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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비 Aug 11. 2016

생존을 위한 시간, D-7



2014년 10월, 네덜란드 잔세스칸스


약 2년 전, 처음 만난 네덜란드의 하늘은 감사하게도 푸른빛이 가득했다. 환한 햇살과 먹구름이 수시로 표정을 바꾼다는 이곳에서 종일 맑은 하늘 아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으리라. 그리고 이제 일주일 뒤면 그때의 하늘을 다시 보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단, 이번에는 #생존 을 조건으로.


아시아 밖으로 벗어난다는 것을 감히 상상도 못 하던 내가 처음으로 멀디 먼 네덜란드까지 가게 된 이유는 전적으로 남편에게 있었다. 연애 두 달 만에 갑자기 해외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며 떠나버린 그. 이후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장거리 연애를 계속하다 보니 얼떨결에(?) 결혼까지 하게 되었고, 어느덧 나는 직장인에서 전업주부(라 쓰고 백수라고 읽는다)가 되어 있었다.


2014년 10월, 암스테르담 중앙역


신혼살이를 위해 남은 시간 7일,

이삿짐을 택배로 보내고, 새로이 집을 계약하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사람들을 만나 인사를 하는 시간들이 마냥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자고 일어나면 어제의 일이 흑백사진처럼 뇌리를 스친다. 셔터 한 방에 남은 시간들이 조금씩 흘러간다.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살 비비던 가족들과 멀어지고, 힘들 때 언제든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던 사람들과 함께할 수 없음에 조금은 슬프고 막막하지만 평생의 친구가 있으니 그나마 시름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생존을 위한 마지막 점검을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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