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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교진 Nov 11. 2017

어떻게 하면 덜 가난해질 수 있을까?

[스물아홉 번째 책] 우석훈의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

질문이 바뀌었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덜 가난해질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더 부자가 될 수 있는가를 고민하던 경제 성장의 시기를 지나 저성장과 저고용이 일상이 된 지금 우리들은 ‘가난해질 일들’이 너무나 많다.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잃거나, 운영하는 가게가 문을 닫을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하면 덜 가난해질 수 있는지를 묻는다. 직접적으로 말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 우리는 이런 질문을 일상에서 계속 던졌다. 최소한의 연봉을 헤아리면서, 흔히 말하는 N포 세대에서 나의 숫자 N은 몇인지를 세면서 말이다.


경제가 이렇게 힘들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공식적 방법이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취업시장에 뛰어들어 일자리를 얻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정부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각종 수당이나 급여 등으로 일단 이 상황을 버티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가 어려울수록 국가는 불황을 이유로 전제 지출을 줄이고, 기업은 불안정한 경영 환경을 이유로 투자와 채용을 줄인다. 국가와 시장이라는 경제의 공식 부문들이 나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우리는 마지막으로 어디에 기댈까? 바로 가족이다.


일반적으로 경제는 국가와 시장 두 영역으로 상정되지만 한국 경제에는 가족이 하나 더 상정된다. 가난과 빈곤과 같은 경제적 문제와 관련해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할 국가나 시장이 해주지 못하는 것을 아주 개인적이며 사적인 가족이 맡아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취업난을 이기는 데에 결정적 도움이 되는 것이 국가와 기업이 아니라 어렵더라도 취업될 때까지 물질적으로 지원과 도움을 아끼지 않는 부모님과 가족들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가족들도 경제적으로 함께 힘들거나, 아니면 가족들에게 충분히 지원을 받아 이제 정말 기댈 곳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이 때 이제 비공식 부문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다단계 판매업, 로또, 지하경제 등이 불황기에 활기를 띠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결과는 역시 두 가지다. 정말 산 입에 거미줄을 치거나, 다단계와 같은 불법적인 일을 하다 산 입에 쇠고랑을 차거나.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선택할 수 있는 거라고는 거미줄 아니면 쇠고랑인 상황에서 적어도 덜 가난해지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석훈의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에 그 답이 있다.      


우석훈의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에서는 사회적 기업을 불황의 시기 숨통을 틔어 줄 새로운 경제주체로 바라보고 있다. 경제 불황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일자리 문제인데, 이 일자리 문제에 있어서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공공 부문은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고용 규모가 경직되어 있다. 호황기라고 해서 엄청나게 늘어나지도 않고, 불황기라고 해서 급작스럽게 늘리기도 어려운 것이다. 민간은 반대로 호황과 불황의 변동이 심하다. 불황기에는 오히려 고용을 줄이기도 한다. 이렇게 국가도 기업도 운신할 수 있는 폭이 좁아 성장 동력이 다한 상황에서 사회적 기업이 숨통을 틔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일상을 사회적으로 같이 논의하고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또 다른 경제적 삶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이를 실현하며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바로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으로 같이 논의하는 일상은 육아, 교육, 거주 등이 있을 수 있고 이를 해결한다는 것은 공동 육아나, 교육, 코하우징 같은 공동체 주거 공간을 만드는 일을 의미한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이를 실현하는 사람들, 조직이 바로 사회적 기업인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면 ‘사회’라는 단어 때문인지, 사람들은 비영리 단체와 같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거나 중요시 하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혹자는 ‘사회’라는 단어만으로 이것이 좌파의 개념이라고 생각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 현재 지역구의 의원이 여당인지 야당인지에 따라 구에서 시행되고 있는 사회적 기업 관련 조례와 정책들이 갈린다. 그러나 이는 우리 사회가 경제라고는 ‘자본주의 경제’ 밖에 모르는 경제에 관한 우리의 제한된 지식과 사회적 경제의 짧은 역사 등에서 비롯된 잘못된 인식일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스위스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인데, 스위스의 취리히는 우리 식으로 치면 배트맨의 고담 시티와 연결해서 ‘고담 대구’라고도 불리는 곳으로 보수적이다 못해 극우파적 성향도 보이는 곳이다, 이런 곳에 세계적인 유통 대기업들이 할인 매장을 만들어 낼 때, 취리히 소매 자영업자들은 그들 스스로 거대한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쿱(COOP)이라는 브랜드로 뭉쳐서 유통 대기업들에 맞서 지역 경제를 지켜냈다. 사회적 경제가 한쪽에 치우친 의도가 다분한 이념적 단어 같지만 취리히의 사례에서도 봤듯이 좌와 우의 개념을 넘어서 생활 단위에서 경제를 실현하는 생활경제인 것이다.       


이렇게 우석훈의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는 전체적으로 사회적 경제가 이 시점에 중요한 이유와 아직은 낯선 개념인 사회적 경제, 기업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생각들이 편견임을 설명하는 데에 집중한다.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의 역사와 사례, 제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사회적 기업 입문서와도 같은데, 최근 정부의 일자리 로드맵 발표에 사회적 기업이 들어가 있어 이 내용이 궁금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덜 가난해질 방법과 소망이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지나치게 소박해서 지금 현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사회 안전망이든, 노동 구조든, 시장 구조든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없어서 정말 답이 없는 이 때에, 이 책에서 작가가 말하는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은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준다.      


http://naver.me/F9PvHv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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