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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활곰 Mar 12. 2017

2. 밴쿠버/라스베이거스 여행(3)

여행 자체 보다는, 회색 도시의 순하고 착한 사람들이 인상적

2016년 말 겨울여행



눈이 왔다. 밤사이 소복이 쌓인 눈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아니 밴쿠버 따뜻하다며.. 역시 듣는 거랑 현지 사정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행색을 갖추고 식당으로 향했다. 회색 빛의 도시가 하얀색으로 덮이니 좀 더 낭만적으로 보이긴 했지만, 난 역시 추위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헛웃음이 났다.


역시 호텔 조식이라(정확히는 레지던스), 조식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메뉴를 갖추어 나왔다. 사실 메뉴보다는 일찍 가서 자리 잡은 창가 자리가 완전 통유리로 구성되어 있어서 도시가 흰색으로 덮여가는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난 추워서 나가기 싫었는데 ㅋㅋ 애들은 통유리 밖에서 얇은 패딩(같지도 않은 겉옷) 하나를 걸치고 눈싸움을 하는데 보는 내가 다 추웠지만 그 모습조차도 예쁘게 보일 정도로 그 순간의 경치는 정말 최고였다.


아침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조금 걸어 다니면서 구경하고 놀다가 곧바로 한식집에 갔다. '담소'라고 하는 한식집이었는데, 밴쿠버에 1호점과 2호점이 있다고 했다. 나야 뭐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되었으니 한식 생각이 간절하진 않았지만, 한식을 사랑하는(특히 고기) 여자 친구를 배려하여 삼겹살을 잘 한다고 하는 집으로 향했다.



담소

겉이 바삭하고 기름진 수육 같은 삼겹살


 그다지 신기할 건 없는데, 신기했다.ㅋㅋ 그래도 한 이틀 한국 밥 못 먹었다고 된장찌개에 상추에, 구워진 고기를 보니 약간 흥분되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이 동양인들 틈에 섞여서, 잘린 고기에 된장찌개를 먹는 것을 보니 뭔가 새롭긴 하더라.


한국에서 먹는 맛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매우 맛있었다


삼겹살 집이긴 한데, 고기를 직접 구워 먹진 않고, 덩어리 고기가 통으로 구워져 2~3 덩이 접시에 내어오면, 테이블에서 잘라먹는 형식이다. 캐나다에서는 테이블에 화로나 버너 같은 기구를 내는 건 불법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건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한 번도 테이블에 화기가 있는 것을 본 적은 없었다.(미국은 또 조금 법이 다른 것 같다)


크리스마스 마켓

여기 애기들은 왜 이렇게 귀여울까


시장인데, 꽤 깔끔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놨다. 크리스마스에만 열어서 크리스마스 마켓인가? 내부에 여러 장식이 있고 가게들도 정갈하고 아담하게 내부를 꾸며놔서 구경하기에 좋았다.



구석 한편에 회전목마가 있었는데, 애기들은 거의 넋이 나가 있었다. 어떤 아저씨의 손을 잡고 회전목마를 타기 위해 줄을 선 한 꼬마 여자아이는 벌써 여러 번 탄 것처럼 보였는데, 아버지가 'It's last time, ok?'라고 낮고도 달래듯 하는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회전목마에 눈을 고정한 채 발만 신나게 동동 뛰는 게 너무 귀여웠다.



먹을 것도 꽤 있어서 이것저것 먹으면서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파이브 가이즈

맛있다고 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


아침도 거하게 먹고, 점심도 거하게 먹었더니 저녁은 별로 밥 생각이.. 아주.. 많이 났다.ㅋㅋ 예전부터 햄버거를 좋아해서(사실 뭐든 안 가리고 다 잘 먹는다) 북미 여행을 가게 되면 '다양한 종류의 햄버거를 먹어봐야지'했었는데 파이브 가이즈는 그 리스트 중 하나였다.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수제버거 전문점과 비슷한 느낌을 풍기면서도 훨씬 자유분방해 보였다. 아주 깔끔하기만 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패티를 굽는라 피어오르는 연기와 무심하게 배치된 땅콩자루, 풍성하게 쌓여있는 케쳡, 동작이 크진 않지만 역동적으로 보이는 직원들 등등 뭔가 햄버거만큼은 맛있을 것만 같은 인상을 풍겼다.


 사실 결론적으로는 난 별로였다. 이것도 별로라고만 말하기도 뭣한 게 배가 부른 상태기도 했고, 숙소로 테이크 아웃해서 가져왔는데, 시간이 좀 지났더니 빵과 야채가 눅눅해져서 제 맛을 느끼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한번 더 먹어보고 제대로 평가하고 싶었는데, 파이브 가이즈는 기대와 다르게 한번 더 먹을 기회가 나지 않아서 만회할 기회도 없이 그냥 귀국을 하고 말았다. 언젠가는 꼭 한번 다시 제대로 먹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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