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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도제작소 Apr 20. 2021

살아 돌아 온 DC 유니버스의 영웅들

잭 스나이더 감독의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2017년 한 편의 영화가 개봉된다. 코믹스를 원작으로 슈퍼히어로 세계관 구축을 위해 기존 히어로와 새롭게 등장하는 맴버들의 상견례가 이루어지는 자리다.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던 영웅들이 공동의 적을 물리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이는, 이른바 세계관을 공유하는 자리로서의 본격적인 영화였다. 바로 잭 스나이더 감독의 <저스티스 리그>다. 


영화사 워너 브라더스는 DC 코믹스를 원작으로 일찍부터 슈퍼맨과 배트맨, 원더우먼을 필두로 실사영화를 제작해 왔으며, 히어로 간의 연계되는 영화 속 세계관을 구상해 왔었다. 그러나 마블 코믹스를 기반으로 슈퍼히어로 영화를 제작하던 마블 스튜디오에 밀려 뒤쳐지게 된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마블 스튜디오는 코믹스에 등장하는 개별 히어로의 영화를 바탕으로 이들을 하나의 세계로 묶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라는 세계관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MCU는 전세계적으로 막대한 수익과 인기를 올리며 20세기 스타워즈와 비견되는 21세기 최강의 영화 콘텐츠로 만들어 낸다. 


화면 비율과 함께 화면의 톤도 바뀌었는데, 마블과 DC의 중간쯤에서 잃어 버린 분위기는 한 층 어두워진 화면으로 전체적인 톤을 바꿨다. DC 영화의 특징이었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회귀한 것이다. 


워너 브라더스는 2016년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을 통해 통합 세계관의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이듬해 본격적인 궤도진입을 위해 제작되었던 <저스티스 리그>가 개연성 부족과 플롯의 산만함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받으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어벤져스 시리즈>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취급되며 깔끔하게 안착하지 못한다.


새로운 스타일의 슈퍼맨을 알렸던 <맨 오브 스틸>을 연출한 잭 스나이더 감독을 중심으로 DC의 세계관 확장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저스티스 리그>가 막바지에 다다를 즈음 불행한 가정사로 인해 감독직에서 중도 하차하면서 마블의 <어벤져스>와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연출을 맡았던 조스 웨던 감독이 영화를 마무리 짓게 된다. 


DC와 마블은 코믹스를 기반으로 슈퍼히어로 영화를 제작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마블에 비해 DC는 확실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데,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와 고뇌하는 히어로,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영웅의 등장이 그러하다. DC의 세계관에 마블의 영화를 제작했던 감독이 긴급하게 투입되면서 2017년 <저스티스 리그>는 마블과 DC의 중간 그 어디쯤에서 색깔을 잃어 버리고 만다. 


이후 <저스티스 리그>에 출연한 주연 배우들이 잭 스나이더 감독의 영화를 공개해달라는 팬들의 요구를 지지하게되면서 마침내 2021년 감독판으로 재개봉(?)하게 된다. <저스티스 리그>가 개봉한 지 4년 만에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라는 이름으로 공개됐다. 기준의 차이가 있겠지만 2017년 영화와 2021년 영화는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었다. 우선 가장 큰 차이점은 두 시간 남짓이던 영화가 4시간이 넘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두 영화의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은 거의 동일하지만 늘어난 시간만큼 개연성이 부족했던 새로운 캐릭터에게 배경 설명과 함께 캐릭터의 감정을 살리는 내용들로 채워 지면서 가장 혹평을 받았던 부분을 보완했다. 또한 사연을 알 수 없었던 악당 스테픈 울프의 캐릭터 서사가 강화되면서 그의 행동에 개연성을 획득하게 되었으며, 한층 달라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뿐만 아니라 영화 비율이 1.85:1이었던 2017년작이 4:3로 변경되었다. 이는 잘 사용되지 않는 비율로 수평보다는 수직적인 이미지로, 영화의 배경보다는 인물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하겠다. 화면 비율과 함께 화면의 톤도 바뀌었는데, 마블과 DC의 중간쯤에서 잃어 버린 분위기는 한 층 어두워진 화면으로 전체적인 톤을 바꿨다. DC 영화의 특징이었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회귀한 것이다. 

영화가 개봉한 극장판 이후에 감독판의 경우는 재편집의 영역에 머무른다. 극장판에서 잘려 나간 촬영 분량을 삽입해 영화에 살을 붙이거나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하거나 다른 결말을 보여주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저스티스 리그>와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단순히 감독판이라고 하기엔 전혀 다른 영역에 머무른다. 

2017년 영화를 2021년에 재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영화를 관람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이 ‘디렉터즈 컷’이 아니라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이며, 컬러플 했던 영화 포스터가 무겁고 차분한 톤으로 만들어진 이유다. 같은 영화의 다른 버전이 아닌 유사한 스토리라인을 가진 전혀 다른 영화로 봐달라는 강력한 시그널이다.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개봉으로 2017년 <저스티스 리그>는 가장 독특하게 잊혀지는 영화며 특이한 사례로 영화사에 남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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