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nghyun Lim Jan 20. 2020

펭수의 무한도전

 거대한 펭귄이 좁아진 마음 틈새로 비집고 들어와서 요즘 난리도 아니다. 요즘에는 '펭귄'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자리 잡혀가는 펭수의 이야기다. 펭수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든 넘쳐나는 데다가 우리 동년배들은 모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으니 넘어가자. 심지어 그와 그의 소속사(?) EBS가 같이 만든 책이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는 현시점에서는 더더욱 그럴 테다.

 펭수를 보면서 문득문득 궁금했다. 왜 펭수는 이렇게 매력적일까? 왜 인기가 많을까? 나는 두 가지 정도가 떠오른다. 첫 번째는 '밈'(Meme)에 대한 깊은 이해도, 두 번째로는 무한도전류의 구성이 떠오른다. 

 첫 번째 이야기를 해보자. '밈'이란 무엇인가? 이 단어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문화 차원의 진화과정을 설명할 때 처음 등장한 용어이다. 유전자(Gene)와 유사한 철자를 가진 이 단어. 모방을 뜻하는 그리스어 미메시스(Mimesis)와 유전자(Gene)의 합성어인데,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의 유전자로 여겨졌으나 인터넷 문화에서의 밈은 '필수요소'라는 말로 설명된다. 이를 설명해주는 쉬운 예로 래퍼 염따의 성공이 있다. '빠끄'라는 유행어와 그의 행동양식들과 티셔츠가 밈 그 자체가 되면서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고 큰 성공을 거둔 것을 보면 현대에 '밈'이 얼마나 큰 힘을 지니는지에 대해 체감하게 된다. 

 펭수는 이 밈을 어떻게 만들고 활용하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펭수의 유튜브 콘텐츠 하나하나에는 걸맞은 상황에 맞는 자막, 뚱한 표정의 펭수 그리고 우스꽝스럽지만 공감되는 상황들이 겹쳐지면서 일명 '짤'들이 양산되고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고 공감대를 얻는다. 이러면서도 '선'을 지키고 있다는 건 펭수의 성공이 더욱 대단하고 당연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위에서 이야기한 그 '상황'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한도전이 재미있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대체로 잘 확립되어있는 캐릭터들이 매번 새로운 상황에 던져지고 예측 불가능한 결과들을 통해 웃음을 던져주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캐릭터들과 상황들을 너무 잘 설정했었던 바도 크다.) 펭수의 콘텐츠들도 그러하다. 외교부에 가서 상황극 아닌 상황극을 하는가 하면, EBS 사장의 이름을 크게 외쳐대기도 하고 화장품을 판다거나 양 떼를 몰기도 한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호감을 가지게 된 당돌한 펭수가 어떤 '짤' 내지는 행동을 하게 될지 기대하면서 우리는 펭수의 콘텐츠들을 보게 된다. 그 와중에 튀어나오는 깊은 말들이나 위로해주는 말들까지 섞이니 직장인들 내지는 흔히 '동년배'라고 하는 세대 사이에서 크게 반향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워크맨의 성공도 일부분 설명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당장 펭수를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사람들이 펭수를 얼마나 아끼는지 실감된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장면들을 편집한 유튜브 콘텐츠부터 메신저에서 짤로 쓰기 위해서 만든 이미지들까지. 펭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어쨌든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다. 


P.S.

내가 제일 좋아하는 펭수의 짤은 이거다. 


하기나 해!


작가의 이전글 지난 일주일간의 위시리스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