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현탁 Nov 25. 2022

좋은 프로덕트를 만드는 법(1) 조합하라

iA Presenter, VideoAsk, Transno에 대한 소개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대학교 졸업 축하 연설에서 나온 Connecting the Dots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점과 점이 모여 선이 되듯이 언뜻 보기에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과거의 순간들은 어느 순간 하나의 연장선에 있는 것처럼 연결되어 현재를 이루게 됩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인생에 어떤 점을 찍는 것이라면 점을 찍는 순간에는 어떤 선을 만들지, 도형을 그려낼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고립된 현재의 순간들은 미래에 연결되어 찬란한 모습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Steve Jobs' 2005 Stanford Commencement Address


좋은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올까요? 자퇴 후에 수강하게 된 서체(캘리그래피) 수업이 훗날 매킨토시의 아름다운 디지털 폰트를 탄생시킨 스티브 잡스처럼 언뜻 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건들이 모여 때론 놀라운 결과물이 탄생하곤 합니다. 터치스크린과 휴대폰의 조합으로 아이폰이 탄생하였고, 무한 캔버스와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 기술이 만나 Figma가 되었듯 기존의 아이디어를 빌려 이것을 조합하는 것만으로 혁신적인 제품이 만들어지곤 합니다.




저는 국내외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프로덕트를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ProductHuntindiehackers, disquiet에서 수많은 창조가들에 의해 공개되는 서비스를 보면 가슴이 뜁니다. 최근 프로덕트를 탐방하던 중 정말 멋진 사용 경험을 가진 서비스를 몇 개를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하였을까를 생각하던 중 Connecting the Dots가 떠올랐습니다.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콘셉트가 섞여 놀라운 프로덕트를 만들어낸 것이죠. 이번 글에서는 제가 발견한 서비스 중 서로 다른 콘셉트를 조합하여 탄생한 인상적인 프로덕트인 iA Presenter, VideoAsk, Transno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iA Presenter



macOS에서 10년 동안 유료 글쓰기 앱으로 꾸준한 인기를 구가해온 "iA Writer"를 만든 iA 팀에서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애플리케이션입니다.

PPT를 만드는 일은 그동안 어려운 활동이었습니다. 빅 테크 기업의 무거운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웹 환경에 실행하더라도 오랜 로딩을 거쳐야 했죠. 결국 슬라이드를 만드는 이유도 누군가에게 내 주장을 전달하거나 설득하는 과정인 건데 글을 쓰는 것처럼 PPT를 만들 수는 없을까요?



marp.app이라는 프로덕트가 있습니다. 마크다운 기반의 슬라이드 제작 도구이죠. 가볍게 스타일을 넣고, 이미지를 삽입하고 파워포인트로 출력할 수 있습니다. 빠르게 슬라이드를 만들 수 있어서 사내에서 가볍게 발표하기에는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결과물의 디자인이 조금 아쉽습니다. 여러 가지 테마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개발자를 위해서 만들어진 도구이다 보니 스타일리시한 테마를 만드는 데에는 CSS와 같은 전문 지식이 필요합니다.



다른 쪽 측면에서는 컬러 팔레트를 생성하는 도구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웹 디자인을 하거나 출판 편집 등을 할 때 전체적인 디자인의 아이덴티티와 통일성을 갖추기 위해 컬러 팔레트를 정합니다. 컬러 팔레트는 AI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 사람들의 집단 지성으로 색 조합을 업로드하여 직관적으로 보았을 때 인상적이면서도 안정감을 주는 색의 조합을 둘러볼 수 있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팔레트를 정하고 사용하는 것은 주로 디자이너들의 몫이었죠.


https://colorhunt.co/

https://coolors.co/

https://color.adobe.com/

http://colormind.io/



iA Presenter에서는 기존 marp.app의 PPT 제작의 단순성을 유지하면서도 인상적인 디자인 테마를 제공합니다. 하나의 텍스트 파일에서 화면에 보일 제목과 이미지와 함께 해당 슬라이드에서 말하게 될 대본을 같이 작성합니다. 디자인 따로, 대본 따로 작성할 필요가 없죠. 문서로 작성된 슬라이드는 '디자인' 탭을 거쳐 훌륭한 이미지로 재탄생합니다. 헤더와 본문을 어떤 크기로, 어디에 배치해야 될지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폰트와 테마만 골라주면 됩니다. 다른 어떤 PPT 도구에서도 볼 수 없었던 세로 스크린에 맞춘 모바일 지원은 덤이죠.


iA Presenter 사용 화면 


이렇듯 개발자와 디자이너, 서로 각자의 영역에서만 사용하던 두 가지의 아이디어가 만나 iA Presenter라는 훌륭한 프로덕트가 탄생하였습니다. 아직 베타 테스팅 단계의 macOS 전용 앱이지만 이미 충분히 제품의 가능성을 입증해내었습니다.



VideoAsk (by Typeform)


해외에서는 ZenDeskIntercom, 국내에서는 채널톡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고객 응대는 참 불편한 일이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며 제품에 대해 궁금한 사항을 질문하거나 환불이나 기타 이슈를 문의할 때 게시판에 글을 남겼습니다. 고객 센터 페이지를 찾기 힘들뿐더러 언제 확인해줄지 모르는 상황에 계속 놓여있게 되었습니다. 결국 고객은 회사로 전화를 걸게 되죠. 고객과 회사 모두에게 시간을 쓰게 되는 불편한 일이었습니다. 이제는 위 도구들로 인해 웹사이트 하단에 항상 떠 있는 버튼을 통해 문의사항을 바로 채팅으로 물어보고 실시간으로 상담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CS(Customer Service)를 넘어 강력한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마케팅 도구로 확장하게 되었죠.


고객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라면 채팅이 아니라 직접 얼굴을 보고 말하면 어떨까요? 고성능의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폰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인터넷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영상으로 통화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활동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됨에 따라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은 가속화되었고 더 이상 ZOOM이나 FaceTime으로 미팅을 가지는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컴퓨터 밖의 평소 생활처럼 얼굴을 드러내고 눈과 눈을 맞대어 대화하는 것이 필요했던 것이죠.


VideoAsk 사용화면


VideoAsk는 위 의문에 대한 절묘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화면 하단에 형상화된 아이콘 대신 사람의 영상이 나타납니다. 무언가 나에게 말을 걸고 있죠. 호기심에 이끌려 버튼을 누르게 되면 호스트가 직접 나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나도 웹캠을 이용하여 영상으로 화답할 수 있죠. 채팅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직접 말로 풀어서 이야기를 해나갈 수 있죠.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을 웹캠으로 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일하는 방식의 변화 :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가 고객 중심(Customer Focus)이 아닌 고객에 집착(Customer Obsession)하라고 할 정도로 고객 경험(CX)은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 고객 우선주의란 무엇인가요? 어떻게 하면 고객만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

이미 설문조사 도구로 많은 사랑을 받은 Typeform팀의 VideoAsk를 통해 고객 경험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였습니다. 고객 만족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게 될까요?



Transno


이전에 공유한 글에서 설명했듯 나를 알릴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해지고 1인 미디어를 위시한 큰 흐름 속에 수많은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등장했습니다. 블로그에서 팟캐스트나 영상, 숏폼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콘텐츠의 종류는 다양해졌지만 오히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글쓰기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글이 곧 생각의 정리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글은 글은 잘 구조화된 글입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서론과 하고 싶은 주장,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근거에 대한 사례나 부연 설명, 마지막으로 내용을 정리하는 결론이 하나의 견고한 건축물처럼 잘 짜인 글이 좋은 글입니다.

좋은 글은 목차만 보았을 때에도 어떤 내용의 글일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좋은 글의 목차는 핵심 주제에 대한 몇 가지의 파트, 각 파트를 이루는 챕터, 챕터를 구성하는 섹션으로 이어져 일관성 있는 계층을 구성합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다른 방법으로는 마인드 맵이 있습니다. 영국의 전 언론인 토니 부잔이 개발한 마인드 맵은 소위 꼬리물기의 방식으로 생각을 전개해 나갑니다. 방사형으로 중심 주제를 세분화하고 이를 다시 작은 단위로 쪼개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하나의 추상적인 생각은 가지를 뻗어나가면서 구체화됩니다.



마인드맵과 글쓰기는 썩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실제로 글을 쓰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마인드맵이 활용되죠. 그렇다면 이 두 개의 행동을 같이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TransnoWorkflowy, Roam Research와 같은 Outliner방식의 노트 앱입니다.

하지만 다른 앱과는 다른 하나의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글을 바로 마인드맵으로 보여준다는 것이죠. 글을 쓸 때 더 이상 서론-본론-결론 순으로 써 내려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글의 핵심을 먼저 잡고, 주제를 뒷받침할만한 세부 주제나 질문을 먼저 한 뒤에 각각의 세부 문장을 써 내려가는 거죠. 마인드맵 모드에서 Outline 버튼을 누르면 문서 모드로 전환됩니다. 짜잔, 마인드 맵만 채웠는데 멋진 글이 탄생하였네요.

이렇게 작성된 글은 앞서 설명한 잘 구조화된 글이 됩니다. 전체적인 구성을 보면서 글이 작성되기 때문에 꼭 필요한 내용이 빠지지 않고 특정 부분이 장황해지지 않습니다. 독자에게는 안정적인 호흡과 리듬으로 읽히는 글이 되지요.


Transno의 헬프센터 페이지 역시 transno로 작성되었다. ( https://transno.com/doc/8DXYtXl )


Transno는 텍스트 에디터와 마인드맵의 조합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쓰는 새로운 방법을 탄생시켰습니다. 글을 쓸 때 더 이상 빈 화면 앞에서 막막해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마인드맵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멋진 글이 탄생할 것이니까요.


최근 제텔카스텐(Zettelkasten)이나 PKM(Personal Knowledge Management), 세컨드 브레인(Second Brain), 디지털 정원(Digital Garden)과 같은 글쓰기 맟 지식 관리에 대한 다양한 방법론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주제 대해서는 따로 정리해보도록 하겠겠습니다.



단, 아이디어가 섞이는 맥락이 중요하다.


두 가지 다른 개념이 만나 혁신적인 사용 경험을 만들어낸 세 가지 제품 iA PresenterVideoAskTransno를 소개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아무 아이디어를 섞어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오렌지 주스를 신발에 담아 마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배달의 민족에서 아파트를 주문하지는 않겠죠. 극단적인 예시를 들었지만 이렇듯 아이디어의 조합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개념들을 합치는 과정이 그럴듯한 맥락을 가져야 합니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프로덕트를 떠올려보세요. 배달, 부동산, 택시, 금융, 교육, 생산성, HR, 메타버스, 쇼핑몰, ... 이들 중 서로 떨어진 분야를 붙여 그럴듯한 맥락을 부여해 보세요.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시나요? 바보같은 생각이라도 그것은 세상을 바꿀 제품이 될 수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나만의 강의 주제를 찾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