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디히치하이커 Apr 29. 2022

Leevisa - Koreography(22.4.26)

인디음악 쌈마이 리뷰 - 갓 태어난 음악편

 

 리비자는 최근 한국에서 일렉트로닉 계열 음악을 가장 깊게 파고드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일 것이다. 건질만한 것들을 찾아 심해로 내려갔던 그녀는 전복이나 해삼 대신 기괴하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들고 수면 위로 올라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 수확물은 Koreography. 안무라는 뜻의 choreography에 K를 붙여 한국의 춤이라 명명했다.


 그동안의 작업물들이 주로 이미지를 형상화하는데 주력했다면, 이번 EP에서는 메세지가 느껴진다. 개인적으론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느끼는 불안과 그 속에 매몰된 우울과 무기력이 어떤 형태로 실재하는지에 대한 탐구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일렉트로닉 장르 속에서 시도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아티스트이기에 굉장히 실험적이지만, 적어도 하나의 곡 내에선 하나의 BPM이라는 철로를 공유하며 아슬아슬해도 어떻게든 탈선을 허락하지 않기에 생각보다 그렇게 난해하지도 않고 나름의 훅들도 존재한다.


 첫 곡 'Avant Garde Challenge'부터 무수한 음과 소스들이 초반부의 비교적 정제된 구성에서 점점 제각기 반복과 증식을 거쳐 뒤틀리며 끊임없이 프레임에서 벗어나려 시도한다. 뒤이은 'Indoor Labor'와, 3번 트랙 'Three Shifts'에서도 브레이크비트, 힙합과 저지 클럽 등을 빌려와 실내 근무와 3교대 근무라는 시스템 앞에 하염없이 작아지는 인간이 느낄 우울과 무기력, 그것들이 낳은 분노까지도 표현한다. 그리고 마지막 'Sori Wa Spirit'에 와서는 본인은 이렇게 우울하고 각박한 세상에 시달려도 '재주는 없지만 큰 원칙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라고 외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선언한다. 웅대하고 장엄한 선언이 아닌, 나지막한 앰비언트 속에서 일렁이는 선언이기에 더 와 닿는다.


 DJ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리비자 앞에는 항상 어떤 식으로던 춤을 추는 사람들이 가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에는 그 너머, 육신의 춤사위 뒤 시스템 속에 갇혀 모두가 슬픈 춤을 추고 있는 현대 사회가 맺혀있었던 것 같다.


↓↓↓Leevisa - Koreography↓↓↓

https://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mmOIdSw3_Vgnwl7-oNmZ854DfX03NiomY

작가의 이전글 프랭클리 - Frankly I... (22.3.1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