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세 번째 결혼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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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영국에 도착해서 지하철을 타고 처음 들어보는 낯선 역 앞에 도착했다.
조금 서 있었더니 가로등 불 사이로 베키가 나타났다.
본격 집을 구하기 전에 몇 주 동안은 베키네 집에서 지내기로 했는데 덕분에 많은 걱정 없이 소프트랜딩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낯선 나라에 아는 사람 한 명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런데 편안하게 걸어오는 그녀를 본 순간 너무 반갑고 좋아서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 역시 우리 동네에 너희가 있는 게 너무 신기하다며 연신 신기해를 반복하며 집으로 향했다.
그녀의 가족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같이 늦은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
느지막이 일어나 베키와 함께 동네를 구경했다.
크고 작은 공원이 있고 깨끗하고 빨간 버스가 지나다니는 동네,
새로 지은 시가지와 아주 오래된 성당이 한데 어우러져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게다가 예쁜 카페도 여러 군데 있어서 하나씩 투어 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한식을 좋아하는 베키의 동생 앨리스 덕분에 갑자기 한식을 먹게 되었다.
비빔밥과 고등어, 미역국, 김치전을 해 먹었다.
아니 분명히 여기는 영국인데 긴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밥솥, 쌀밥, 김치, 참기름, 참깨까지 모두 있어 런던 속 작은 한국 같다.
그리고 우리의 3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아 낮에 사 온 케이크를 함께 불었다.
베키의 가족들이 같이 축하해주었고, 몰래 준비한 축하 카드와 꽃까지 받았다.
세상에 이렇게 마음을 써주다니 정말 고맙고 또 고마웠다.
오랜만에 잔뜩 먹은 한국음식 덕분일까 넘치도록 전해받은 마음 덕분일까.
배 속도 따뜻하고 잠자리도 따뜻하고 마음까지 따뜻한 둘째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