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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 Mar 09. 2023

한겨울에 땀띠

그리고 봄

날이 풀리기 전의 일이다.

목 앞쪽이 간질간질 따갑고

조그맣게 빨간 발진도 올라와 약국에 갔다.


"그거 땀띠 같은데요?"

"지금 땀띠가 날 환경은 아니지 않나요?"

"그건 그렇죠?"


같은 대화를 나누고, 집에 있던 연고를 바르면 된다는 얘길 듣고 돌아왔다.


불편한 부위가 너무 넓고, 아기가 안기면 머리나 이마가 닿는 곳이라 연고는 못바르고 보습제만 잔뜩 바르며 지내고 있는데...


며칠전 깨달았다.

이거 땀띠 맞구나!

아이가 안기면 닿는 부위라는, 그것이 문제였다.


요즘들어 밤에 잘때 엄마 팔베개 하고 폭 안겨 잠들고, 나도 그 느낌이 좋아 그냥 안고 잤더니, 목에 아기 머리카락이 닿는 게 자극도 되고 땀도 좀 차고 했나보다.


아기로 인해 몸이 아픈건 다 지난간줄 알았더니 아니었네.


이제 아이가 잠들고 나면 품에서 빼내 자기 베개 베고 자도록 놔준다. 다시 굴러들어올때도 있지만 ㅜㅜ


발진과 따가움은 아직 그대로인데, 얼른 나았으면 좋겠다. 옷은 가벼워져도 목이 휑하면 허전해서 머플러를 하고 싶은데 따가워서 못하겠다.


꼭~ 안는 법을 알려줬더니, 자기 전 꼭 몇번씩 꼭~을 외치며 빈틈없이 안긴다. 행복이 충전되는 시간.


요즘 많이 하는 말은,


계속 놀거야.

나 혼자 놀거야.

안 잘 거야.


그러다가도,


엄마 이것봐!


자기 노는 걸 봐줘야 한다.


엊그제는 처음으로 아이와 '게임'을 했다.


자석 낚시놀이를 가지고 놀던 중이었다. 누가 더 많이 잡나 놀이하자고 하고, 각자 잡은 물고기를 각자의 통에 넣고 나서, 자기 통에 있는 물고기 숫자를 세어보았다. 원래 숫자를 엉터리로 세는 아이인데, 이땐 제대로 진지하게 세더라. 아슬아슬하게 져주고, "송이가 이겼다!" 했더니, "내가 이겼다!!"하며 찐행복이 담긴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게 뭐라고 감개무량했다. 좀더 커서 보드게임 같은 것 사주면 하루종일 하자고 하겠지^^;​


"왜"를 할때가 된것 같은데

대신 "무슨"에 꽂혔다.


이거 엄마가 사온거야?

응.

어디서?

편의점에서.

무슨 편의점에서?

cu편의점에서~

무슨cu편의점에서?

응? ...


이건 무슨 맛이야?

블루베리맛~

무슨 블루베리맛이야?

음...


이런 대화를 하루에도 몇번씩.


어린이집에선 선생님도 교실도 같이 생활하는 친구들도 바뀌었지만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고마워라.


일도 노력한 만큼 좋은 피드백이 오기 시작했고.


너무 행복할때 덜컥 겁이 나는 건

나만 그런건 아니겠지?

따뜻함이 과해서 땀띠가 되지 않게,

잔잔한, 하지만 오래오래 변치않는 사랑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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