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희경 Mar 12. 2017

한류20주년…영광의끝자락에서 생존의길을 다시 묻다(1)

<컬처푸어 당신에게, 세번째 편지>…콘텐츠리치로 가는 길 ①


<한류 20주년…영광의 끝자락에서 생존의 길을 다시 묻다>


 한류 열풍의 첫 시작은 언제였을까요? 겨울연가, 싸이를 떠올리시는 분들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전에 시작됐는데요.

 

 1991년 방영된 드라마 ‘사랑가 뭐길래’가 중국에 알려진 게 처음이었습니다. 중국 국영방송 CCTV가 이 작품을 1997년 방송했는데 큰 인기를 얻었고, 한 언론에서 이를 언급하면서 ‘한류’란 말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주인공 ‘대발이’로만 많은 사람들의 머릿 속에 남아있던 이 작품이 한류의 시작이었던 것이죠. 한류는 그렇게 아무도 예상 못했던 순간에 뜻밖의 작품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MBC.


 2017년, 한류가 20주년을 맞았습니다. 사랑이 뭐길래부터 겨울연가, 싸이 등 수없이 많은 작품과 스타들이 한류를 이끌었죠. 아시아의 작은 나라인 한국에서 세계적인 열풍을 만들어내자 ‘0.7%의 반란’이란 표현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세계 인구의 0.7% 에 불과한 한국인들이 만든 음악, 드라마, 영화 등이 지구촌 전체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는 의미입니다. 저도 2012년 스페인에 출장을 갔을 때 길을 지나가다 현지 꼬마들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다함께 부르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0.7%의 기적이 전세계 곳곳을 뒤흔들고 있는 것을 직접 목격하니 믿기지가 않았죠.



 가수 싸이의 유럽공연. @ 구글



 그런데 이제 영광의 끝자락에 다다른 것일까요. 한류의 가장 큰 동력이 됐던 중국으로 인해 오히려 큰 악재에 부딪혔습니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여파에 국내 콘텐츠 업계가 휘청이고 있는 것인데요. 이를 보며 큰 위기감이 생기는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듭니다. 빨간 경고등을 보고도 외면한 과오도 분명 있다는 것이죠.

 20년이란 긴 시간 동안 중국의 변심은 이미 예고돼 있었습니다. 레드머니가 한국의 시장을 오히려 뒤흔들 수 있다는 경고도 끝없이 나왔죠. 하지만 많은 콘텐츠 기업들이 또다른 길을 찾기보다 중국을 향해 계속 질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고 할 순 없습니다. 20주년을 맞이해 그동안의 영광의 기록을 되짚어보며, 다시 생존의 길을 물어야 합니다. 그러면 앞으로의 20년을 위한 재도약의 길이 분명 보일 겁니다.



1.  흥에 취하고, 스토리에 빠지다


 먼저 한류의 탄생에 다시 주목해 볼까요. 한류란 말이 처음 생긴 1997년, 당시 국내 대중 문화엔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별은 내 가슴에’ ‘예감’ 등 젊은 감각의 드라마들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H.O.T 등 아이돌이 속속 등장했습니다.


 이때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면 모순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외환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는 어느때보다 좋지 않았고, 문화 산업도 위축될 수 밖에 없었죠. 그런데 콘텐츠 자체의 측면만을 봤을 땐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다양하고 신선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어른들이 혀를 끌끌 차며 바라보던 아이돌은 갑갑한 사회·경제적 분위기에 지쳐있던 청소년들의 갑갑한 숨통을 틔워주는 효과를 만들어냈고, 결국 이 인기가 세계적으로 번져 K팝 열풍이 시작된 것이죠.


 가장 어려웠던 순간, 한류의 싹이 트기 시작했던 것. 한국인 고유의 특성 덕분이 아니었을까요. 예부터 우리에겐 ‘흥의 문화’가 있었습니다. 왕과 양반들의 횡포에 지칠 때도 광대들의 마당극에 열광하고, 춤도 추며 아픔을 승화했습니다. 물론 여기엔 풍자와 해학의 코드가 담겨 있었지만, 순수하게 흥 그 자체를 발산하면서 해소하는 측면도 강했죠. 잔뜩 웅크리고만 있지 않고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는 한국인 고유의 장점이 한류란 기적으로 나타난 것 아닐까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것도 서양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한국인만의 ‘흥’ 덕분인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는 듯 자유분방하면서도 한껏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그것이 외국인들에게 각인된 한류의 매력이었을 것입니다.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였죠. 물론 ‘막장 드라마’도 많지만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 많았습니다. ‘별에서 온 그대’나 ‘태양의 후예’가 엄청난 인기를 얻은 것은 굉장히 대중적인 소재지만 동시에 이전 작품에선 쉽게 볼 수 없었던 신선함이 돋보였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SBS.


*다음 회에선 '2. 주객이 뒤바뀐 한류, 본모습을 잃은 한류'란 부제로 해당 글을 이어갑니다. 많은 기대 해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단색화… 한국적 비움과 인내가 만든 세계적 열풍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