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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ghyun Lim Jan 13. 2020

지난 일주일간의 위시리스트

무아지경 글쓰기 #2

 지난 일주일간 사고 싶은 물건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나에겐 시계다. 더 정확히 말해본다면 시계의 브랜드나 역사들을 공부하는 게 재미있다. 그 와중에 몇 가지 제품이나 브랜드들은 구체적으로 '가지고 싶다.'라는 생각이 치밀어 올라서 계속 보게 되는 중이다. 

 일단 왜 시계에 대해 보게 되었을까? 에 대해 생각해보자. 난 롤렉스나 오메가, 브라이틀링, 태그호이어 등등처럼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고 굉장히 비싼 걸로 널리 알려진 시계들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가 잘 몰랐지만 굉장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시계들이나 브랜드들에 관심이 갔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 느낌이지만 그 역사들을 나는 알지만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더불어 시계라는 장비 그 자체에 대한 흥미도 커졌다. 

 일단 시계는 대부분 배터리로 돌아가는 것(쿼츠)이 가장 대중적이다. 하지만 배터리 없이 우리가 손을 움직이는 동력 혹은 태엽의 움직임 만으로 시간을 측정하는 종류들(오토매틱/수동)도 있다. 내가 요즘 빠져있는 시계들은 후자다. 그 어떠한 전력 없이도 시간을 꽤나 정확하게 측정하고 물리 그 자체가 동력이 된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거기에다가 비행기를 조정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계들, 잠수부들을 위한 시계들, 심지어 우주비행사들을 위한 시계들의 역사들을 조목조목 보고 있자면 흔히 말하는 '역덕'(역사 덕후), '밀덕'(밀리터리 덕후)들처럼 전해져내려 오는 역사들이 무언가를 정말 멋지게 수식해주고 그렇기에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감정을 느낀다. 다시 말해 난 요즘 시계들을 굳이 가지지 않더라도 그냥 시계, 손목시계들을 파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즐거우며 이를 바탕으로 나만의 위시리스트를 만드는 시간이 꽤나 즐겁다. 가장 간단하게 써볼 수 있는 나의 취향 기록소라고 해야 할까.


ORIS 빅 크라운 모멤버 에디션 _ 출처 : ORIS 

 내가 요즘 가장 가지고 싶은 시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ORIS라는 시계 브랜드의 빅 크라운 모델이다. 일단 빅 크라운이라는 말은 시계 용두(옆에 있는 그 나사)를 파일럿들이 장갑을 끼고도 잡기 쉽도록 크게 만든 시계이며 ORIS라는 브랜드는 어떠한 그룹에도 속하지 않고 독립적인 시계 회사로서 굉장히 멋진 오토매틱 시계들을 꾸준히 만들고 있는 곳이다. 이곳의 시계는 롤렉스처럼 굉장히 비싸지는 않지만, 카시오처럼 매우 저렴하지도 않다. 하지만 이 시계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역사를 담고 있는 제품을 내가 사고 싶다는 것만으로도 무언가를 꿈꾸게 하는 느낌이 있다. -상사라던가 직장 그 자체가 진짜 싫다가도 경력을 꾸준히 쌓고 돈을 만들다 보면 그 시계를 가질 수 있다는 계획 자체가 진통제가 되기도 한다. 그것도 매우 자주.- 

 아마 위시리스트라는 것이 가진 힘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말하는 '꿈'이라는 것은 손에 잘 쥐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정의하기 어렵고 눈 앞에 실체화되어있지 않은 존재이니까. 하지만 어떤 물건들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선명하다. 그것을 바라는(Wish) 것, 그것을 나열해보는 것(list)이야말로 얼마나 명쾌한 꿈 꾸는 일인가 싶다. 특히 직장이 참 가기 싫은 요즘 같은 겨울에는 더더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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