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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Mar 27. 2024

단칸방이 어때서?


"이 나이에 고시원에 산다고 하니까 이상하게 보더라. 연애도 하기 힘들 거라던데?"


오랫동안 부모님과 같이 자영업을 하다 갑자기 일을 그만두게 된 K는 자격증을 취득한 뒤 무작정 상경했다. 마땅한 거처를 마련하지 못해 회사 근처 고시원을 구했지만, 주거지를 밝혔을 때 사람들 반응이 불편하다고 했다.


"굳이 고시원에 산다고 할 필요 있을까? 그리고 사정상 고시원에 지낼 수도 있는데, 왜 다들 난리지?"



"단칸방에 살아도 마음 편하게 지내고 싶어요."


몇 달 전, 엄마랑 크게 다투면서 홧김에 내뱉은 말이다. 경제력 있는 부모님 덕분에 단칸방, 혹은 원룸에서 살아본 적은 없지만, 지나친 간섭은 때로 감옥처럼 느껴졌다.


대한민국에서 거주지 형태나 평수는 부의 중요한 척도가 된다. 신혼부부라면 이십 평대 이상은 되어야 하고, 아이를 낳는 순간 삼십 평대로 이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심지어 같은 아파트에 사는데도 평수에 따라 차별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동생들과 함께 자취를 시작했고, 소형 아파트에 같이 지내다 보니 그 뒤로 자연스레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에 살게 되었다. 덕분에 안전과 편의시설 등을 보장받았지만, 사모님이라는 오해도 종종 받았다.


"혼자 아파트에 산다고요? 집이 잘 살거나 돈 많이 버나 봐요."

거주지 형태를 밝히면 부러움이나 시기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래서 오피스텔에 산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투룸이라고 둘러 얘기한 적도 있다.


요즘엔 집값이 많이 올라서 원룸 구하기도 쉽지 않다. 강남역 인근 9평의 신축 오피스텔이 몇 년 전에 월세 100만 원이 넘는 걸 보고 놀랐으며, 여자 혼자 사는 집의 냉장고에 곰팡이가 핀 걸 보고 충격받았다.


어쨌든, 주택 공급은 계속 늘어나는데, 형편에 맞는 집을 찾는 건 여전히 쉽지 않다. 거기다 분양 경쟁률도 치열해서 평생 모은 돈으로 그럴듯한 집 구하기도 만만치 않다.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지키기 쉽지 않은 이 땅에서 우린 언제까지 방송에 나오는 집을 부러워만 해야 할까. 그리고 단칸방에 산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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