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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여름 Jun 30. 2024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쏟아내고 싶은 밤이 있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쏟아내고 싶은 밤이 있다.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온 밤,
우리는 분명히 4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자리까지 옮겨가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요즘의 고민까지 신나게 털어대며
술잔을 기울였는데,
그러고 나서도 이상하게 마음이 시원하지 않은 밤.
돌아와서 이상하게 한 잔을 혼자서 더 기울여야 마음이 편해지는 밤.

그 날이 바로 그 밤이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쏟아내는 일은 사실 쉽지 않다.
대학교에서, 회사 때문에, 여러가지 일들로 전혀 다른 세상 속에서 만난 우리는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살아가는 방식도 전혀 다르다.

그래서 힘든 일이나 어려웠던 것들, 싫어하는 것을 이야기하긴 쉽지만 
정작 좋아하는 것이나 취향을 이야기하는게 훨씬 어려운 때가 있다.
마음껏 눈을 반짝이며 좋아하는 그룹의 새로 나온 신보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일, 좋아하는 그룹이 최근 얼마나 멋진 곳에서 공연을 하며 인정 받았는지,
그 현장을 함께 할 수 있어 얼마나 행복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마음 한 구석에 아주 작은 불씨가 되어 영원히 발화되지 못한 채 묵혀져 가는 것이다.

그런 밤에는 누구도 읽어주지 않을 곳에서 나의 이야기를 가득 써 내려간다.
그리고 그들이 그 과정을 견뎌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지,
그 노력은 얼마나 찬란한지를 이야기한다.


우리는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힘든 이야기를 하며 서로를 위안한다.
좋아하고 싶은 것을 쏟아내고 싶은 밤에는 
그 마음을 억지로 누르려 애쓰는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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