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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교진 Feb 17. 2017

사랑받고 싶기 때문이야

[열여섯번 째 책] 알랭 드 보통의 '불안'

불안은 꽤 유용한 감정이다. 불안을 극복하려 더 철저하게 생각, 준비, 대비하고, 불안하기 때문에 긴장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의를 둘러보기 때문이다. 불안이 이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사람의 동기, 꿈만큼이나 강력한 미래 발전의 동력은 ‘불안을 극복하려는 사람들의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불안을 완전히 극복해야 할 부정적 감정으로 보기보다는 인생의 긴장감을 위해 어느 정도는 품고 살아야 할 숙명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좋은 삶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도 불안이 인생의 긴장감, 발전의 동력으로 작동한다? 불안이 유용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넘어섰다. 요즘 우리가 느끼는 불안의 감정은 지하 10층을 뚫고 들어갈 정도로 깊고 깊어, 효용성을 갖기는커녕 이제는 사람을 갉아먹고 있다. 발전 동력에 시동조차 걸리지 않는 ‘출구 없는 문제’가 사방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안이 사람을 잠식하고 지배하고 좀먹고 있을 때 여기에 제동을 걸어주는 책이 몇이나 있을까? 싶으면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은 확실히 좋은 책이다.     


그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의 원인을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 다섯 가지를 들어서 말한다.     


무슨 짓을 해도 아낌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집을 벗어나면 느끼기 어려운 사랑. 내면적인 것보다 물질적인 것 그의 표현에 따르면 세속적인 것을 추구하고 이것이 도덕적 우위에 있다고 보는 시선. 노력만 하면 자기 삶을 주도해서 살고 기회를 얻고 성공할 수 있다고 잔뜩 기대를 불어 넣고 있지만 어디 하나 쉬운 거 하나 없는 사회, 실패를 능력 없음, 패배자로 해석하며 가난한 것을 공정한 대가로 여기는 능력주의. 세계경제와 변덕스러운 고용주라는 경제적, 심리적 안전성을 해치는 변수들까지.     


이렇게 우리가 느끼는 불안은 체계적이고 다층적이어서 빠져나갈 구멍이 없음을 알랭 드 보통 그는 날카롭지만 친절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주목할 부분은 그가 우리가 불안한 이유로 ‘사랑’을 지목한 점이다. 불안한 이유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없인 살 수 없는 사람처럼 끊임없이 사랑을 갈망한다. 가족, 친구 등은 물론이고 되도록이면 나를 잘 모르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애정과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 우리 모두 똑같이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공부 잘 하는 학생을, 예쁜 사람을, 명문대 학생을, 대기업 사원을 더 호감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똑같은데 사회에서 사랑은 특정한 기준에 맞아야 받을 수 있다. 알지도 못 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눈길 한번 받기 위해 쉬지 않고 경쟁하는 것이고, 여기서 뒤처질까봐 또는 이미 뒤처져서 불안해 하는 것이다.



우리를 잠 못 자게 하는 이 거대한 문제들로 겪는 심리적 불안 앞에 사랑이라는 말이 가벼워 보이고 초라해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의 책에 따르면 사랑에 대한 갈망은 모든 불안의 시작점임이 분명해 보인다. 사랑에 주목한 것은 알랭 드 보통만이 풀어낼 수 있는 알랭 드 보통스러운 답이었다.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가장 구체작인,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


그는 불안에 해법도 5가지로 제시한다. 그것이 바로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안이다.


외부의 인정이나 비난의 표시보다는 우리 내부의 양심을 따르라는 철학자들의 대화에 귀 기울여 보는 것. 소설, 시, 희곡, 회화, 영화 등을 통해 삶을 비평하는 것. 내가, 우리가 아니라 ‘너’, ‘제도’, ‘관념’이 문제임을 인식하고 묻는 정치에 참여하는 것. 죽음에 대한 성찰을 도와주는 기독교와 부가 삶에서 중요하지 않다는 태도를 견지하는 보헤미안.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것들을 늘여 놓고 해법라고 한 이 다섯 가지 대안들을 보면 ‘지하 10층을 뚫은 불안은 정말 극복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출구 없는 문제로 장기전이 예상되는 상황, 그럼에도 당장 미룰 수 없는 오늘의 행복을 생각하면 사실 이 다섯 가지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안’에 대한 그의 통찰이 놀라울 뿐이다.


*인스타에 책속 한줄도 올리고 있습니다^^

http://instagram.com/j.gyo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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