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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ks May 07. 2020

[조지아] 시그나기

조지아의 프랑스

조지아의 첫번째 도시 트빌리시, 두번째 도시 카즈베기를 떠나, 세번째로는 시그나기로 갔다.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했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승용차 한대를 끌고 온 낯선 사람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뭐라뭐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면서 우리를 차에 태웠다. 순식간에 호객행위에 당하는건가 싶으면서도- 이끌리듯 그 차에 탈 수 밖에 없었다. 왜냐면 운전자가 너무나도 아빠 심부름으로 마지못해 나온 아들의 표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유럽 느낌의 시그나기

그랬다. 숙소 아저씨 아들이었다. 그렇게 만난 우리 숙소 아저씨는 반가워하며 웰컴드링크(= 직접 빚은 독한 술)를 꺼내주었다. 술을 빚는 건 손이 정말 많이 가는 일인데, 이렇게 흔쾌히 주는 아저씨 좋은 아저씨-라는 생각으로 기쁘게 마셨다. 내가 잘 마시는 것을 본 아저씨가 더 기뻐해서, 나는 더더 기뻤다.


언어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말은 전혀 통하지 않았지만, 아저씨가 손짓발짓으로 괜찮으면 내일 자기가 차를 운전해 시그나기 투어를 해줄 수 있다길래! 그러기로 했다. 한량이면서 동네 인싸인 삼촌을 따라다니는 기분이었다.


첫번째로는 교회에 데려다주었다. 그제서야 찾아봤는데, 조지아는 독실한 나라이고 같은 뿌리에서 시작되었지만 역사의 영향으로 신앙의 차이가 생긴 듯 했다. 우리가 못 알아듣는걸 알면서도 아저씨는 열심히 설명해줬는데, 문화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나중에는 절로 찾아보게 되더라.


그리고 바삐 움직이며 와인 양조장, 오래된 성, 멋진 정원, 새로 지어진 공원, 시그나기를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을 두루두루 데려다주었다. 와인 양조장에서는 신나게 샘플러를 마시고, 아저씨가 뷰맛집이라고 내려주는 스팟마다 신나게 사진을 찍었는데, 우리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행복해하던 아저씨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시그나기의 예쁜 정원


조지아는 와인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와인이랑은 맛이 조금 달랐다. 옛날 맛이라고 해야 할까, 아직 상업화가 덜 된 느낌이었다. 그 느낌이 조지아와 잘 어울렸다.


날 것의 와인을 앞에 두고, 옛 느낌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포도나무 덩쿨이 있는 야외 테라스에서 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렇게 여행을 마무리했다.


여행을 다녀오면, 가봤으니 됐다-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 있고, 언젠가 또다시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 있다. 조지아는 후자였다. 근사한 경치도, 한 나라지만 너무나 달랐던 도시들도 좋았지만, 정말 집의 방 한 칸을 내어주고 쑥스러운 표정으로 친절을 베풀어주던 사람들 덕분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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