났어.

  새벽마다 힘차게 우는 수탉 울음소리가 온 동네 울려 퍼졌지. 힘자랑 대회에서 이 수탉을 이긴 닭은 하나도 없었단다. 수탉은 이 동네에서 제일 힘센 수탉이 되었어. 아니지,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이 된 거야. 동네 다른 수탉들이 모두 부러워했지. 젊은 암탉들에게도 인기가 무척 많았단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보다 더 힘이 센 수탉이 동네에 나타났어.

  그 뒤, 이 수탉은 동네에서 제일 술을 잘 마시는 수탉이 되었어. 술에 취하면, 자기가 젊었을 때 얼마나 힘이 세고 멋있었는지 큰 소리로 떠들어대곤 했지.

  또 세월이 흘렀어. 수탉은 점점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단다. 울음소리도 예전처럼 우렁차게 나오지 않았어. 고기를 씹어도 잘 씹히지 않았고 술도 마실 수가 없었지.

  수탉이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아내가 조용히 다가와 이렇게 말했단다.

  - 여보, 당신은 아직도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이에요. 우리 손자, 손녀들이 얼마나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는지. 우리 아들들은 또 얼마나 힘이 센데요. 물론 당신 한창때보다야 못하지만요. 우리 딸들도 이 동네 다른 암탉들 중에서 제일 알을 많이 낳잖아요. 물론 나보다야 못하지만요! 당신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세상에서 제일 힘세고 행복한 수탉이에요.

  수탉은 환갑을 맞았어. 수탉이 태어났을 때처럼 화장한 봄날이었지. 수탉 자녀와 손주들이 모두 모여 잔치를 열었단다.

  - 할아버지, 할머니. 오래오래 사세요.

  수탉은 세상에서 제일 멋진 꼬리 깃털을 활짝 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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