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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활곰 Mar 19. 2017

2. 밴쿠버/라스베이거스 여행(4)

밴쿠버에서 라스베이거스로

2016년 말 겨울여행


드디어 라스베이거스를 만나는 날이 다가왔다. 아직도 시차 적응을 못해서 헤롱 거리지만, 여행자 특유의 설렘으로 기분 좋은 아침을 맞았다. 밖에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눈발은 한참 약해져 있었고, 거리도 드문드문 녹아 물과 뒤섞여 더럽혀지고 있었다. 난 그런 상황을 보면서도 뒷일을 걱정하지 않았는데, 너무 라스베이거스에 꽂혀서 바로 십여분 뒤의 일을 전혀 예상치 못한 채로 채비를 하고 밖으로 나섰다.


눈이 생각보다 많이 왔던지, 역시 캐나다 눈은 스케일이 다르긴 하다고 해야 하나, 녹으니까 홍수 난 것처럼 얼음이랑 뒤섞여서 도보 활동에 굉장히 성가신 상태가 되어 있었다. 캐리어는 말할 것도 없고 잠깐 걸었을 뿐인데 신발과 바지 아랫단이 이미 다 젖어 버렸다.



또다시 스타벅스

난 썩었어..


잠깐 걸었는데도 이런 길 상태는 사람을 질리게 해서, 배도 고프고 하는 마음에, 스타벅스에 들렀다. 현지에서 스타벅스 카드를 만들 때 생일을 여행 날짜에 맞춰서 임의로 기입했더니, 생일 무료쿠폰을 준 게 있어서 그걸 사용하여 주문하고 창가에 앉아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새 커피가 다 만들어졌는지, 점원의 목소리를 듣고 커피를 가지러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멀리서 다가오는 나를 보고는 "Han?'이라고 아주 밝게 물어보는 목소리에 'Yes~"라고 똑같이 밝게 대답해주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세상 밝은 표정과 함께 행복감을 주는 목소리로 'Happy birthday, Han~!!~!'이라고 크게(정말 크게) 말해줘서 너무 깜짝 놀랐다.


^^


첨엔 다 알면서 '날 놀리려고 저러는 건가'하는 생각에(꼬였음) 흠칫했었지만 그분의 웃는 얼굴을 보는 순간 그게 아님을 바로 알았다.



그건 일말의 의심도 생길 수 없는 그런 모습이었다.(난 썩었어..)


나의 실제 생일은 아니지만, 듣기만 해도 행복감을 느낄 정도의 축하 인사에 기분이 확 좋아지면서도, 반대로 죄책감이 생겨버렸다. 너무 고마워서 죄송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던 것이다. 앞으로 이까짓 사소한(?) 쿠폰 때문에 생일을 거짓으로 쓰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공짜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했다.



밴쿠버 국제공항

평범한 공항


잠깐의 정비를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서서 어느새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은 참 평범하게 생겼지만 한 가지 특징이라면 역시 미국행 사람들이 많은지 인터내셔널 행 이정표가 미국, 그리고 그 외 다른 나라로 구분되어져 있다. 심지어 출국 수속을 끝내고 나면 바로 (캐나다 안에서) 미국 입국심사를 한다! 밴쿠버 공항 안에서 왜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워낙 미국으로 입국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미국과 합의하에 그렇게 진행을 하는 것 같다.


편리하지만 어떻게 보면 미국 땅에 도착 전에 위험인자들을 가려내겠다.. 는 건 너무 억측인가


미국행은 처음이라 공항에서부터 신기한 것이 많았는데, 소지품 검사를 할 때 투명 원통에 들어가서 손을 들고 있으면 원통이 한 바퀴 뱅글 돌면서 몸 전체를 스캔한다. 그때 후드티같이 겹쳐져 가려진 부분이 있으면 일일이 들춰보기도 한다. '빡빡하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평소 막연하게 느끼고 있던 미국이란 나라에 대해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에 입국할 땐 없던 절차와 분위기가 있었다.



팀 홀튼

이상하게 너만 보면 외면하고 싶어 져..


출국장을 지나서 항공기 해당 게이트에 다다르니 배가 고팠다. 애써 외면해왔던 팀 홀튼이 눈앞에 있었는데, 이상하게 팀 홀튼은 외면하고 싶게 생겼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다른 선택사항이 있었다면 또 한 번 외면했으리라..


미안하다 팀 홀튼


'아이스캡'은 꼭 먹어봐야 한다고 동행인이 말해주었다. 외면하고 싶었지만 유명하다니 한번 먹어보자는 마음으로 주문을 했는데, 오~ 맛있었다. 가격도 2달러 정도였는데, 양도 많은 게 맘에 들었다. 그땐 왜 '아이스캡' 인지 별로 안 궁금했는데, 나중에 한번 더 팀 홀튼에 들러 아이스캡을 사 먹을 때 포스에 찍히는 걸 슬쩍 봤는데 '아이스 카푸치노'를 줄여서 그렇게 부르더라.


그렇게 배를 채우고 라스베이거스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라스베이거스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화려함


사실 라스베이거스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은 '몽롱해진다'라는 느낌이었다. '혼미해진다'라고 해야 할까. 메인 스트립(라스베이거스의 가장 중심 대로)을 각각 뜯어보면 모든 것들이 크고, 밝고, 선명하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엄청난 규모로 한데 모여 있으니 하나하나를 구분해서 보기보단 뭉뜽그려서 화려한 전체로 인지하게 되고, 약간 최면처럼, 그 분위기에 빠져들어버렸다. 나도 막연한 기대를 하고 오긴 했지만, 왜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라스베이거스로 오는지 알 것 같았다.



공항에서부터 숙소에 도착하기까지 곳곳에 슬롯머신을 발견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숙소로 들어가기 위해 호텔로 들어가도 입구부터 체크인 카운터까지 또 카지노를 거쳐가야만 하는 구성 등, '아 역시'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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