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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na May 30. 2017

니 차, 내 차가 지금 중요한가요?

Contents Study #7. 고시원 앞에 주차된 BMW

폭풍 같은 4월에 이은 5월을 떠나 보내기 무섭게 집에 먹을 것들이 뚝 떨어졌다. 밖에서 한 끼를 때우는 것도 하루 이틀인 일이다. 굶주린 배를 집에서는 채우고 싶고, 냉장고는 비었고. 가벼운 지갑에 맞춰 슈퍼에서 그 날 하루 하루에 맞는 식재료들을 구입하는 일도 반복하다보니 지쳤다.


역시, 싸게 많이 사려면 대형마트에 가야하는 거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까지 나가는 게 쉽지는 않다. 가서 장을 보는 것 까지는 괜찮지만 이후에 무거운 짐을 잔뜩 들고 지하철을 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 올 걱정이 태산만하다. 택시를 탈 바에야 집 앞 슈퍼나 편의점을 가고 말지. 에이, 귀찮은데 핸드폰으로 주문할까. 주말에는 배송을 안해주고, 주중에는 집에서 택배를 받아줄 사람이 없다. 더워진 날씨에 잔뜩 구매한 두부와 우유가 복도에 방치되어 있다가 어느새 더워진 날씨에 상해버릴 모습을 생각하면 속이 쓰리다. 직접 차를 빌려서 끌고 나가볼까, 차가 없다. 사회초년생에게 자차 마련의 꿈은 멀기만 하다. 결국 나같은 이들에게 제일 만만한 건 집 앞 슈퍼고 편의점일 수 밖에.


그래서 일단, 차는 필요한가 싶다

운전도 잘 했으면 좋겠고.

역시 이래저래 혼자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싶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운전을 어느 정도 익힌 친동생이 서울 생활에 합류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많이 달라졌다. 회기에서 가까운 왕십리 정도까지 차를 끌고 마트에 나가면, 주차 얼른 해놓고 장보고 싣고 나오면 끝이다. 일말의 고민의여지가 없었다. 역시 차가 있으면 만사가 편해지는 건 시골이나 도시나 똑같지 싶다. 운전도 더 연습해놔야지, 싶다.


그런데 굳이 내 차를 마련해야 하나 싶다

그런데 굳이 내 차를 마련해야 하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에는 단호하게 No를 외칠 수 있게 됐다. 쏘카나 그린카 중 때에 따라 프로모션 혜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업체를 선택하면 왕복 지하철 요금보다 싸게 자동차를 빌려 탈 수 있었기 때문이다. 3,000원 정도를 내고 K5를 세 시간 이용한 후 반납했다. 이제 막 사회 초년생이 된 친구가 자차 유지비, 관리비로 허덕이는 모습을 익히 지켜본 터라, 자주 타지도 못할 자동차, 내가 사서 가지고 있을 필요 있나 싶다. 지금 살고 있는 원룸 건물은 운이 좋게 주차장이 따로 존재하는 건물이긴 한데, 입주민 하루 주차비가 2,000원이니까 말 다 했다. 매 월 주차하려면 월 5만원이 필요하다. 이쯤 되니 자차, 부담스럽고 필요 없다고 애써 정신승리해본다.


이어서 자동차를 내 것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을 1) 편리한 이동, 2) 사회적 지위의 과시 두 가지로 크게 나눠본다면, 이제는 차 쉐어링 업체의 차를 잠깐 빌려 편리한 이동이라는 욕망 충족이 가능해졌다. 물론, 아직 궁핍한 내 경제력에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고자 하는 욕망은 현실적으로 충족이 힘든 부분에 가깝기에 제외하기로 하고.


고시원 앞에 주차된 BMW,

'내 자동차'에 대한 소유욕의 발현

하지만, 어느 누구든, 어릴 때부터 그려왔던 드림카 하나 쯤은 가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내 경우에는 클래식카에 대한 로망이 꽤나 깊다. 나 역시 언젠가 차를 사게 된다면,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비싼) 자동차를 중고로, 거의 충동구매하듯 사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정도는 하고 산다.

이런 예쁜 차를 세상에서 제일 터프하게 모는 거!

그래서 최근에 제일 재밌게 발견한 현상 중의 하나가 강남, 역삼 근처 원룸촌 혹은 고시원이 즐비한 골목에, 또 한 편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고급 외제차들이었다. 저 자동차를 살 돈이면, 이런 원룸촌이 아니라 주거 여건이 조금 더 나은 빌라나 아파트로 이사가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당연하게 들 수 밖에 없다. 물론 서울의 미친 땅 값, 집 값을 생각하면 저 자동차 팔아도 전세 하나 겨우 구할까, 말까이긴 하겠지만, 어차피 그 원룸에도 세를 들어 살고 있지 않을까 하기 때문에.


이쯤부터 생각한 것이,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욕망 중 후자의 욕망, 2) 사회적 지위의 과시 용도로만 내 자동차에 대한 소유욕이 강하게 발현되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추론이었다. 이전까지는 쏘카와 같은 O2O 형태의 차 쉐어링 업체는 부재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편리한 이동을 위해' 내 차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유욕이 가성비와 결합되어 나타날 수 있었다면, 차에 대한 공유경제의 개념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금 시점 이후부터는 굳이 가성비를 따져가며 복잡한 내 차 구매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


그런데 왜 수입차 판매 업체의 실적은 부진해 지고 있는가 -

쏘카와 함께 크는 자동차 중고 시장

다만 연간 수입차의 내수 판매량은 2017년1월 ~ 4월, 전년 동기 대비 4.5%가 감소했다. 국산차의 판매량은 0.8% 증가해 판매 수준의 명맥을 근근히 유지했다고 평가한다면, 위의 내 해석과는 현상을 다르게 바라 볼 필요가 존재한다. 실제로 수입차 업체들은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이나 변경 모델 출시 등으로 판매량 회복을 위해 힘쓰고 있다.(참고기사 1) 

참고기사1: 판매 2년 연속 내리막에... 수입차 업계 '반전' 시동


재미있는 것은, 수입차 시장 하락세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 폭스바겐 디젤 배출가스 조작 사건의 영향을 배제한다면, 즉 디젤 사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업체들만 놓고 보자면, 메르세데스와 벤츠, BMW와 같은 수입차 업체들의 판매량은 증가했다는 사실이다.(참고기사 2) 벤츠의 판매량은 전년대비 19.9% 상승한 5만 6,343대를 기록해 단일 브랜드 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5만대를 돌파했고, BMW 또한 1.2% 증가한 4만 8,459대를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참고기사2: 승승장구하던 수입차, 날개 한풀 꺾여


관련해서 엮어볼 수 있는 현상 중에 하나는 중고차 거래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다. 2016년 중고차 시장은 2015년 중고차 시장이 기록한 역대 최고치인 366만대를 뛰어 넘으며, 다시 역대 최대 규모의 등록대수를 기록(참고기사 3)했다. 2016년의 경우에는 수입 중고차의 거래 비중이 2015년의 역대 최다 기록치 366만대를 뛰어 넘으며, 또 다시 역대 최다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참고기사 4)

참고기사3: 중고차 거래대수 역대 최고...작년 378만대

참고기사4: 수입 중고차 거래 비중 역대 최다



결론,

누가 알아주는 자동차 아니면, 누구 차인지 중요할까요

결국 자동차 업계에 있어서 소비자들의 Key buying factor는 더 이상 가성비에 머물 수 없을 것이라는 흐름을 발견한 요즘이었다.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되는 시점에는 쉐어링 업체의 차량이 모바일 폰으로 해당 차량을 예약한 고객 집 앞까지 스스로 운전해서 찾아올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더 긴장해야 할 업체가 그동안 첫 차로서의 가성비를 강조해 온 - 그렇게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 온 - 업체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니까, 생각해 보면 내 차 꼭 필요한 걸까요?

먹고 살기 점점 팍팍해지면 사람들은 허리띠를 더욱 굳게 졸라 매게 될테고, 굳이 내 차 없어도, 차를 타고 다닐 수 있게 되는 세상이라면, 적어도 나라면, 매 달 유지비가 고정비로 빠지는 내 자동차를 가성비를 위해 구매하진 않을 것 같다.  자차를 구매하기로 마음먹은 상황까지 이르게 되면, 가성비에서 가격이 차지하는 중요도는 점점 더 역설적으로 낮아질 거라는 얘기다. 가난한 청년 1인 가구의 증가가 거스를 수 없는 중장기 트렌드가 되어 버린 현실까지 고려하면 역설적으로 더 그렇다.


+덧) 조금 더 체계적으로 접근해 보려면 우버나 그랩이 이미 날개를 펼치기 시작한 동남아나 유럽 사례를 더 면밀히 들여다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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