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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면글면 Feb 05. 2023

서른셋이 되기 두 달 전

인생살이

2022년 10월 6일 오후 3시, 국내 스포츠 브랜드 마케팅팀 면접을 보게 되었다. 서른셋이 되기 두 달 전이었다.


"좋아하는 브랜드가 뭐예요?"


면접 중 나를 가장 당황하게 만든 질문이었다. 실은 면접 상황을 넘어서 내 인생 전반에 던지는 질문처럼 느껴져서 순간 생각이 많아졌던 기억이다. 나는 좋아하는 브랜드가 딱히 없었고, 그걸 인지하자 스스로가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내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혼란스러웠고, 그토록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발버둥쳤음에도 지금의 나는 무색, 무취, 무미인 것 같아 허탈했다.


이직을 결심하고 다음 직장을 찾아볼 때도 그랬다. IT 분야의 전망이 좋다니까 해당 산업군에 가고 싶었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부재했다. 일단 연봉과 복지가 좋고 안정적인 회사로 이직하고 나면, 그렇게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요소들이 어느 정도 충족되고 나면,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겠지 하면서 내면의 소리 듣기를 계속 미뤄왔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선택의 기로에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과 소리를 따를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그럼에도 잠깐의 편리를 위해, 결과에 대한 책임을 내가 온전히 지지 않기 위해 세상의 흐름을 따라 GO하길 반복했고, 이는 내 인생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졌다. 내가 마땅히 서 있어야 할 곳에 자리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과 나의 인생이 전반적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불안함은 도무지 사라지질 않았다. 5년 전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했던 나는 5년 후에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앞으로 5년 후면 4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될 텐데, 그 땐 정말 늦을 수도 있는데. 이젠 정말 바뀌어야 할 텐데.


문제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는데 있다. 어떻게 하면 나에 대해 잘 알 수 있는지 모르겠다. 나에게 집중하지 않은 지 오래되어서 그런 건지, 남들이 좋다는 것 말고 내가 좋아하는 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훈련해보려고 한다. 어떤 게 좋아보일 때,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확인해보려고 한다. '정말 너가 좋아서 하는 거 맞아?' 라고. 한 곳이라도 찔리는 구석이 있다면 그건 다시 돌아보아야 하는 선택일테다.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보다 중요해보이는 것들에 힘을 쏟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눈 앞에 닥친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처하느라 깊은 고민이 필요한 사안들에는 시간을 낼 여유가 없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내면에 귀 기울이는 훈련을 통해 인생의 가장 좋은 동반자 '나 자신'을 얻는다면, 힘든 인생길을 완주하기 위한 가장 큰 힘을 동시에 얻게 될 것이라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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