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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iusduck Sep 24. 2019

미드타운_뉴욕 베이글의 진수

에싸 베이글 (Ess-a-Bagel)

브런치라는 단어와 뉴욕이라는 단어는 두개가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다.

그리고 브런치는 다시 베이글과 이어진다. 반으로 갈라 크림치즈를 잔뜩 바른 베이글은 브런치의 대표메뉴 중 하나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뉴욕에는 유독 맛있다고 소문난 베이글을 파는 집이 많다. 그중에서도 ‘에싸 베이글’은 ‘뉴욕 베이글의 성지’라 불리고 있었다.

 

초록색 바탕에 금색으로 에싸 베이글이라고 씌어진 간판의 오른쪽에는 귀여운 베이글이 다섯개 붙어있다. 밝은색의 나무로 격자 창을 만든 가게 외관은 클래식한 분위기를 풍긴다. 세련된 현대식 건물도 좋지만 난 이렇게 오래된 분위기를 풍기는 가게가 더 좋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도 좋지만 무엇보다 그 가게가 품은 시간에서 믿음직한 연륜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브런치를 먹을 셈으로 오전시간에 찾아갔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엄청난 쇼케이스에 살짝 주눅이 든다. 샌드위치라는게 채소든 고기든 아무거나 넣고 소스만 얹으면 만들수 있는 음식이다보니 재료의 다양성에 수긍은 하지만 쇼케이스 안에는 너무 많은 재료가 들어있었다. 

샐러드나 고기류, 해산물등은 차치하더라도 크림치즈의 종류만 20종이 넘으니 15종의 베이글 중 하나를 고른 뒤 다른 재료를 고르는데 상당히 애먹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나는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이걸 어쩌나 당황하던 차에 이미 모든 조합이 끝난 시그니처 샌드위치들이 메뉴판에서 보였다. 이 곳에 익숙해진다면 취향에 맞춰 이것저것 고르고 넣고 빼고 할 수 있겠지만 나같은 뜨내기 관광객들에게는 베스트 메뉴를 주문하는것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주문을 마치고 테이블에 앉았다. 그런데 우리가 테이블에 앉자마자 엄청난 인파가 가게안으로 밀어닥쳤다. 직원과 손님들이 분주하게 움직여 쉴새없이 베이글을 가게 밖으로 빼내가는데 밀려드는 사람의 속도가 그보다 빨라 가게 밖까지 순식간에 줄을 서고 있었다. 그 틈바구니에 끼어있었다면, 한 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 재료 앞에서 당황하다가 내가 뭘 주문했는지도 모른채 줄에서 떨려나 정체불명의 베이글을 들고있었을게 틀림없었다.


습관처럼 주문한 시그니처는 연어 샌드위치였다. 크림치즈와 연어, 토마토, 양상추가 샌드된 시그니처는 재료들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밀착돼 있어 먹기 좋고, 쫀득한 베이글에 톡톡씹히는 파파시드는 재미있는 식감을 더해준다. 채소를 뺀 연어 샌드위치에서는 케이퍼의 짠맛과 크림치즈가 연어의 맛을 증폭시켜 한층 더 진하고 고소해졌다. 거기에 더해지는 건포도의 단맛 때문에 입안이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냥 베이글만 먹어도 맛은 좋다. 다소 단단하고 밀도가 높아 묵직한데 천천히 씹다보면 고소함이 점점 진해진다.

‘에싸 베이글’의 명성에 끌려 지구 반바퀴를 돌아온 관광객이든, 몇블럭 떨어진 건물에서 점심식사를 하러 온 뉴요커든 할 것 없이 이 맛있는 베이글을 먹고 있는 표정은 하나같이 행복해 보인다. 그리고 그건 식사를 끝내고 가게문을 나서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위치 : 831 3rd Ave, New York, NY 10022

전화 : 212-980-1010

오픈 : (월-금)06:00-21:00, (토-일)17:00

홈피 : www.ess-a-bag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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