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고, 아기의 돌잔치를 마치고 이사를 하고나니 어느 새 4월, 복직이 코앞이었다.
2024년 5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그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예쁜 아기를 두고 회사로 돌아가야하다니. 정말 돌아가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과 또 한편으로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도합 1년 4개월을 쉬어버리니 가계 재정이 파탄날 지경이라 빨리 돈을 벌고 싶다'라는 두 마음이 합쳐져 여러 모로 싱숭생숭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날짜가 다가오면서 HR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지금 내가 속해있는 팀 및 사업부 내의 TO가 없으니 다른 팀으로 가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이었다.
내 기존의 직무와 커리어에 맞는 포지션을 찾아 제안하고 내가 회사로 돌아가 복귀한 이후에도 잘 랜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라고 했다.
HR로부터 제안받은 업무는 재직중인 회사에 입사하기 전 에이전시에서 했던 업무와 비슷한 일이었다. 몇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면 원래 복귀가 예정되어있던 오피스가 아닌 다른 장소에 위치한 근무지였고(지금 집과는 거리가 더 멀어지는), 소속되는 법인 자체도 바뀐다는 것이었다.
내가 워킹맘의 길을 선택한 이상, 가장 중요한 건 향후 커리어를 위한 방향성 보다는 '어떻게 하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을까?' 였다. 제안을 수락했을 시, 변경되는 법인 하에서는 보다 자유롭게 육아기 단축근무나 워라밸 등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말에 나는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사실 달리 선택권도 없었다. 자리가 없다는데 별 수 있나.
흠잡을 데 없이 정중하고도 친절한 말투로 6개월 이상 자리를 비우게 되면 회사는 그 자리를 보전할 의무는 없다는 HR 담당자의 설명이 법에 근거한 내용인지 회사 내규가 그렇다는 것인지 따져 물을 자신도 내게는 없었다.
어쨌든 이 정도면 나도 참 순응적인 직원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 나에게 그는 뜻밖의 말을 덧붙였다.
복직 면담이 아닌 말 그대로 '면접'을 봐야한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팀과 직무가 바뀌면서 연봉협상이 다시 필요할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네? 면접이요? 재직자인데 면접을 보나요?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건데요? 이게 일반적인 경우인가요?" 라는 내 질문을 시작으로 이틀 간 HR 뿐 아니라 채용팀까지 껴서 여러 번의 대화와 메일이 오갔다. 그 의미없는 대화들을 이곳에 구구절절 적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돌려서 불쾌함을 표시하는 나, 나를 위한 것인듯 말하지만 결국엔 내게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말을 정중히 반복하는 사측. 참 소모적인 대화였다.
물론 개인이 사내에서 타 부서로의 이동을 원할 때, 해당 포지션에 지원하고 공식적인 면접 프로세스를 거치는 케이스는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내 경우는 전혀 다른 이야기지.
회사는 육아휴직을 마친 직원이 팀으로 원활히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그런데 네 자리는 없어-대신 이 자리로 가-그런데 면접 봐야 해- 떨어지면 다른 자리에 또 면접 봐야해. 이게 말이 되나?
결국 채용팀에서는 나에게 면접이 아닌 면담이라고 생각하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듯 했다.
처음에는 가지고 있던 레쥬메에 경력사항을 업데이트해서 보내달라고 요구했었는데, 뒤늦게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하며, 해당 팀 매니저와 온라인 미팅을 잡겠다고 했다.
그런데 미팅 하루 전날 아침, 다시 내게 메세지가 왔다. 직접 회사로 방문하라는 것이었다.
Team Manager, 그리고 그 윗선인 BGM (Brand General Manager)까지 나를 보고 싶다며, 아이를 케어 중인 내게 당장 내일 아침 10시까지 회사로 오라는 통보였다. (그 분들이 매우 바쁘신 분들이라며... 나는 한가해보였나봄)
뭔가 이상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급하게 남편 연차까지 쓰게 하고, 나는 다음 날 아침 일찍 회사로 향해야만 했다.
돌이켜보면 가장 후회하는 포인트이다. 내가 거길 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