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신기하게도 많은 차들이 우러나온다. 겨울이 한창인 요즘에는 아무래도 달콤한 유자차나 몸을 데워주는 생강차를 자주 마시게 되는데, 아무래도 열매를 달게 끓여서 먹는 행위는 직관적으로 ‘나라도 그렇게 하겠는걸’ 싶다. 저장도 용이하고 먹기에도 편하고 좋으니까. 하지만 저번 주에 비파잎차를 마시면서 잎차라는 존재에 대해 경외감이 문득 들었다.
세상에는, 그러니까 눈을 돌려보면 많은 잎들이 있다. 느티나무의 잎, 소나무의 뾰족한 잎에서부터 길가에서 험하게 남은 관목들의 잎까지. 이 잎들을 보고서 차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특히 이번 주에 마시게 된 비파나무의 잎을 보고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비파잎차를 마시기로 한 데에는 저 생각이 이유였다.
티컬렉티브라는 곳에 가서 마주한 비파잎차는 상상도 되지 않았다. 감잎차의 맛을 떠올리면서 아마 열매와는 전혀 다른 향이 나겠지 하며 차가 나오길 기다렸다.
비파잎차의 모습은 내 상상 이상으로 더 본연에 가까웠다. 기다란 비파잎이 거의 잘리거나 다져지지 않은 모습으로 우려 져서 진녹색의 찻물이 생전 처음 맡아보는 향을 내고 있었다. 기대를 가득 품고 마신 차는 내 생각과 달랐다. 거의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약간 달면서도 떫은, 끝이 조금 쓴 그런 맛. 이런 차가 왜 존재할까? 이 차를 만든 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마 비파나무를 굉장히 좋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파나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비파 악기를 빼닮은 열매이다. 잎을 바라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하지만 비파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잎은 무슨 맛이 날까? 뿌리는? 줄기는?’ 하며 궁금해하며 하나하나 비파차를 만들어 마셔봤으려나. 그러다가 비파잎이 그와 맛이 맞아서 비파잎차가 만들어졌을 듯싶다.
비파잎차를 모두 마시고서 문득 궁금해졌다.
‘겹벚꽃나무의 잎차는 무슨 맛일까?’
아무래도 봄맛이었으면 꽤나 따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