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다닐 땐, 주말이 늘 짧게 느껴졌다. 사실 실제로도 따져보면 일하는 날 5일, 쉬는 날 2일이라 짧게 느껴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래서 직장인이라면 다들 그렇듯 목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오후까지 기분이 점점 좋아지다가 일요일 오후, 해가 뉘엿뉘엿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기 시작하면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저물어가는 태양과 함께나의 행복이 어둠 속으로가라앉는 느낌이랄까?
주 5일도 이 정도인데, 부모님들은 어떻게 주 6일제로 살아왔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5일을 일하고 이틀을 쉬는 삶에서 쉼은 언제나 늘 부족하게만느껴졌다.
딱 이틀만 쉬어봤으면
퇴사를 한 지 3년이 되어가고 캐스트하우스를 운영한 지 이제 1년이 되었다. 캐스트하우스는 입양을 기다리는 유기묘들과 함께 살아보는 공간이기 때문에 숙박이 기본이다. 그래서 요일의 구분이 없고, 고양이들이 상주하기 때문에 예약 여부와 상관없이 매일 출퇴근을 해야 한다.
캐스트하우스 1호점의 귀염둥이들. 매일 왕복 4시간의 출톼근이 힘들지만 그래도 귀염둥이들 얼굴 한번 보면 피로가 풀린다.
작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는 1개 호실만 MVP 공간으로 운영을 했기 때문에 운 좋게 2박 3일 예약 손님이 있으면 하루를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손님이 이틀 이상 숙박을 하면 털과 모래를 청소하고, 고양이들의 건강 상태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3박째 되는 날은 객실에 들어가서 청소와 침구 교체를 하고 고양이들 양치질과 건강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따라서 사실상 나는 23년 8월부터 이 글을 쓰는 24년 8월까지, 1년 동안 이틀 이상 쉬어본 적이 단 하루도 없다.. 회사를 다닐 땐 너무나 당연했던 1주일에 이틀 쉬기가 사라진 지 오래다.
제발하루만 쉬어봤으면
그런데 올해 7월에 2번째 호실을 오픈하고 2개의 공간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하루 쉬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왜냐하면 1호실에 2박을 하는 손님이 있더라도 2호실 손님이 1박만 하면, 2호실 청소와 아이들 관리를 하러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내가 쉴 수 있는 날은 1호점과 2호점이 같은 날에 2박 3일로 예약이 잡힌 경우, 그날 딱 하루다.
7월에 오픈한 두 번째 MVP. 캐스트하우스 2호점의 귀염둥이들, 호빵이와 알밤이.
쉬는 날이 아예 없다 보니 체력은 급속도로 소진되기 시작했고, 집안일을 하지 못해 집은 엉망이 됐다. 집에서 캐스트하우스까지는 편도 2시간, 출퇴근 왕복 4시간이기 때문에 그날 하루 체크인 업무를 끝내고 집에 오면 남아있는 체력은 0.
지하철 안에서 열심히 시간을 쪼개면서 해왔던 인스타그램 포스팅과 브런치 발행, 블로그 포스팅이 모두 중단됐다. 왜냐하면 항상 피로감에 절어있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2개 호실을 관리하다 보니 체크인 준비 시간에 사진을 찍을 단 1분의 여유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신없이뛰어다니며 청소하고 빨래하고 객실 정리에 아이들 점심 급여, 건강 상태 체크까지 끝나고 나면 금방 체크인 시간(3시 30분)이 도래했다.
석 달만에 찾아온 단 하루의 휴식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단 하루의 휴식이 찾아왔다. 1호점과 2호점이 같은 날 2박 3일로 예약이 잡힌 것이다! 석 달만에 찾아온 하루의 휴식이었다.
예전 같으면 쉬는 날 전날에는 꼭 맥주 한 캔을 마셨는데, 이 날은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 왜냐하면 술을 마시면 늦잠을 자게 되고, 늦잠을 자면 어렵게 얻은 너무나도 귀하고 귀한 하루라는 시간을 낭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1분 1초가 귀했다.
기다리던 휴일이 시작된 아침. 나는 7시부터 일어나서 친척 언니가 선물해 준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들고 아침부터 카페로 향했다. 여유 있게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그날 하루를 계획했다. 사실은 밀린 집안일과 청소를 하는 게 계획의 전부였지만, 나를 위해서 온전히 하루라는 시간을 쓸 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행복하고감사했다.
회사다닐땐 전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카페 커피와 샌드위치가 이 날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브런치가 되었다.
보통은 휴식이 끝나는 저녁이 되면 우울하기 마련이다. 일종의 월요병 같은 것인데, 이 날은 저녁이 되어도 우울하지 않았다. 조금은 말끔해진 집,나의 고양이들과 보낸 오붓했던 하루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고, 무엇보다도 내일 출근을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오늘 하루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압도적으로 더 컸기 때문이었다.
월요병이 없어진 이유
예전에는 당연하게 느껴졌던 이틀의 휴식이 요원해진 요즘은 종종 '이틀을 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월요병이 없어진 이유가 매일 일을 해서 그렇다는 결론이 어딘지 좀 김이 빠지는 느낌이지만.
단 하루의 휴식에서 월요병스러운 우울감을 느끼지 않았던 건 어찌 보면 앞으로도 당분간 휴식이 없을 것이라는 점, 그렇기 때문에 이 하루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고 그렇기 때문에 너무나도 감사하다는 점이 당장 내일부터 일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보다 훨씬 더 컸기 때문이었다.
감사하는 마음은 삶을 살아가는데 아주 큰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감사함의 뿌리에는 소중함이 자리 잡고 있다. 나는 어리석게도 그 소중함을 잃어본 후에야 알게 되었다. 내가 이미 가진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마음보다 만약 당연한 것을 잃었을 때의 나의 삶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한다면 삶은 감사함으로 가득 찬다. 나는 그렇게 월요병을 잃고 감사함을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