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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Apr 01. 2024

90년생, 타이


"누나, 정말 고맙습니다."


한국말이 아직 서툴지만, 진심을 실어 고마움을 전한 그의 이름은 타이. 베트남에서 왔으며 친구랑 같이 지내고 있다. 친구 소개로 우리 회사에 오게 되었지만, 고용센터에 두 번이나 방문한 후에야 알선자 명단에 올라갈 수 있었다.


"봄 좋아해요?"

"꽃이요?"

"아뇨, 봄이요. 꽃이 많이 피었네요."

"꽃 좋아요. 베트남에는 저런 꽃 없어요."

창가의 벚꽃을 가리키며 그가 동문서답을 했다.


첫눈에도 그는 성실하고 과묵해 보였다. 깐깐한 회장님 역시 그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더니 마음에 든다고 했다.


오래전, 90년생 작가지망생과 수업한 적이 있다. 장르소설을 쓰고 있었으며,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한 학생이었다. 서로에 대한 호감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느냐고 물으니 분명하게 얘기한 뒤 합의점을 찾는다고 했다.


90년생에 이어 MZ 세대라고 불리는 2000년생. 하지만 우리 회사엔 50년대생부터 90년대생까지 세대가 다양하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맑고 큰 눈을 가진 타이는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표현하면서도 상대의 기분을 살필 줄 알았다. 노동부에 여러 번 가게 되어 미안하다고 했고, 챙겨줘서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같은 한국인끼리도 말이 안 통할 때가 많다. 비록 능숙한 대화는 못 하지만, 서로의 생각이나 감정을 읽기 위해 몇 배 더 노력하는 외국인이 때론 편하게 여겨진다.


어쨌든, 타이와 공식적으로 일할 날이 얼른 다가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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