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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Dec 03. 2024

준비된 이별

반려견 아토미를 보내며


"일단 병원에 데려가볼까요?"


전부터 몸에 생긴 혹이 점점 커지고 진물이 생겨서 급하게 병원에 데려갔다. 검진 결과 심장과 기관지 쪽에 종양이 생겼단다.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힘든 결정을 내렸다.


전부터 상태가 안 좋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사진도 여러 장 찍어서 앨범도 만들고 근처 장례식장도 알아둔 터라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반려견 장례식은 처음이라 모든 게 낯설기만 했다.



지저분한 털을 정리하고 진물 때문에 생긴 딱지는 잘라내 붕대를 감았다. 마지막으로 애도를 표하며 십 분 정도 대기실에 있었다.


"화장하는데 삼십 분, 온도 식히는 데 십 분 정도 걸릴 겁니다."



차장님과 함께 소파에 앉아 있는데, 장례식장에 상주하는 대형견이 다가와 바닥에 드러누웠다.


"얘는 몇 살이에요?"

"한 살 조금 넘었어요."

"네?!"


덩치만 컸지 아직 어리다. 하지만 뒷산에 버려진 새끼 냥이를 직접 돌보고 있는, 기특한 녀석이기도 하다. 간식을 주니 마지못해 일어나 받아먹었다. 아토미도 아프기 전엔 활발하게 뛰어다니며 간식도 곧잘 먹었다.


한 시간 후, 작은 상자에 넣은 아토미를 사무실로 데려왔다. 장례지도사는 유골을 땅에 골고루 뿌려줄 것을 권했지만,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에 뿌리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사무실 옥상 화단에 뿌린 후 유품을 정리했다.


그동안 커다란 혹을 달고 다니며 아픈 내색도 못했을 녀석이 안쓰럽고 좀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뒤늦게 찾아왔다. 어둡고 텅 빈 사무실을 혼자 지키며 아파했을 토미야, 이젠 따뜻한 곳에서 마음껏 뛰어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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