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s Study#9. 변화하고 있는 FV와 SV의 상관관계
봄이 오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것은 벚꽃이 아니라 미세먼지 마스크가 됐다. 월세로 사는 집 값도 감당하기 힘들만큼 날로 치솟고 있다. 한 편으로는 행복한 삶이란 생각이 든다. 미세먼지가 걱정일 땐 마스크를 살 수 있고, 월세를 낼 돈 조차 없어 길거리를 전전하고 있지 않아도 괜찮은 형편이다. 뿐만 아니라 각종 사고를 당하지 않고 무사히 살아내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연일 다른 종류로 터지는 사건, 사고를 접한다. 또 한 편으로는, 공장 설립을 두고 시위가 벌어진 격전의 현장을 신문을 통해 접한다.
기억들을 하실 지는 모르겠으나, 2013년 대학가를 휩쓸었던 대자보의 제목을 끌고 와봤다. 5년이나 지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 사회는 조금이라도 더 안녕해 졌는가?
대답은 자명하다. 아직은 더 안녕들해지지 못한 것 같다. 가계 부채는 연일 최고 수준을 경신해 가고 있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구직자들의 수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쯤 되면 답변을 바꾸어야 한다. 적어도 5년 전보다 사회문제는 그 양과 폭 모두에서 증가했고, 오늘의 우리도 여전히 안녕들하지 못하다.
물론 SNS와 같이 일상 속에서 여러 종류의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가 증가해서 '사회문제가 증가했다'라고 느낄 수도 있다. 정보의 인식 빈도 수에 따라 사고 발생 수를 추론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증명하거나 반박하기 위한 명확한 숫자를 찾기 이전에 우리가 쉽게 동의할 수 있는 명제는 존재한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속도가 사회문제의 증가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한다면, 사회문제가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에 대해 우리는 어떤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간단히 공식화 시켜서 접근해 본다면, 아래 네 가지 방향의 해결방법이 도출된다.
전체 사회문제 해결 속도 =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개체 수 X (한 문제 당)풀이 속도
전체 사회문제 발생 속도 = 사회문제를 발생시키는 개체 수 X 발생량
1.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개체 수를 증가,
2. 한 문제 당 풀이 속도를 증가,
3. 사회 문제 발생시키는 개체수 감소,
4. 한 개체가 발생시키는 사회 문제량 자체를 절감
제시한 네 가지 방향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학문적 흐름은 바로 자본주의 4.0 패러다임이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개인과 기업, 그리고 정부 간의 자본주의에 대한 고민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본주의 4.0이니, 5.0이니 하는 이러한 구호 때문에 해당 프레이즈가 조금 시대를 지난 것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로 자본주의 4.0은 아직 걸음마를 제대로 떼지도 못했다.
아무튼 행복한 자본주의를 전제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의 종류를 간단히 1) 재무적 가치(FV 혹은 EV)와 2) 사회적 가치(SV)로 이분화 시켜본다면, FV와 SV의 관계를 둘러싼 변화를 두고 우리는 시대의 흐름을 조금 읽을 수 있다.
첫 번째, 기부 패러다임; 시혜적 시각에 기반한 사회적 가치 창출
기업과 정부가 가진 자산을 사회적 약자에게 단순히 '퍼주는' 식의 기부 패러다임이다. 자산이 가진 성격과 무관하게 사회적 약자를 돕는 형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해결한 주체와 해결된 사회적 문제 사이에 어떠한 상관관계도 없다. 재무적 가치 측면에서는 (-)로 평가한다. 해당 유형의 활동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부정적인 편에 속한다. '좋은 일 하는 척' 한다고 본다. 가장 수동적인 형식이면서도,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올리는 유형의 접근법이다.
두 번째, 노력 패러다임; 기업 혹은 정부의 Value Chain 상 운영 개선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
그러다 보니 '조금 더 노력'해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라는 요구가 등장했다. 여기에 기업과 정부는 각자가 가진 자산의 성격에 따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달리 정의하고, 이에 맞춰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Value Chain 상의 운영 개선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이 이어졌고, 재무적 가치 측면을 (+)로 바라볼 수 있는 여지가 발생했다.
세 번째, 주체 패러다임; 사회 문제 해결 자체에 집중해 유의미한 수준의 사회적 가치 창출
자본주의 4.0의 흐름과 가장 근접한 형태로, 사회적 문제 해결에만 집중해도 유의미한 수준의 재무적 성과가 함께 창출될 것이란 기대다. 기업 입장으로 보면, 앞으로의 고객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며, 해당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더욱 적극적으로 소비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다.
여기서 세 번째 접근법에 대해 가장 많이 배우고 고민해볼 수 있는 국내(놀랍게도!) 채널이 있었는데,
바로 SK그룹의 행보였다.
패러다임 변화의 가장 끝단에 위치해 있는 SPC(Social Progress Credit)실험에 대해서는 다음 글들에서 조금 더 자세히 다뤄볼 예정이다. 참가하고 있는 기업의 사례들을 위주로 서술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래 책들을 참고했어요!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 (최태원 지음, 이야기가있는집, 2014)
자본주의 4.0 로드맵 (김덕한 지음, 메디치 미디어, 2012)
사회적 가치와 사회혁신 - 지속가능한 상생공동체를 위하여 (박명규·이재열 엮음, 한울 아카데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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