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do Mar 09. 2023

그는 원하지 않았다, 싫어했다

헤밍웨이의 첫 소설 <우리 시대에>를 번역하며 느낀 짧은 이야기입니다

사진: Unsplash의 'Jack Sharp'

직역보다는 의역이 훨씬 쉽고 편한 것 같습니다. 그 의미가 가장 잘 전달될 말로 바꿔 말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그 의역을 하다 보면 같은 의미에 다른 말로 쓰인 것들을 마주하게 될 때면 차라리 직역으로 할 걸 하는 후회를 하게 됩니다. ‘원하지 않았다’와 ‘싫어했다’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흔히 같은 말로 쓰곤 하는 이 말은 완전히 다른 말입니다. 원하지 않았다는 것보다 강한 반응이 싫어했다는 것이니까요. 원하지는 않지만 싫어하는 것은 아닐 수가 있죠.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원하지 않았다’는 표현은 좀 어색합니다.


    <우리 시대에>의 일곱 번째 단편 <병사의 집>에서는 전쟁터에서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 ‘해롤드’의 심정을 몇 문단에 걸쳐 계속 설명하고 있습니다. ‘He did not want to~’ 가 자주 반복됩니다. ‘~하고 싶지 않았다.’, ‘~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정도로 해석될 이 표현은 그 앞에 뭔가를 원하고 좋아한다는 표현과 같이 한 문단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헤밍웨이는 ‘해롤드’의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단순하게 표현했습니다. 다른 말로 의역해버리면, 단순하고 어색한 그 단어가 얼마나 많이 반복되는지를 독자가 알아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린아이와 같은 말투가 되고 어색해도 원한다고 원하지 않는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원하고 원하지 않을 때 단순해지니까요.



*번역한 <우리 시대에>는 와디즈에서 펀딩으로 2023.3.20까지만 판매됩니다.

https://bit.ly/3ZhOjqD

작가의 이전글 감독판을 보고 나서야 이해되는 영화들처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