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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iusduck Mar 13. 2020

첼시 Chelsea

과거와 변신이 공존하는 곳

맨해튼의 심장부인 미드타운 아래쪽에 꽤 큼지막한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첼시는 여행자의 입장에서 여러 가지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흥미진진한 동네다.

정육 시설들이 폐점하며 들어서기 시작한 고급 부띠끄들과 레스토랑을 비롯해 운행이 끊긴 화물기차가 다니던 고가를 개조한 공원인 하이라인, 폐허가 된 옛 과자공장을 개조한 첼시 마켓, 2015년 개장한 휘트니 미술관 등 먹고, 구경하고, 쇼핑하고, 산책까지 하는 다양한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으니 몇 날 며칠을 돌아다니더라도 질리지 않는다.


그리고 첼시와 그리니치 빌리지가 만나는 지점, 오른쪽으로 조그맣게 붙어있는 미트패킹 디스트릭트라는 독특한 지역이 있다. 첼시, 첼시마켓, 미트패킹 디스트릭트 이 세가지의 이름이 나를 상당히 헷갈리게 했는데 첼시의 또 다른 이름이 미트패킹 디스트릭트라 생각해 "그럼 첼시는 어디야?"라고 바보 같은 질문을 했던 기억이 있다.  

첼시라는 명칭이 미트패킹 디스트릭트라는 이름보다 사람들에게 더 많이 각인된 이유는 이름이 주는 뉘앙스에 있는 것 같다. 1990년대 이전의 이곳은 이름 그대로 250여 곳의 도살장이 운영되는 정육 포장 밀집지역인걸로도 모자라 마약밀매와 매춘의 본거지였다.

1980년대에 최저점을 찍고 난 후, 90년대를 지나 1997년에 큰 과자공장인 나비스코가 이전하면서 감각적인 인테리어에 신경을 쓴 첼시 마켓이 들어섰는데 이곳이 뉴요커들을 비롯해 관광객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으면서 지역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될 정도의 인지도를 갖게 된 것이 아닌가.. 내 멋대로 생각해봤다.

규모도 어마어마해서 블록 하나를 다 차지할 만큼 커다랗다. 뉴욕 내에서 잘 나간다는 소문난 맛집들도 다수 입점해 있고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는 가게들도 많다. 공장부지였을 때의 흔적을 일부 남겨 인테리어로 활용하면서 독특하고 재미있는 분위기를 구경하는 남다른 재미도 있다.

 

2000년으로 들어서면서는 차츰 세련된 부띠끄들과 고급 레스토랑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고급 스테이크 하우스인 STK Steakhouse나 스탠더드 호텔 아래 The Standard Grill 비어가든 등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레스토랑들이 생기면서 점차 밤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거기에 운행을 멈추고 관리가 되지 않아 흉물스러웠던 고가도로가 2010년에 친환경 공원인 하이라인으로 멋지게 변신을 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다. 이 시점에 첼시는 이미 뉴욕의 핫한 공간이 되어 있었다.

거기다 현재 하이라인 아래에는 수백 개의 컨템퍼러리 아트를 관람할 수 있는 갤러리가 늘어서 있다. 2015년에는 휘트니 미술관까지 개장을 한다.


퓨전 재래시장인 첼시마켓을 호들갑스럽게 휘저으며 먹고 구경해도 좋고, 녹음과 예술품들이 넘치는 하이라인 파크를 슬슬 산책하며 뉴욕의 빌딩들을 감상하는 것도 좋고, 크고 작은 갤러리와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관람하는 것도 좋다. 첼시는 내게, 시간을 많이 할애해서 음미하고 싶은 장소였다.


첼시는 아직도 공사 중인 곳이 많다.

좋은 공간에서 더 좋은 공간으로 변신을 거듭하는 첼시의 모습이 나는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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