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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활곰 Oct 31. 2016

1. 터키 여행(2)

모스크의 도시 이스탄불



터키 여행을 오매불망 기다린 터키 무식자

여행을 가기 전에, 터키라고 하면 내 머릿속에서 바로 떠오르는 것이 몇 가지 있었다. 블루모스크, 하기아 소피아, 갈라타사라이, 트라브존스포르(을용타..), 동로마제국, 콘스탄티노플 등 어렸을 적 '먼 나라 이웃나라'를 통해 얻은 지식과 게임을 하며 익힌 명칭 및 이미지 같은 것들이었는데, 가보고 싶다고 주구 장창 외쳤던 것들과는 다르게 보유했던 터키에 대한 상식은 놀랍도록 짧았다.

저 우람한 근육(?)을 직접 보고 싶어서 터키까지 날아간 것이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멋있게 나온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스탄불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 떠난 여행이었기 때문에(너무 보고 싶으면 이것저것 안 따지게 된다) 그런 건 개의치 않았으나, 이 거대한 나라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방대하고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었으며, 유적지와 유물의 수준이 매우 높았다. 뭣도 모르고 방문하기에는 9박 11일은 너무 길기도 했고, 여행 계획 없이 11일을 알차게 보내기에는 그리 만만한 여행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솔직히 밝히자면 첫 4일은 행복했고, 2일은 얼어 죽는 줄 알았으며, 그 뒤 3일은 그냥 그랬고, 나머지 2일은 우울했다. 혹시 누군가 터키를 방문한다면 나는 꼭 불어오는 바람에 약간이라도 온기가 있을 때 방문할 것과, 역사 공부를 좀 더 하고 오기를 조언하고 싶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곳이기도 하지만, 알고 봤을 때 더 재밌는 거리가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사실 날짜별로 상세하게 뭘 했는지는 거의 기억이 나질 않아 내가 찍은 사진들 위주로 기억을 끄집어 내어 기록을 해야만 한다. 내가 옮겨다닌 지역과 그 지역 안에서의 볼거리들을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가보자.



블루모스크

마초스런 멋을 자랑하는 모스크

이스탄불에 도착하고 내 첫 기억은 어두운 밤 홀로 거대하게 빛나던 블루모스크다. 이스탄불에 와서 제일 보고 싶었던 블루모스크가, 안 그래도 거대한 녀석이, 저 혼자 조명빨로 밝게 빛나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사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커서 픽업 차량을 타고 숙소로 향하는 그 어두운 밤길에서 유독 튀어 보였다. 너무 멋있어서 그걸 본 것만으로도 여행 첫날에 이미 비행기 표값은 뽑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술도 안 마셨는데 취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옆모습을 찍은 블루모스크, 미나렛(첨탑) 6개가 명확하게 보인다. 실제로 밤에 보면 정말 튄다.

블루모스크는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 중인 건물이기 때문에 실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몇가지 지켜야할 사항이 있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모여 있어서 발 냄새 공격을 당할 수 있다고 들었지만, 겨울이라 그런지 그렇게 심한 냄새가 나지는 않았다. 덩치에 비해 입구가 넓진 않아서 한 줄로 길게 서서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빨리 입장할 수 있었다.(입장료는 없었다)

분명 내 기억에는 한줄 이었는데 사진으로 보니 한줄은 아니다.
되게 얇은 비닐봉투다. 저걸로 신발을 담으면 된다.

일단 들어가면 넓은 공간이 나온다. 의외로 휑한데, 내부 공간을 기둥 같은 거 없이 창출해낸 덕분이기도 하지만 외부에 비해서 내부가 좀 썰렁하다고 생각했다.

옹기종기 모여 새참을 먹었다. 딱 3초 동안만 일한 나도 껴준다. 우선 시원하게 얼음을 재운 비어라오 한 잔을 건네받았다. 꿀떡꿀떡 잘 넘어갔다. 무서운 강변길과 사투를 벌여 목이 무척 탔기 때문이다. 쫘악 들이키고 잔을 비우니 또 채워준다. 얼음 탄 비어라오는 황홀경.



하기아 소피아


사실 하기아 소피아는 안 갈 마음도 있었다. 언뜻 보면 짓다 말은 블루모스크, 혹은 블루모스크 시골 버전처럼 외관이 별로 볼품이 없는데 불구하고 블루모스크도 안 받는 입장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니 뭐 지가 뭔데 건방지게'라고 까지 생각했다.(생각해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당연히 있는건데)

하지만 보면 볼수록 이쁜 매력이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도 이스탄불을 대표하는 두 모스크를 다 안 보고 가는 건 아니다 싶어서 표를 구입해서 들어갔다. 저 거대한 건물이 동로마 제국 시절에 지어졌다는 게 놀랍기는 하지만 처음엔 성당, 그 후 오스만튀르크가 점령한 뒤 모스크로 쓰이다가 현재는 박물관으로 쓰이는 등 용도가 변경되는 이유도 뭔가 애매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맞은편에 저렇게 우람한 녀석이 붙어 있으니(블루모스크와 하기아 소피아는 지근거리에 마주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열등한 녀석의 용도가 바뀌는 게 아닐까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추리를 했다.

입장하는 그 순간에 따뜻하면서도 뭔가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는다.

좀 충격이었던 게 블루모스크보다 오래전에 지어진 건물임에도 내부가 훨씬 아름다웠다. 조명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외형은 모스크지만 내가 그동안 방문했던 그 어떤 성당보다도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을 받았으며 그럼에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독특한 공간이었다.

비수기엔 성수기를 대비해서 내부 수리를 한다. 비수기에 방문한게 서럽다.
그냥 벽화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모자이크다.
저 오래된 건물을 이렇게 보존 시키고 관람을 할 수 있게 함이 놀랍다.

오스만튀르크가 이스탄불을 점령하고 하기아 소피아를 봤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부수지는 않았다고 한다. 대신에 벽화나 모자이크는 전부 회반죽으로 덮어서 보이지 않게 하고 용도를 변경하여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했다고 하는데, 너무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자존심에 부셔버렸다면 이런 느낌을 받을 건축물을 내가 또 어디서 본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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