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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na Apr 24. 2017

페이스북이 소통의 도구라고요?

Contents Study #6. What's the next SNS?

정신 없는 한 달이 지나갔다.

개인적으로는 1월 1일을 맞이할 때까지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다사다난한 일들이 연속하고 있는 상반기를 보내는 중이다. 뜻하지 않게 얼른 다음 세입자를 구한 후 방을 옮겨야 하는 문제가 생겼고, 집안 문제로 서울 - 여의도 - 안동을 애두른 병원 코스를 여러차례 왕복해야 하기도 했고,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규모는 작았지만 몇 개월을 열심히 준비해왔던 작은 사업이 엎어지기도 했다. 이런 변수는 하나도 예상하지 못한 채,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들은 또 얼마나 많았던지. 그러다보니 지금 당장은 내가 해야 할 모든 일들 모두가 욕심의 끝에도 다다르지 못한 일들로만 가득찬 것 같은, 그런 일들만 여럿인 찝집한 느낌이다. 아무리 과유불급이라고 했다지만, 이렇게 생각도 못했던 변수들이 한 번에 겹치는 건 반칙아닌가 싶다.


이렇게 여러 일이 한 번에 겹쳤는데, 내일이 기대되는 하루하루를 보내왔다니.

신기하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싶기도 하다가, 정신 없는 한 달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곰곰히 되짚어 봤다. 결국 이런 저런 경험을 다 해보고 있으니, 어떤 사람을 만나도 재미있는 이야기는 나눌 수 있었구나 싶어서. 


정신 없는 한 달이었는데, 

그 와중에 손에서 놓지 못했던 것들

비공개 인스타그램이니까, 프로필 빼고 브런치에 공개합니다!!! (?) !!! 

이곳 저곳을 오가는 버스, 지하철에서 조는 와중에도 내 손에서 놓지 않았던 것, 잠이 쏟아지는 새벽 한 시 침대 위에 누워서도 무거운 눈꺼풀을 애써 무시한 채 손가락을 바삐 움직였던 것. 바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다. 나의 경우에는 주로 쏟아지는 대선 관련 인터넷 뉴스를 접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접속하고, 지인들의 근황을 확인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내 행동양식은 Social Network Service라는 SNS의 긴 풀이에 과연 페이스북이 적당한 플랫폼인가-라는 의문을 던지게 된 계기였다. 말인 즉슨, SNS를 콘텐츠 자체를 소통의 도구로 바라보는 시각이 언제까지 유효할 것인가- 에 관한 의문이 되겠다. 


페이스북이 아직도 소통의 도구일까?

그래서 가장 대중적으로, 나름대로 아직까지는 가장 넓은 범위의 지인들이 사용하는 SNS 매체인 페이스북의 내 타임라인 현황부터 살펴봤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지인의 셀카, 그리고 나서 패스트캠퍼스의 광고, 그 밑으로 보이는 건 '세상에서 가장 소릅돋는 라이브' 채널의 동영상 콘텐츠, 또 그 밑으로는 경향신문의 대선 관련 기사 공유글이 눈에 보인다. 그리고 스크롤을 조금 더 내렸을 때 지인이 올린 여행 사진 여러 장이 눈에 들어왔다. 추측해보건데, 내 타임라인은 광고글 및 여타 페이지들의 콘텐츠가 그 지분을 80%, 나머지 다른 지인들의 포스팅이 20%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나도 아니고, 내 지인도 아닌 사람 혹은 업체 혹은 그룹의 글이 타임라인 전체의 절반을 넘는 플랫폼에 대해 '소통의 도구'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구나 내 글을 볼 수 있고,

나도 누군가의 글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페이스북이 인기를 끌던 2012년 전후에는 타임라인의 80%가 지인들의 글로 가득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렇다면 약 5년 동안 페이스북에 나타난 이런 변화는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까?

같은 맥락에서 내가 떠올린 또 다른 SNS가 바로 트위터다. 외국인들이 트위터를 사용하는 방식과 한국인들이 트위터를 사용하는 방식, 그리고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방식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해보면 차이가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난다. 물론, 지나친 단순화의 오류가 있긴 하지만, "오늘 버스가 파업했어! 망함", "이 카페 미쳤네"와 같은 글을 쉽게 업로드하고 공유하는 문화와 뉴스 기사 링크를 공유하거나 혹은 몇몇 유명한 다른 트위터 이용자들의 글을 리트윗 해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는 문화의 차이라고 이해하니까 문제가 조금 더 쉬워졌다.


그러니까, 페이스북이 각종 페이지 글로 도배된 이유는 뭘까- 생각해보면 우리 문화 특유의 1) 집단주의, 2) 눈치문화, 3) 체면문화 라는 세 가지 주요 키워드가 '누구나 내 글을 볼 수 있고, 나도 누군가의 글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라는 공간에는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결론 도출이 가능했다는 이야기.


조금 더 일상의 언어로 표현해보자. 그러니까 집단주의 성격이 아직 더 강하게 남은 우리나라에서는 소속 집단에 잘 융화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적절한 사회적인 체면을 유지 혹은 필요로 하는데, SNS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관종', '진지충', '설명충'과 같은 단어가 붙었던 순간 페이스북은 소통의 도구로서 그 역할을 상실한 것이 아닐까-라는 이야기였다. 오히려 나와 같은 이른바 활자 중독자들에게는 정보 획득과 데이터 아카이빙의 도구로서 페이스북의 정체성도 강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페이스북에 '좋아요' 기능이 없었더라면?

관련해서 한국 페이스북에 만약 '좋아요' 기능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한 친구의 의견이 기억에 남는다. 눈치를 조금 덜 보고, 비교적 넓은 범위의 지인들한테 자신의 일상이나 소소한 생각들을 공유하는 게 더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을까-하는 의견이었다. 


여기에 덧붙여서 생각해보면, 일촌이라는 폐쇄적 지인 네트워크로 번성했던 싸이월드가 모든 지인들의 글을 하나의 타임라인에 개방적으로 보여주는 페이스북에 그 자리를 빼앗겨버렸던 것처럼, 이번에는 다시 반폐쇄적인 SNS가 페이스북을 치고 들어오는 시기의 중간에 놓여있는 건 아닌가 싶다. 이미 'OO대학교 대나무숲'과 같은 형태로, 대숲(대나무숲)이 제공하는 익명의 힘을 빌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쏟아내고, 답을 받는 20대들의 행동패턴이 또 너무 폐쇄적인 SNS는 안될 것이라는 강한 징표인 듯도 해서. 더불어, 한국 시장에서 트위터의 사용자 수가 감소와 정체를 반복하고 있는 걸 보면 또 온전한 개방형 SNS는 이제 분명한 위기에 처한 듯도 하다. 


사실 예의범절 잘 따지고, 눈치를 많이 보는 우리나라에서 페이스북이 한 때 온전한 소통의 도구로 자리잡는 모습을 보고 신기했던 적도 많았다. 다만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고 했던가, 의외로 신기하면서 허무했던 현상 중 하나는, '페이스북은 명절날 저녁식사 같고 스냅챗은 이제 지겹다고하는 미국 10대들의 새로운 장난감!'으로 익명, 지역기반의 SNS인 YikYak이 주목 받았던 일이기도 했다. 집단주의, 눈치, 체면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지역에서 탄생한 익명 기반의 반폐쇄적 SNS라니...!


스냅챗(Snpachat)과 스노우(Snow),

What's the next SNS?

그리고 이런 흐름과 궤를 같이하며 눈에 띄는 약진을 보여주고 있는 SNS가 바로 스냅챗(Snpatchat)과 스노우(Snow)다. 카메라 어플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 같지만, 둘 모두는 사실 휘발성이 강한 이미지/비디오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SNS에 더 가깝다. 카메라를 통해 찍은 영상을 '스토리'를 통해 친구와 공유하는 기능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덧) 2017.05.30 update: 최근 스냅챗의 실적은 실망스러웠다. 굳이 짚어보자면,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제품 단이 아니라 인사 단에 있는 듯하고, 해당 부분에서의 정비가 더 크게 필요한 상황인 것 같아 스냅챗의 플랫폼 구성 자체에 대한 찬사는 이 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동륵된 스냅챗 소개 화면

재미있는 점은 스냅챗과 스노우 모두 기존 SNS와 다르게 첫 화면이 '카메라 화면'으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어플을 켜고 '무엇이든 찍어보라'는 것이다. 이후에는 찍은 사진과 동영상들을 '내가 직접 등록한 지인'들과만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영상과 사진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인들과 중개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때문에 '어떤 이들만 내 사진과 동영상을 볼 수 있고, 나 또한 어떤 이들의 사진과 동영상만을' 공유받을 수 있다. 끼워맞추기에 가깝지만, 이쯤되면 스냅챗과 스노우가 폐쇄적이면서, 폐쇄적이지 않고, 개방적이면서 개방적이지 않은 플랫폼의 성격을 지녔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 이미 미국에서 스냅챗은 폭발적인 속도로 이용자를 흡수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한국이 스냅챗과 유사한 성격의 서비스, 스노우(Snow)를 통해 비슷한 흐름을 따라갈 것인지, 따라가지 않을 것인지는 그래서 요즘 내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다. 스냅챗의 기능을 그대로 옮겨놓은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기능이 한국에서도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것을 체감하자면, 스노우가 한 번 확 성장할 시점이 된 것 같기도 한데, 아직은 한국 이용자들이 스노우의 '카메라 어플'의 기능에만 초점해 앱을 활용 중인 탓에 그 화력이 급격하게 성장할 가능성은 앞으로도 조금 약해보인다. 

* 참고기사: Snapchat’s user base was growing quickly — but slowed down last quarter
 스냅챗이 이렇게 폭발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SNS를 넘어 'Comupting camera'를 꿈꾸고 있다는 이야기도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롭다. 


싸이월드 → 네이트온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 의 흐름에서 ?에 들어갈 또 다른 서비스의 주축은 누가 차지하게 될까? 조금 더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고 주변을 돌아보기로 결심했다. 


*물론 한 동안은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의 바톤을 이어 받아 가장 즐기기 좋은 SNS 플랫폼으로 각광받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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