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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트 아울 Nov 03. 2023

시간의 향기

한병철

"즉각적인 향락"은 아름다울 수 없다. 왜냐하면 어떤 것의 아름다움은 한참 뒤에야 다른 것의 빛 속에서, 귀중한 추억 속에서 비로소 드러나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지속성에, 사색적 종합에 의존한다. 순간적인 광휘나 자극이 아니라 사물들의 잔광, 사물들의 여운이 아름다운 것이다. 사물들의 영화적 흐름은 아름다움의 시간성이 아니다. 조급성의 시대, 점적인 현재들의 영화적 연속은 아름다움과 진리에 접근하지 못한다. 사색적인 머무름, 금욕적인 자제 속에서 사물은 그 아름다움을, 그 향기로운 정수를 드러낸다. 그 정수의 구성 성분은 잔광을 발하는 시간의 침전물이다.(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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