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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교진 Sep 15. 2017

돈과 도덕의 균형을 고민하다

[스물여섯 번째 책] 마이클 센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살 수 있는 경제시장에서 돈은 ‘금’의 지위를 갖는다. 하지만 공정과 평등, 정의의 가치가 있다고 믿는 것들에 돈이 개입됐다고 판단된 순간 돌연 돈은 ‘똥’이 된다. 이처럼 ‘금’이 되기도 하고 ‘똥’이 되기도 하는 ‘돈’.



실력에 의해 판가름 난다고 믿은 스포츠 경기, 입시경쟁, 취업경쟁에 돈의 개입이 드러나는 순간. 또는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기다리기만 하면 누구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믿은 병원 대기실, 선착순 공연 등에 돈 거래가 포착되는 순간.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돈의 지위는 순식간에 ‘금’에서 ‘똥’으로 추락한다. 돈만큼 아이러니한 게 없다.     
     
이렇게 돈의 지위가 상황에 따라 천지 차이를 보이는 것은 사람들이 돈 이상의 인간이 추구해야 할 덕목과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스포츠든 입시든 취업이든 결과물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정진하는 자세의 가치와 소중함을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고, 길게 늘어선 줄 끝에 차례대로 서서 기다리는 사회 구성원의 덕목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돈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 덕목과 가치. 이것이 바로 마이클 센델이 말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다.


센델은 시장이 가치 평가를 제외하는 단순 매커니즘이 아니기 때문에 돈의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장은 특정 규범, 즉 거래 재화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을 반영하고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벌금은 서비스 이용값?


이스라엘의 한 유치원에서 부모들이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상황이 반복되자, 정해진 시간을 넘어서 아이를 데리러 오는 경우 벌금을 징수하기로 했다. 과연 벌금이 생긴 이후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들이 줄었을까? 오히려 늘었다. 벌금 규정을 도입하기 전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온 부모들은 교사들에게 불편을 끼쳤다는 죄책감을 느낀 반면, 벌금 규정을 도입한 이후에는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것을 비용을 지불하고 누릴 수 있는 서비스로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벌금은 개인의 ‘도덕적 부채감’을 해소하여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바꿔놓았다. 돈을 주고받는 시장이 개입하면서 서비스의 가치가 완전히 바뀌어 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재화 또는 서비스를 시장에서 거래할지를 결정할 때에는 효율성 그 이상의 요소가 고려되어야 한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장 규범이 비시장 규범(공공성, 정의, 평등, 공정, 도덕 등)을 밀어 내는지를 반드시 물어봐야 하는 것이다. 시장은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 단순 매커니즘이 아니다. 시장은 가치 판단을 해서 그것을 장려하기도 억제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과 살 수 있는 것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센델은 ‘공정성’과 ‘부패’ 두 가지를 판단 기준으로 든다.


시장지향적 사고가 만들어 낸 딜레마


어떤 것을 돈으로 거래할 때, 그것이 불평등을 야기하고, 그것의 가치를 훼손시켜 부패하게 만든다면 그것이 바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다. 장기 매매가 돈으로 살 수 없는 이유는 장기 거래 시장이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주로 노리기 때문이며(불평등), 신장 거래 자체가 인간을 여러 부속이 합쳐진 존재로 보는 변질되고 객체화한 인간관을 부추기기 때문이다.(부패)     
     
또한, 효율적이어도 입양할 아이들을 지능·출생 국가·성별·발전 가능성에 따라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 수 없는 이유는 경제적 여유가 없는 부모는 시장에서 밀려나거나 선호도가 떨어지는 아이를 차지하게 될 뿐만 아니라(불평등), 아이들에게 가격을 매기는 행위 자체는 부모의 사랑은 무조건적이어야 한다는 규범을 변질시키기 때문이다.(부패)    
     
불법이든 합법이든 간에 인간의 성(性), 신체의 장기, 아이 입양, 대학 입학이 실제로 돈으로 거래되는 세상에서 마이클 센델이 제시한 두 가지 기준 ‘공정성’과 ‘부패’는 간단해보이지만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지나치게 엄격하고, 비현실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결코 ‘고결한 태도’를 취하자거나, 자신의 주장이 다른 견해보다 늘 우선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시장과 시장지향적 사고가 인간의 삶의 영역(건강, 출산, 교육, 환경 등)으로 영향력을 넓혀가면서 발생하는 이런 딜레마가 낯설지 않다. 앞으로 우리는 더욱 자주, 더 많은 영역에서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그 때마다 우리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바로 이러한 고민들과 생각이 이 책의 시작일 것이다. 무엇이 정말 소중한 것인지, 무엇이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묻는 그의 질문에 이제 우리가 답해야 한다. 돈으로 어디까지 살 것인지.

Q. 돈과 도덕의 균형은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 돈의 개입을 허용하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Q. 더 큰 혜택을 위해 더 큰 돈을 지불하겠다는 사람을 비난할 수 있을까?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로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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