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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롱썸 Nov 11. 2019

빛나는 조연, 바잉봇록

메인 디쉬 하나 더 시키기엔 배부를 때 찾게 되는 

이제는 베트남 음식점이 한국에 많이 생겨나면서, 베트남 음식을 현지와 비슷한 맛으로 재현하는 곳이 꽤나 생겨나고 있다. 물론 현지에 비해서는 음식 가격이나 맛이 아쉽기는 하지만, 쌀국수 같은 것은 대충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정도로 맛있는 곳도 왕왕 있다. 


그에 비하면 바잉봇록은 정말 생소한 음식일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에 있는 베트남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바잉봇록은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지도, 제조 과정이 크게 까다롭지도 않은 것 같은데 취급하는 곳이 많지 않은 것을 보면 아직까지 바잉봇록을 먹어본 한국인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바잉 봇록(Bánh bột lọc)은 무엇일까


위키피디아 설명이 궁금하다면 여기를 참고


바잉 봇록(Bánh bột lọc) 타피오카로 만든 투명하고 쫄깃한 피에 새우와 삼겹살 필링을 넣은 베트남식 만두다. 



주로 애피타이저나 간식으로 먹는데, 튀긴 샬롯 또는 파, 느억참(피시소스)을 함께 곁들여 먹는다. 과거 Nguyễn 왕조의 수도였던 훼 지역의 음식으로, 단순하지만 풍미가 좋은 음식이다. 



바잉봇록의 의미


바잉봇록의 어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바잉(bánh)은 쌀이나 타피오카 같은 가루로 만든 빵이나 떡 같은 것을 의미하고, 봇(Bột)은 가루를, 록( lọc)은 '정제하다', '정화하다'를 의미한다. 


우리말로 하면 '투명한 떡' 정도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바잉봇록의 다양한 버전


바나나 잎에 싸여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바나나 잎에 싸여있으면 바잉봇록 꼬이라 츄오이(Bánh Bột Lọc Goi Lá Chuối), 벗겨져 있으면 바잉봇록 쩐(Bánh Bột Lọc Trần)이라고 부른다. 


Bánh Bột Lọc Goi Lá Chuối
Bánh Bột Lọc Trần


조리방식에 따라도 달라지는데, 바잉봇록은 만두처럼 찐만두처럼 찜기에 쪄서 만들기도 하고, 물만두처럼 물에 삶아서 만들기도 한다. 


찐 바잉봇록은 좀 더 감자떡/감자만두이나 딤섬 같은 느낌이라면, 삶은 바잉봇록은 좀 더 삶은 만두 같은 느낌이다.



(좌)감자만두 (우)하가우

바잉봇록의 피는 우리나라 감자만두나, 광동지역의 새우만두인 '하가우'처럼 쫄깃한 텍스쳐다. 투명한 피에는 타피오카 가루 외에도 옥수수 전분, 쌀가루 같은 것을 첨가하기도 한다. 


속재료로는 기본적으로 머리와 꼬리를 손질한 껍질 있는 새우와 볶은 삼겹살이 들어가는데, 경우에 따라서 새우를 껍질을 벗겨 넣기도 하고 삼겹살이 아닌 돼지고기 간 것이나 다양한 종류의 버섯, 양파 등이 더 넣기도 한다. 


만두와 마찬가지로 열을 가해 조리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냉동실에서 꽤 오랜 기간 보관해둘 수 있다고 한다. 



곁들이는 소스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두 간장처럼 바잉봇록 소스도 다양하다.

누구는 만두를 식초와 간장을 적절한 비율로 섞은 초간장에 찍어먹기도 하지만, 고춧가루를 동동 띄운 참기름 간장에 찍어먹기도 하고, 대만 딘타이펑같은 곳에서는 초생강 간장을 곁들이기도 하는 것처럼 바잉봇록 소스의 배리에이션도 기본적으로 피쉬소스라 비슷하긴 하지만 각자 선호하는 비율이나 재료가 미묘하게 다르다.  


그러나 곁들임 소스에 정답은 없다. 하노이에서 먹은 고추를 송송 썰어 넣은 달콤 짭짤한 느억참 소스는 바잉봇록의 깔끔한 맛을 즐길 수 있어 좋았고, 호이안에서 파와 샬롯 기름이 더해진 버전은 감칠맛이 배가되어 풍성한 맛이 좋았다. 



빛나는 조연


최근 추천을 받아 정주행 한 웹툰이 있다. 지난 달부터 TV 드라마로 방영 중인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원작 <어쩌다 발견한 7월>라는 웹툰이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
여고생이 자신이 만화 속 엑스트라 캐릭터라는 사실을 알고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기 위해 여러 일들을 겪으며 사랑하게 되는 로맨스 드라마


우리 모두는 작품의 주인공처럼(!) 자신이 주인공이 아닌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세상의 중심이 아닌 '나', 심지어는 엑스트라같이 느껴지는 '나' 를 처음 발견하게 되었을 때는 충격을 받고 슬픔에 빠지기도 하지만, 점차 주인공이 아닌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익혀간다.  

바잉봇록은 주인공이 아닌 음식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로 좀 더 심하게 말하자면, 결코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음식이다. 


그러나 꽌안응온같은 곳에서 메인 디쉬를 하나 더 시키기는 배부를 것 같지만 여전히 뭔가 좀 아쉬울 때, 길거리 분보훼를 먹으면서 순한 맛으로 입을 잠시 쉬게 해주고 싶을 때 이만한 음식이 없다. 짜장면이랑 짬뽕시키고 부족한 듯한 기분이 들 때 시키는 찐만두나 군만두 같은 느낌이랄까.


왼쪽 구석의 바잉봇록


바잉봇록은 약방의 감초 같은 존재다. 다른 음식을 먹으러 간 곳에 바잉봇록이 있다면, 하나 시켜 동행한 사람들과 나누어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이 정도 엑스트라라면, 엑스트라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맛이다. 






*이미지 출처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s://thefeedfeed.com/the.colors.of.yum/square-vietnamese-tapicoca-dumplings-banh-bot-loc

https://cattour.vn/blog/banh-bot-loc-quang-binh-thuc-qua-am-long-thuc-khach-phuong-xa-thuong-nho-cai-tinh-mien-trung-826.html

https://www.196flavors.com/vietnam-banh-bot-loc/

https://daylambanh.edu.vn/banh-bot-loc-bang-bot-nang

https://laviepartagee.com/2016/05/02/banh-bot-loc-hues-tapioca-dumplings/

https://en.wikipedia.org/wiki/Har_gow#/media/File:Shrimp_dumplings.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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