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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도제작소 Apr 11. 2021

고양이 같은 봄날이 간다

사무실에서


꽃잎은 지고, 이제 눈부시게 피어 오르는 연초록의 시간이다. 겨우내 자취를 감추었던 습관들이 다시 돌아오는 시간이다.


실내에 머무는 시간보다 사무실 마당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멋대로 왔다가 사라지곤 하던 길고양이들은 볕좋은 곳에서 늘어지는 자세를 취하고,

그들끼리 날카롭게 주고받던 경계의 시선을 풀고 풀밭 위를 뒹군다.


실내와 실외의 온도가 점점 같아지는 계절.

미루고 미루었던 사무실의 묵은 먼지를 날리고,

구석구석에 박혀있던 잡스러운 것들을 모으고 묶어 내다놓았다.


모처럼 커피를 볶고, 그늘진 것들을 마당에 내놓으며 좋은 계절 알맞은 햇살에 말렸다. 거기 마음에 담아 놓았던 부정의 단어와 몇몇의 불안함도 함께 내다 놓았다.


다시 벌레들이 들끓는 시간이 다가오기 직전의 나른하고 훌륭한 시간. 길고양이와 같이 그늘에 앉아 서로의 경계를 풀고 졸린듯 한참을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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