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s Study #8. 난 택시 탈 돈이 있는데 택시가 없어
난 택시를 타고 싶은데, 죽도록 택시가 안 잡힐 때가 있다.
서울 북쪽 구석에 사는 나에게는 보통은 늦잠을 찬 아침 출근길이거나, 회식이 끝난 늦은 밤, 새벽의 강남, 홍대 등등의 상황이 되겠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택시의 편리함에 중독된 내가 택시를 잡는 순서는,
1) 카카오택시 앱을 켜서 열심히 기다려 본다
2) 실패한다
3) 다시 한 번 시도한다
4) 실패한다
5) 큰 마음을 먹고 모범, 블랙을 누르고 또 기다려본다
6) 역시 실패하지만 약간 안도한다
7) 도로에 직접 나서서 잡아본다 > 50%의 확률로 택시를 잡거나 포기하고 버스를 탄다
카카오택시 앱으로 택시 잡기에 계속 실패하니,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누적이 되기 일쑤다.
그래서일까, 내 눈에는 국내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여러 이슈로 인해 우버가 주춤한 사이 대중을 사로잡은 카카오택시가 수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조금은 위태로워 보이던 찰나!
때 마침 카카오택시가 특단의 대책을 제시했다. 즉시배차와 우선배차 시스템을 도입해 추가요금을 지불하는 고객에게는 출퇴근 시간 및 심야시간에 막힘 없는 택시 승차 서비스를 경험하게 하겠다는 이야기.
기사참고: http://www.hani.co.kr/arti/economy/it/835837.html
서비스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셀 수 없이 더 고민했던 주제였겠지만, 정말 약간의 돈을 더 얹어주는 방식 외에 서비스 부분에서 개선을 시도해 볼만한 해결책은 더 없었을까?
어쨌거나, 카카오택시의 새로운 제안을 둘러싼 똑똑한 사람들의 갑론을박은 뒤로 잠깐 제쳐두고, 택시를 탈 때 마다 기사님께 여쭤보기로 했다.
1번 답변 "골목 찾아가기 힘들어요"
대부분은 회사, 집 바로 앞에서 카카오택시를 호출하고, 이 경우 카카오택시에 뜨는 출발지가 어느 지역의 골목으로 나타나는 데 찾아가기 힘들어 콜을 무시하는 경우다. 초반에는 어떻게든 골목 출발 콜을 잡고 찾아 갔으나, 제대로 찾아가지 못해 손님의 불평불만을 감수하느니 콜을 안잡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셨다고.
2번 답변 "출근 시간에 종로 같은 곳 들어가면 나오기가 힘들어요"
출근시간에 뜬 카카오택시 콜의 도착지가 종로와 같은 회사 밀집 지역인 경우에는 해당 지역에서 다시 나오기가 쉽지 않다고. 출근길 손님을 내려다 준 이후에 한참을 돌다가 운좋게 해당 지역을 빠져 나오는 손님을 태워주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거의 드문 경우라고 하신다. 한 마디로 출근 손님을 내려주고 나오는 길 손님 잡기가 막막해 차라리 주거 지역 쪽을 돌고 있는 것이 수익이 더 좋은 경우가 많다고. 어쩌다가 도로에서 잡혀 종로를 가게 되면 태워다 주긴 하지만 사실 맘 속으로는 막막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라는 기사님도 계셨다.
3번 답변 "노쇼가 많았어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노쇼가 많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강남 대로변 같은 경우에는 멀리서 콜을 잡은 카카오택시보다 콜을 부른 손님의 눈 앞에 그냥 지나가는 빈차들이 더 많기 일수다. 콜을 잡은 기사님이 손님에게 도착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5분이지만, 눈 앞 빈차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손님은 '콜 취소'를 누르게 된다고. 한참 손님을 태우러 가다가 콜 취소를 몇 번 당한 경험이 누적된 후에 그런 지역에서는 콜 잡기를 망설이게 된다는 답변도 여러 번 들었다.
4번 답변 "나도 퇴근해야죠"
퇴근길 혹은 심야 시간 강남, 종로, 홍대에서 카카오택시 잡기가 너무 힘들다는 투정에 대한 답변이었다. 오로지 퇴근이 목표이기에, 대로변에서 택시로 접근하는 손님이 보이면 방어를 위해 택시 전광판을 '빈차'에서 '예약'으로 바꿀 정도인데 카카오택시 콜을 왜 잡느냐는 것이었다. 사실 도착지 방향, 도착지까지의 거리를 가장 많이 고려하게 되는 시간이 바로 심야 시간대라는 정보 얼핏 당연한 정보도 새삼스럽게 듣게 됐다.
5번 답변 "그 돈 받자고 돌아가는게 더 힘들어요"
이런 답변이 나오는 경우는 대부분이 단거리 콜에 관한 질문이었다. 단거리의 경우인데 손님이 가까이 있을 경우에는 오히려 콜을 잡고 손님을 재빨리 태워다 주는 게 어쩌면 자투리 시간(?)을 가장 잘 활용하는 수입 확보 방식이 아니겠냐는 질문을 드렸다. 기사님들의 답변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장을 뽑자면 "안그래도 대부분의 손님이 카드 택시 결제를 이용하는 상황에서"다. 즉 영업 보상에 비해 단거리 손님을 태우자고 어딘 지 모르는 골목을 찾아가는 귀찮음(혹은 못찾았을 때 받게 될 손님의 컴플레인에 대한 잠재스트레스), 손님을 태우러 가는 길에 겪을 수 있는 노쇼에 대한 스트레스를 더 큰 비용으로 치부하시는 듯 했다.
그 다음 질문은 뻔하다. 이야기는 카카오택시가 새로 도입하게 되는 우선배차, 즉시배차 서비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의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흐른다. 해당 질문에 관한 답변은 명확하게 두 가지로 갈리는 경향이 있다.
1) 고객들한테는 3천원, 5천원씩 받으면서 우리한테는 수수료 조금을, 그것도 현금이 아니라 포인트로 준다잖아요. 그거 받자고 아까 아가씨한테 말한 불편한 것들 다 감수하면서 택시 영업하겠어요?
1) 답변의 경우에는 방금 늘어 놓은 카카오택시 영업에 대한 불만을 우선배차/즉시배차를 통해 받게되는 포인트성 수수료와 맞교환할 수 없다는 인지부조화일 수도 있겠다.
2) 안그래도 요즘 불황이니까, 카카오택시에서 그런 거 해주겠다니까 좋긴 한데, 막상 그런 방식에 불만을 가진 손님이 괜히 나한테 화풀이할까 걱정도 되기도 하고.
카카오택시의 새로운 변신을 앞두고 펼쳐지는 갑론을박을 한참 읽다보면 드는 생각은 어쩔 수 없이 우버로 귀결된다. 작년 겨울 프랑스에서 경험한 우버는 정말 말 그대로 편리함의 극을 달리는 서비스였다. 콜을 부르기만 하면 어떤 지역에서건 5분 안에 콜이 잡혔고, 드라이버들에 대해 사용자들이 매겨놓은 별점은 꽤 정확한 수준으로 서비스 퀄리티를 보장했으며, 도착지에 내리면 결제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카드결제 메세지 및 이용 내역이 메일로 들어오는 별세계란....
>> 이전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