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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딧 Aug 12. 2021

망설임 없이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이유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네덜란드에서 일하며 반복해서 느끼는 점이 하나 있다. 필요하면 망설임 없이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가 생겼거나 막히는 일이 있을 때 혼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면 나만 손해다. 일단 내가 먼저 나서서 도와달라고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몰라준다. 나의 고민과 역경, 힘듦은 내가 말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잘 몰라준다.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길게 경험해보지 않아서 한국에서의 정서는 잘 모르겠다. 아마 다르겠지만) 여기서는 도와달라는 요청이 내가 무능하다거나 책임이 없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그러니 필요하면 도와달라는 말을 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나는 문제에 부딪치면 어떻게든 해결을 해보려 혼자 고군분투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매사 제쳐두고 한 가지에 매달려 있던 적도 많았고, 일 끝나고도 그 생각을 놓지 못할 때도 있었다. 일부는 내 성격 탓이다. 자존심 때문인지 도와달라는 말이 입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 편이다. 정말 어쩔 수 없고, 피치 못할 때가 되면, 그제야 힘들게 짜내서 나 좀 도와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럴 때면 진작 소통을 했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Andrea Piacquadio

첫 번째 이유는 내가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내게 이 문제가 있음을 모르기 때문이다. 같은 팀 소속에 매일 마주 보고 일하는 사이인데 어떻게 모를까 싶었지만 실제로 그랬다. 간혹 문제가 있는 걸 알아도 그게 어떤 문제인지, 얼마나 심각한지, 누군가 나서야 하는지까지는 알기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말하지 않아도 주위를 살피고 파악해주는 ‘눈치와 센스'가 없는 분위기에서는 특히 더 그랬다. 혼자 고민하고 고생한 게 억울할 정도로 몰라준다. 그러니 일단 문제에 부딪치면 빨리 주변에 알리는 것이 좋다. 


두 번째 이유는 누군가 그 답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내가 겪는 이 상황은 아마 회사 입장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분명 누군가는 비슷한 내용이나 맥락의 업무를 해보았을 것이며 그렇기에 경험에서 우러난 답을 갖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내 시야에서는 복잡하게 보이던 문제가 다른 업무나 직책을 맡은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문제일 수도 있다. 나 혼자만 끙끙 앓으면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일이다. 더 나아가 애초에 내 수준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도 주변에 알리고 피드백을 요청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내가 아니라면, 그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포지션에 있는 사람을 얼른 찾을 수 있다..


세 번째, 팀이나 회사의 입장에서는 나라는 개인이 그 문제를 얼마나 고민하고 어떻게 해결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공동의 목표를 달성했는지, 결과물이 있는지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내 개인이 끌어안고 있는 것보다 접근 가능한 리소스들은 모두 확보하고, 필요한 도움은 받아가며 효율적으로 일해야 한다. 뒤늦게 문제 상황을 공유하면 그거야말로 날 무능하게 보이게 한다. 더 쉽게 해결할 수 방법이 있는데 혹은 00에게 물어보면 되는데....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는 질책을 받기 딱이다. 그리고 문제 해결이 되지 못한 경우에도 그렇다. 그럴듯한 결과물로 보여줄 수 없다면 나의 고민과 고생이라도 대외적으로 잘 보이게 해야 뭐라도 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일찌감치 공유를 하고 내가 이런 노력을 하고 있음을 널리 널리 알려야 한다.

@Andrea Piacquadio

하지만 실천에 옮기기에는 아직도 어렵다.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혼자 잘 해내고 싶어 괜한 자존심을 세운다. 방법은 둘 중 하나다. 눈 딱 감고 도와달라고 하거나, 내 실력을 훌쩍 키우거나. 뭐가 더 쉬울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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